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水滸傳•제 153편
송공명은 동평부와 동창부를 치고 산채로 돌아와 두령들을 점검해 보니, 모두 108명이었다. 매우 기뻐하며 형제들에게 말했다.
“송강이 강주를 소란하게 하고 산으로 올라온 후에 여러 형제 영웅들의 도움으로 우두머리가 되었습니다. 지금 108명의 두령이 모였는데, 대단히 기쁩니다. 조개 형님이 돌아가신 후로는 병마를 이끌고 나가 한 사람도 잃지 않고 모두 보전하였습니다. 이는 하늘이 보우하신 것으로, 사람의 능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때로 사로잡히거나 감옥에 갇히기도 하고 상처를 입고 돌아온 사람도 있었지만, 모두 무사하였습니다. 지금 108명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것은 실로 고금에 드문 일입니다. 그동안 도처에서 싸움을 일으켜 많은 생명을 해쳤는데, 하늘에 제사지내 사죄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 천지신명의 보우하신 은혜에 보답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모든 형제들의 신심이 안락할 것을 기원하고, 둘째는 조정에서 은혜를 내려 하늘을 거스른 대죄를 사면하여 우리가 진심갈력하여 충성을 다해 나라에 보답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셋째는 조천왕을 따라 천상계에 다시 태어나 영원히 함께 하기를 기원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비명횡사한 사람, 억울하게 죽은 사람, 불에 타죽은 사람, 물에 빠져 죽은 사람 등 무고하게 해를 입은 모든 사람들이 구원받아 극락으로 가기를 기원하고자 이 행사를 치르려고 합니다. 형제들의 뜻은 어떠합니까?”
모든 두령들이 함께 말했다.
“그것은 선한 업을 쌓는 좋은 일입니다. 형님의 의견이 옳습니다.”
오용이 말했다.
“먼저 공손승이 제사를 주관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내려 보내 사방에서 득도한 고사들을 초빙하고, 향촉과 지전 등 제사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여 준비해야 됩니다.”
그리하여 4월15일에 시작하여 7일 동안 제사를 지내기로 정하였다. 산채에서는 돈과 재물을 널리 베풀고, 일을 감독하고 처리했다. 기일이 다가오자, 충의당 앞에 긴 깃발을 네 개 걸고 당상에 3층의 대를 세웠다. 충의당 안에 칠보로 만든 도교 성인의 상을 설치하고, 28개 별자리와 제사를 주관하는 신들을 배치하였다. 충의당 밖에는 제단을 수호하는 신장(神將)을 배치하고 제사에 필요한 물품들을 준비하였다. 도사들을 초청했는데, 공손승을 포함해 모두 49명이었다.
그날은 날씨가 청명하고 따뜻하였으며, 달빛도 밝고 바람도 선선했다. 송강부터 시작하여 노준의와 오용 및 모든 두령들이 차례대로 분향했다. 공손승이 주관하여 48명의 도사들과 함께 충의당에서 매일 세 차례 제사를 지냈다. 송강이 하늘의 계시를 알고 싶어, 공손승에게 제사를 지내면서 천제(天帝)께 아뢰는 의식을 행하게 하였다.
마지막 7일째, 공손승은 제1층에, 도사들은 제2층에, 송강 등 두령들은 제3층에, 소두목들과 장교들은 단 아래에 서 있었다. 모두 하늘에 간절히 기도하면서 계시를 빌었다. 그날 밤 자정에 하늘에서 마치 비단을 찢는 듯한 소리가 서북방에서 들렸다.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니, 금쟁반을 수직으로 세워 놓은 듯한 천문(天門)이 열리면서, 그 안에서 빛살이 쏟아지고 아름다운 노을이 퍼져 나오면서 바구니 모양의 불덩어리가 제단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 불덩어리는 제단을 한번 맴돌고는 정남쪽의 땅속으로 뚫고 들어갔다.
그때 천문은 닫히고, 도사들은 모두 단을 내려왔다. 송강은 사람들에게 삽과 괭이를 가져와서 땅을 파고 불덩어리를 찾게 했다. 석 자 정도 파 들어가자 돌로 만든 비석이 하나 나타났는데, 정면과 양측에 천서(天書) 문자가 쓰여 있었다. 송강은 지전을 사르고 제사를 마치게 하고, 도사들에게 황금과 비단을 나누어주었다.
비석을 가져오게 하여 보니, 고대문자로 쓰여 있어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도사 가운데 성이 하씨(何氏)이고 법명이 현통(玄通)인 사람이 송강에게 말했다.
“저의 가문에서는 조상 때부터 물려받은 문서가 있어, 천서를 판독할 수 있습니다. 이 비석 위에 쓰여 있는 것은 고대문자인데, 빈도가 읽을 수 있습니다.”
