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고 25회 5070기념문집 원고 “영남산아 낙동강아, 반세기 흘러도 여전히”
– 신현태 (영월 하늘숨 생태수도원장)
詩.1
세월아 세월아
涓潔 신현태
영남산 신세동 성진골 자락
그 언덕에서 낡은 자전거로
안동중학교, 안동고등학교를
꿈꾸며 내달리던 추억들..
우울한 소년의 옆구리엔
낡은 자작시집 노트 한 권과
끝모를 미래에 대한 불안 가득
일기장 곳곳에 숨겨진 아픈 사연
통행금지 사이렌 소리에 깨어
삼산동 동부교회 새벽기도로
비밀한 꿈조각을 펼쳐가면서
마루바닥 흥건히 눈물 뿌렸지.
그리운 벗들 얼굴 하나 둘..
어디에서 무얼하며 살고 있는지
학창시절 엊그제처럼 생생해
보고픈 얼굴들 떠 올려 보네.
영월 깊은 산골 수도원 뜨락엔
기도와 노동과 독서의 일상속에
옥수수 토마토 오이들이 익어가는데
벌써 古稀의 언덕 끝자락에 다달았네.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순례여정
눈 뜨면 雲霧속 산골 신비경
송알송알 쏟는 농부의 땀방울
보석처럼 빛나는 일상의 天國.
<2>
안고 25회 5070기념문집 원고 “영남산아 낙동강아, 반세기 흘러도 여전히”
– 신현태 (영월 하늘숨 생태수도원장)
산문 일기.1
연결(涓潔)의 삶
涓潔 신현태
물처럼 살아라. 낮은 곳으로 흘러라.
깨끗이 살아라. 청정한 하늘 눈부심
웃으며 살아라. 고요한 미소 여울져
익으며 살아라. 내어주는 열매 처럼
끊어진 곳 다리 놓아 다니게 하고
만나는 사람 모두 고운 이웃으로
온 천지사방 춤추듯 덩실 더덩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며
저멀리 담 넘어 있는 내 자신처럼
훈훈한 마음 빙그레 웃는 그 얼굴
학창시절 벗님들과 이웃사람 모두
물흐를 涓으로 깨끗한 潔로 이어져
깊은 산속 옹달샘처럼 퐁퐁 솟아나
새들과 벌레들과 함께 나누는 음료
목말라 애탄 사람 해갈하는 즐거움
날마다 순간마다 꿈꾸듯한 순례길..
어머니의 눈물과 나의 아픔이
詩가 되고 악보와 노래가 되고
지나온 세월 상처가 별이 되어
성삼위일체 그 분과 춤추는 삶
산골 고요 이슬방울 보석들과
흙과 돌과 비와 바람과 햇빛
밤하늘 수놓은 신비의 별들과
비밀한 황홀한 윤무(輪舞).......
< 자작시 해설 >
신현태 시인의 **<연결(涓潔)의 삶>**은 시인의 호(號)이자 이름의 의미를 담은 **‘涓(물 흐를 연)’**과 **‘潔(깨끗할 결)’**을 화두로 삼아, 자연의 순리와 영적 고양을 통합한 삶의 태도를 노래한 서정시입니다. 이 시는 단순한 자연 예찬을 넘어, 상처를 치유하고 타인과 연결되며 최종적으로는 절대자와 하나가 되는 영적 순례의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1. ‘연결(涓潔)’의 의미: 물의 순리와 청정함
시의 핵심 모티프는 제목이자 시인의 지향점인 **‘연결(涓潔)’**입니다. 시인은 이를 두 가지 차원으로 해석합니다.
涓(물 흐를 연): 첫 연에서 “물처럼 살아라. 낮은 곳으로 흘러라”라고 노래하듯, 흐르는 물처럼 겸손하고 순리에 따르는 삶을 의미합니다. 물은 막히면 돌아가고, 결국 가장 낮은 곳으로 모여 바다를 이룹니다.
潔(깨끗할 결): “청정한 하늘 눈부심”처럼 내면의 순수함과 도덕적 결백함을 지키는 삶입니다.
결국 ‘연결(涓潔)’의 삶이란, 물처럼 끊임없이 흐르며(涓) 세상을 맑고 깨끗하게(潔) 정화하는 삶, 그리고 그 삶을 통해 세상 모든 존재와 따뜻하게 이어지는(連結) 삶을 중의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2. 이웃을 향한 상생과 나눔의 공동체 의식
2연과 3연, 4연에서는 나 홀로 깨끗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맑은 기운을 이웃과 나누는 ‘상생’의 태도가 두드러집니다. 다리가 되는 삶: “끊어진 곳 다리 놓아 다니게 하고”라는 구절처럼, 소외되고 단절된 곳을 잇는 화해와 소통의 매개자가 되고자 합니다.
옹달샘의 나눔: 깊은 산속 옹달샘이 새, 벌레뿐만 아니라 “목말라 애탄 사람”의 갈증을 풀어주듯, 자신의 삶이 타인에게 위로와 해갈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학창 시절 벗부터 이웃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맑은 인연으로 이어지는 대동(大同)의 세계를 꿈꿉니다.
3. 고통의 승화: 아픔에서 ‘별’과 ‘시’로
5연은 이 시에서 가장 감정이 고조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부분입니다.
