2015년 11월9일
월요일.....
지난 토요일부터 내리던 비는 오늘 새벽에도 여전히 꼬리를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면.......
가을날 새벽길.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 비를 피하여 버스정류장에 서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하여 5시간만에 도착한곳 오소재 약수터.
주말에 비가 내려서 산행을 하지 못하여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남쪽의 산을 찾아 왔습니다.
해남에 있는 두륜산.......
오소재에서 출발하여 오심재. 노승봉을 거쳐 정상인 가련봉에 오른 다음 만일재. 두륜봉. 진불암을 거쳐 대흥사로
하산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일기예보는 날씨가 개일것으로 예상하였었는데 들머리에 도착하니 안개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아니 안개비는 아니고 안개가 끼여 있는것인가 ???
단풍을 기대하고 오지는 않았었지만 그래도 울긋불긋 단풍이 들어 있고 산길에도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으니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앞서 가는 산객의 베낭에 바람막이 겉옷이 덮혀 있습니다.
저렇게 가다가는 바람막이 옷이 떨어지겠지 싶었는데 몇발자국 못가서 스르르 흘러 내리는것을 보았습니다.
떨어진 낙엽사이로 보이는 초록잎과 빨간 열매......
초록과 빨강의 조화.....
어느산에 가던 볼수 있는 조릿대 그리고 시누대에 관심이 많이 있습니다.
집으로 데려오고 싶은 키큰 시누대......
오심재에 도착하였습니다.
이곳에서 노승봉을 거쳐 정상인 가련봉까지는 1km
안개는 안개비로 바뀌고 바람까지 불고 있습니다.
산객들이 비옷을 꺼내서 입습니다.
나는 그대로 걷기로 합니다.
비옷을 입으면 옷안의 땀과 수분의 증발을 막아 끈적거리는것이 싫습니다.
땀에 젖으나 비에 젖으나 젖는것은 마찬가지일뿐......
비에 젖어 있는 돌들도 미끄럽고 물을 머금고 있는 흙들도 미끄럽습니다.
큰 바위위의 작은 돌들......
나도 이곳에 작은돌 한개를 얹어 놓으며 마지막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집짓기가 무탈하게 끝날수 있기를 소원해
봅니다.
누가 저곳에 아름다운 바위를 얹어 놓았을까 ???
산객 두분이 나를 앞질러 올라 갑니다.
그저 땅만 보면서 올라가고 있으니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볼틈이 없습니다.
왜 산에 오셨을까 ???
안개비 속으로 산객들이 사라집니다.
나는 되도록 천천히 주변을 둘러 보면서 걷고 안개비를 즐기고 있습니다.
노승봉아래 헬기장.
안개비가 자욱하니 앞서가는 산객의 모습도 금방 안개속으로 사라집니다.
안개비속의 산행은 몽환적입니다.
안개를 가득 품고 있는 바위도 오늘은 숨을 쉬고 있는것 같습니다.
노승봉으로 올라가는 계단.
비맞은 계단은 꽤 미끄러울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그렇치 않았습니다.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가는데 바람이 세차게 불어 옵니다.
모자의 끈을 최대한 줄이고 바람막이옷의 지퍼도 최대한 끌어 올립니다.
주변은 희뿌연 안개뿐......
이 안개가 없었다면 멀리 남해안의 바다가 보였을터인데........
눈으로는 보이지 않으니 마음속으로 남해안의 바다를 봅니다.
<어찌하여 눈으로 보이는것만 믿으려 하느냐.......>
커다란 바위위에 자그마한 표지석 한개가 비를 맞으면서 외롭게 서 있습니다.
노승봉.
해발 685m
노승봉에서 다시 가련봉으로 향합니다.
꽤 경사가 심한 계단을 내려 갑니다.
카메라 렌즈에 빗방울이 맺혀 있어서 부분부분이 검정색으로 보입니다.
