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차를 만나러 갔다가/ 이순정
그 찻집은 소나무와 정자가 있고 커피와 빵이 맛있다. 소나무 사이에 놓인 테이블과 시내가 한눈에 보여 금방이라도 시상을 불러올 듯한 정경이다. 솔방죽과 의림지를 한 바퀴 돌아 집으로 오는 길, 잠시 고요를 찾아 시 한 편을 건지고 싶은 마음에 그 찻집에 들렀다. 소나무 숲 사이에 있는 나무 걸상에 앉으려는데 느닷없이 진돗개가 달려 나오며 사납게 맞이하였다.
목줄이 풀린 누렇고 덩치 큰 진돗개가 사납게 컹컹 마구 짖으며 내 앞으로 뛰어나왔다. ‘깜짝’ 놀라서 나무 걸상 옆에 가만히 서 있으니, 달려들 기세였다. 개와 싸울 무기도 없고 도망을 가려도 저놈이 나보다 더 잘 달릴 것 같았다. 주인은 보이지 않았고 큰 개가 짖어대니 우리에 있는 작은 개들도 왕왕거린다. 닭장에 닭들도 꼬꼬댁거리며 부산하게 움직였다. 다급하여 잠바 주머니에 손을 넣어 휴대폰을 꺼내어 도움을 청하려 하자 이놈이 더 짖어대며 대들려고 하였다. 내가 손을 움직이면 더 난리를 치는 바람에 주머니에 휴대폰을 도로 넣을 수밖에 없었다. “낯설고 사나운 개를 만나서 도망치거나 공격을 하면 개는 공격성이 있어서 물린다고 하는 어느 지인의 말이 생각났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가만히 서서 자세히 보니 지난 늦가을 바르게 걷기 하던중 길에서 만난 그 개와 똑같았다. 그때는 세 사람이 걷다가 만났는데, 이슬 풀밭을 돌아쳤는지 온통 네 발과 네다리가 흙투성이가 된 채로 길을 막으며 사납게 짖으며 공포를 주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세 사람이 한참을 서서 개를 살피는데 지나가는 ‘청년’이 자전거를 들어 후려치고 막으니 처음에는 대들다가 달아났던 그놈의 개 모습이 생각났다.
주위에 사람은 오지 않고 어쩔 수 없어 나무 걸상에 가만히 앉았다. 주위를 빙빙 돌면서 금방 물어댈 듯이 난리를 친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손님을 보고 왜 그리 짖느냐 억지로 태연한 척하며 말을 하였다. 이놈이 제 주인을 찾는지 카페안을 들여다보고 오르내리며 카페와 나를 번갈아 주시하며 무섭고 시끄럽게 하였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기세로 쳐다보고 킁킁 냄새를 맡으니 전화로 신고하여 도움을 청하다가 물릴까 봐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저놈의 ‘흥분’이 가라앉기를 기다려봐야겠다는 생각밖에 도리가 없었다. 솔갈비를 모아놓은 곳에 오른쪽 뒷다리를 번쩍 치켜들고 오줌을 설설 싸는데 수캐라 더 무서웠다. 사실 나도 겁에 질려 오줌을 쌀 지경이었다. 닭장 안에 있는 닭들에게 다가가 꼬리를 치고 우리에 가두어 놓은 작은 개들에게 왕왕 신호를 보내며 온통 주위를 주름잡았다. 그사이에 얼른 주머니에 손을 넣어 휴대폰을 꺼내는데 저한테 공격하는 줄을 아는지 확 달려오며 더 짖어대기에 가만히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 “먹을지 못 먹을지 모르는 시를 지으러 왔다”가 이놈한테 물려 죽지 않나 싶어 어쩔 수 없이 이놈의 행동에만 정신을 집중하였다. 잠시 후 나도 모르게 “에헴” 큰기침이 나왔다. 아마 무의식에서 나온 인간의 본능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으니, 이놈이 내 간을 다 보았는지 안심이 되었는지 닭장 앞에 가서 털썩 앉는다. 지랄 발광을 하여 피곤한지~ 네발을 쭈~욱 뻗으며 옆으로 편하게 드러눕더니 두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계속 지켜보다가 한 참 후에 잠이 들어 괜찮다 싶었다. 이놈이 안 보이게 난간에 바짝 기대어 떨리는 발을 들고 살금살금 걸어 나왔다.