어머니의 눈물과 나의 아픔이 / 詩가 되고 악보와 노래가 되고 / 지나온 세월 상처가 별이 되어
인간적인 고통과 슬픔, ‘어머니의 눈물’과 ‘나의 아픔’을 원망으로 남겨두지 않고 artistic(예술적)이고 영적인 가치로 승화시켰습니다. 지나온 세월의 상처는 어둠 속에서 길을 비추는 **‘별’**이 되고, **‘시와 노래’**가 되어 세상에 위로를 건넵니다.
4. 영적 완성: 성삼위일체와 자연의 윤무(輪舞)
마지막 연에 이르러 시인의 시선은 지상의 이웃을 넘어 우주와 절대자에게로 확장됩니다.
윤무(輪舞): 여럿이 손을 잡고 둥글게 원을 그리며 추는 춤을 뜻합니다.
이슬방울, 흙, 돌, 비, 바람, 햇빛, 그리고 밤하늘의 별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추는 ‘비밀하고 황홀한 윤무’는 우주만물이 거룩한 질서 속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시인은 자신의 상처를 별로 승화시킨 후, 마침내 **“성삼위일체 하나님 그 분과 춤추는 삶”**을 통해 종교적·영적 구원의 정점에 도달합니다.
💡 총평
신현태의 <연결(涓潔)의 삶>은 **‘낮춤과 비움(물)’**에서 시작하여 **‘나눔과 소통(옹달샘과 다리)’**을 거쳐, **‘상처의 승화(별과 시)’**를 통해 최종적으로 **‘신성(神性)과의 합일(윤무)’**에 이르는 한 인간의 거룩한 정신적 순례기입니다. 날마다 순간마다 꿈꾸듯 순례길을 걷겠다는 시인의 다짐은, 메마르고 파편화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변을 돌아보고 맑은 마음을 회복하게 하는 따뜻한 종소리처럼 다가옵니다.
세월이 저만치 흘러가 벌써 70세 고희(古稀)를 맞았다니 모든 것이 꿈만 같다.
위의 자작시는 2025년 3월 1일에 출간한 자전적 에세이인 『 두 번째 죽음의 강을 건넌 사람 』 책에 소개한 아호(雅號)인 연결(涓潔)을 설명하는 글이다. 흐르는 물처럼... 잔잔하고 맑게... 자신과 세상을 더욱 청청하게 만드는 사람으로 살고픈 소망을 담은 결단의 고백이다.
과연 그런 고백처럼 날마다 순간마다 더욱 더 맑아지고 겸허해지고 낮아지고 청정해지는 내면의 인격을 가꾸고, 그런 삶을 살았는가 성찰해보니 다만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세우고, 자신을 점검하고 노동과 독서와 기도를 통해 정진하는 것이 최소한의 자신과 이웃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
안동 고등학교 재학 시절 나의 꿈은 두 가지 였다. 시인(詩人)이면서 목회자(牧會者)로 평생을 살다가 고요한 산골 흙집에서 소박한 농사를 짓고 수도적 삶을 사는 것이 었다. 돌이켜 보니 변화무쌍한 일들이 너무도 많았지만 그 두가지 꿈을 이루고 지금 농사를 지으며 살 수 있게 된 것은 모든 것이 은혜일 뿐이다. 은혜란 나 자신이 잘 나서 이룬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모두가 누군가를 통해 베풀어준 사랑과 보살핌 때문에 오늘에 내가 존재하며 살고 있다는 깨어있는 자각을 말한다.
연결(涓潔)은 깨끗하고 맑고 소박한 삶을 말하며, 연결(連結)은 끊어지지 않고 서로 서로 손을 맞잡고 이어져 있는 삶을 의미한다. 즉 맑은 삶! 함께 공유하는 삶! 나눔과 섬김과 베풂의 삶을 말한다. 비록 완전하지는 않아 한없이 부족하지만 나날이 나이를 먹어 갈수록 맛있게 멋있게 익어가기를 소망하는 삶이다.
안동 토백이로 안동동부초등학교, 안동중학교, 안동고등학교, 안동 경안 성서신학원을 거쳐 신학을 공부하고 안동교회 부목사로 4년을 영주 문수에서 1년을 목회하고 청송, 진해, 시흥, 안산에서 25년을 목회한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니 꿈같은 세월.. 기적의 파노라마 같은 세월이 아닐 수 없다.
과로로 인해 두 번이나 죽음을 경험한 생생한 체험을 글로 남겨 두고자 책을 출간하고 학창시절과 삶의 여정들을 정리할 수 있는 용기를 내게 하신 그 분의 은혜 무한 감사할 뿐이다. 한 번은 심장마비로 숨이 잠시 멎어 죽음을 경험했고, 또 한 번은 급성 장염으로 두 번째 죽음을 경험하고 난 후에 구사일생으로 오늘의 모든 순간 순간들이 덤으로 사는 선물임을 기억한다.
안동고등학교 학창 시절 친구들의 고희(古稀) 문집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국내외 어느 곳에서든지 그리운 벗님들이 서로 이어져 소식을 나누고 우정을 다지는 일을 경축하는 바이다. 비록 산골 수도원에 묻혀 살고 있지만 마음만은 고운 추억을 간직하고 기회가 되면 언제든 만나 지난 삶을 반추하며 살아기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