노승봉에서 가련봉까지는 300m
거리상으로는 가까워 보이지만 산길은 녹녹치 않습니다.
커다란 바위의 곳곳에 만들어져 있는 안전 장치들.
이런 안전장치들이 있어서 쉽게 정상에 오를수 있습니다.
두륜산의 정상 가련봉.
커다란 바위에 가련스럽게 올려져 있는 정상 표지석이 오늘따라 더 가련해 보입니다.
해발 703m
바람 부는것이 장난이 아닙니다.
정상에서 내려다 볼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안개속에 무엇이 있을지 상상하는것만 가능 합니다.
안개비가 세찬 바람에 밀려와 얼굴을 때립니다.
정상에 오래 머물러도 볼수 있는것은 희뿌연 안개뿐이어서 두륜봉쪽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내려가는길도 안개속에 숨어 있습니다.
가만히 서서 내려다 보고 있으면 그저 몽환적인 세계로 빠져 들것 같습니다......
신선이 이곳에서 놀다가 먹다 남은 식빵을 여기에 두고 가셨나 ???
정상에서 한참을 내려오니 넓은 평원처럼 보이는곳에 도착 하였습니다.
그러나 안개비 때문에 이곳이 평원인지 고원인지 도무지 알수가 없습니다.
그저 안개속으로 산객이 사라지는 모습만 보일뿐 입니다.
만일재에 도착하였습니다.
빛바랜 이정표 한개.
이곳에서 두륜봉까지는 330m 남았습니다.
직진해서 올라가면 두륜봉으로 가는길이고 우회전해서 내려가면 대흥사 대웅전쪽으로 하산하는길 입니다.
조금만 더 가면 두륜봉에 도착하니 두륜봉까지 올라 갈것인지 아니면 안개속에서 더이상 조망할것은 없으니
하산하여 대흥사를 실속있게 돌아 볼것인지 잠시 생각 합니다.
결론은 대흥사로 내려 가는것......
안개비는 더욱 짙어지고 있습니다.
안개비. 바람. 그리고 축축함때문에 점심은 커녕 물한목음 마시지 못하고 산행을 계속하다가 대흥사쪽으로
하산하면서 적당한 바위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미끄러운 바윗길을 조심스레 내려오니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와 만납니다.
대흥사 경내.
대한불교 조계종 제22교구 본사로 정확한 창건연대는 알수 없으나 늦어도 통일신라 말기 이전에 창건된 고찰로
보아야 한다는것이 정설이라고 합니다.
산사의 가을이 깊어 갑니다......
연리근.
<연리지>는 가끔씩 산에서 보고 있으나 <연리근>을 본것은 처음입니다.
가까이 자라는 두나무가 서로 만나 합쳐지는 현상을 <연리> 라고 하는데 뿌리가 만나면 <연리근>
줄기가 만나면 <연리목> 가지가 하나가 되면 <연리지> 라고 한다 합니다
무량수각.
이 글씨는 1840년에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에 귀향을 가는길에 대흥사에 들렀을적 쓴 글이라고 합니다.
대흥사를 둘러보다가 만난 글입니다.
<내 것이라고 집착하는 마음이 갖가지 괴로움을 일으키는 근본이 된다>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고....
모든것을 내려 놓으면 마침내 근심이 없어진다는 진리의 말씀.......
머리로는 알아 듣고
가슴으로는 행동하고자 하는데
아직도 몸이 이것을 거부를 합니다.........
어쩔수 없는 속물 하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첫댓글 고즈넉한 대흥사의 고찰의 가을이
고색 창연합니다!!
세상은 많이 변해도 산사의 풍경은 여전하군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잘 보았습니다!!^^*
넓고 깊은 사찰에서 은은하게 흐르는 목탁소리가 마음을 정갈하게 만들어 주더군요.
주중이어서 그런지 오가는 사람들도 많지 않아서 더욱 좋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