그런데 어느새 달려와 코를 실룩거리며 발등에 입을 대고 킁킁 냄새를 맡는다. 몸수색이라도 하는 듯이 뒷발로 버티고 서서 두 앞발로 내 넓적다리를 탁탁 두드리며 꼬리를 흔들어 대는데 간이 콩알만 해졌다. 정말 온몸에 소름이 쫙 퍼지고 등줄기가 오싹하여 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피게 하였다. 그런데 개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것은 ‘아양’을 떠는 표현이라는 것임을 개를 길러본 경험으로 알고 있어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마스크를 썼으니 인상은 보이지 않아 눈웃음을 쳐주다 순간 번득 생각이 났다. 이놈이 잠시 낯을 익혔다고 가지 말고 놀아 달라는 시늉이 아닐까 은근히 겁을 내며 장갑을 낀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목둘레를 쓰다듬어 주었다. 심심하고 외로우냐 개에게 안심을 시키려고 겁에 질린 아주 작은 목소리를 내어 나의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을 부르며 억지로 여유로운 척하며 발걸음을 조금씩 조금씩 옮겨 큰길로 나왔다. 이놈은 꼬리를 흔들며 길길이 뛰고 따라오며 오른쪽 옆구리에 앞발을 올려 킥킥거리며 재롱을 떠는 듯 뛰어오르며 매달렸다. 개를 집에다 홀로 두고 집을 지키려는 주인의 심사인지 외로워서 목줄을 풀고 돌아치는지 아랑곳 없이 그저 사납게 대들지 않는 것에만 신경을 쓰며 사람들이 지나가는 큰길가를 향하여 조금씩 발걸음을 옮겼다.
솔방죽 가는 길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흰색 승용차를 보고 개는 도망을 갔다가 또, 내 앞으로 겅중거리며 뛰어온다. 다시 검은색 승용차가 달려오니 차에 대한 공포증이 있는지 이놈이 이번엔 좀 멀리로 줄행랑을 친다. 아주 천천히 걸어오다 돌아보니 이놈이 보이질 않았다.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데 바지는 온통 흙투성이였다. 그놈한테 물릴까 봐 공포에 시달렸던 시간이 아찔하고 끔찍하여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것도 까맣게 잊고 집으로 왔다.
오후에 찻집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 두 번째 통화하여 개 단속 좀 잘하세요? 했더니 “개가 나이가 어려서 물지는 않아요. 개가 힘이 세어서 그런지 처음으로 목줄이 풀렸어요. 카페를 비워놓고 여행을 갔다 왔어요” 하였다. 뭐라고요?
정말 어이가 없어서 함께 바르게 걷기를 한 지인을 데리고 그 찻집을 갔다. 함께 간 지인은 매어 놓은 개를 보더니 지난해 바르게 걷기 중 목줄이 풀어져 공포를 느끼게 한 바로 그놈의 개라고 말하였다. “개 주인은 많이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절대로 그런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 개 주인에게서 진심이 가득 담긴 다짐과 사과를 받아냈다. 다시는 개가 돌아다니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단단히 당부를 하였다. 2023.2.11참으로 "운수 대통한" 날이다.
대내외적으로 시끄럽고 혼잡한 2월 끝자락에서, 시를 만나러 갔다가 진돗개에게 된통 혼난 작년 2월을 다시 한번 돌아본다. 새봄에는 모두가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첫댓글 고생많으셨습니다.
공포를 느꼈을 순간이 떠오릅니다.
개 주인들은 꼭 그런 말을 하죠 "우리 개는 안 물어요"
당연히 개는 주인은 물지 않죠
개를 잘 묶어 놓거나 철망 안에 가두어 두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찻집 주인이 아주 잘못했네요
근데 요즘 거리에, 공원에, 산책로에 웬 개가 그렇게 많을까요?
네
그날 개한테
물려
죽는줄 알았습니다.
공포의 시간이었군요.
개 주인들은 모두 '우리 개는 안 물어요'
그럼 공포는 줘도 되나?
그러게
말이지요
개 정말 무서워요
개한테 물리면
큰일나고 재수 없어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액땜 톡톡히 하셨군요~ㅎㅎ
저도 산자락에서 늑대 같은 개를 만나 오금 저리며 오줌 쌀 뻔한 적이 있지요.
작가님은 그래도 대단한 강심장이십니다.
저 같으면 사람 살려달라고 소리 쳤을 텐데~
액땜 톡톡히 하셨으니 이제 좋은 일만 남았습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개에게 된통 혼났어요
늘 평안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