송강은 크게 기뻐하면서 비석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비석을 한동안 바라보던 하도사가 말했다.
“이 비석의 앞뒤 면에는 의사(義士)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한쪽 측면에는 ‘체천행도(替天行道)’라 쓰여 있고 다른 측면에는 ‘충의쌍전(忠義雙全)’이라 쓰여 있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다행히 고사(高士)께서 이렇게 가르쳐 주시니, 우리와의 연분이 얕지 않습니다. 저희들의 몽매함을 깨우쳐 주시니, 실로 큰 덕에 감사드립니다. 혹 하늘이 질책하는 말이 있더라도 조금도 감추지 마시고 한 마디도 빠뜨리지 말고 알려주십시오.”
송강은 성수서생 소양을 불러 모두 종이에 받아쓰게 하였다. 하도사가 말했다.
“앞면의 천서 36행은 모두 천강성(天罡星)이고 뒷면의 천서 72행은 모두 지살성(地煞星)입니다.”
비석 앞면에 쓰여 있는 양산박 천강성 36명.
천괴성(天魁星) 호보의(呼保義) 송강(宋江)
천강성(天罡星) 옥기린(玉麒麟) 노준의(盧俊義)
천기성(天機星) 지다성(智多星) 오용(吳用)
천한성(天閑星) 입운룡(入雲龍) 공손승(公孫勝)
천용성(天勇星) 대도(大刀) 관승(關勝)
천웅성(天雄星) 표자두(豹子頭) 임충(林沖)
천맹성(天猛星) 벽력화(霹靂火) 진명(秦明)
천위성(天威星) 쌍편(雙鞭) 호연작(呼延灼)
천영성(天英星) 소이광(小李廣) 화영(花榮)
천귀성(天貴星) 소선풍(小旋風) 시진(柴進)
천부성(天富星) 박천조(撲天雕) 이응(李應)
천만성(天滿星) 미염공(美髯公) 주동(朱仝)
천고성(天孤星) 화화상(花和尚) 노지심(魯智深)
천상성(天傷星) 행자(行者) 무송(武松)
천립성(天立星) 쌍쟁장(雙鎗將) 동평(董平)
천첩성(天捷星) 몰우전(沒羽箭) 장청(張清)
천암성(天暗星) 청면수(青面獸) 양지(楊志)
천우성(天祐星) 금쟁수(金鎗手) 서녕(徐寧)
천공성(天空星) 급선봉(急先鋒) 삭초(索超)
천속성(天速星) 신행태보(神行太保) 대종(戴宗)
천이성(天異星) 적발귀(赤髮鬼) 유당(劉唐)
천살성(天殺星) 흑선풍(黑旋風) 이규(李逵)
천미성(天微星) 구문룡(九紋龍) 사진(史進)
천구성(天究星) 몰차란(沒遮攔) 목홍(穆弘)
천퇴성(天退星) 삽시호(插翅虎) 뇌횡(雷橫)
천수성(天壽星) 혼강룡(混江龍) 이준(李俊)
천검성(天劍星) 입지태세(立地太歲) 완소이(阮小二)
천평성(天平星) 선화아(船火兒) 장횡(張橫)
천죄성(天罪星) 단명이랑(短命二郎) 완소오(阮小五)
천손성(天損星) 낭리백조(浪裏白條) 장순(張順)
천패성(天敗星) 활염라(活閻羅) 완소칠(阮小七)
천뢰성(天牢星) 병관색(病關索) 양웅(楊雄)
천혜성(天慧星) 반명삼랑(拚命三郎) 석수(石秀)
천폭성(天暴星) 양두사 해진(解珍)
천곡성(天哭星) 쌍미갈(雙尾蝎) 해보(解寶)
천교성(天巧星) 낭자(浪子) 연청(燕青)
비석 뒷면에 쓰여 있는 양산박 지살성 72명.
지괴성(地魁星) 신기군사(神機軍師) 주무(朱武)
지살성(地煞星) 진삼산(鎮三山) 황신(黃信)
지용성(地勇星) 병울지(病尉遲) 손립(孫立)
지걸성(地傑星) 추군마(醜郡馬) 선찬(宣贊)
지웅성(地雄星) 정목안(井木犴) 학사문(郝思文)
지위성(地威星) 백승장(百勝將) 한도(韓滔)
지영성(地英星) 천목장(天目將) 팽기(彭玘)
지기성(地奇星) 성수장(聖水將) 단정규(單廷珪)
지맹성(地猛星) 신화장(神火將) 위정국(魏定國)
지문성(地文星) 성수서생(聖手書生) 소양(蕭讓)
지정성(地正星) 철면공목(鐵面孔目) 배선(裴宣)
지활성(地闊星) 마운금시(摩雲金翅) 구붕(歐鵬)
지합성(地闔星) 화안산예(火眼狻猊) 등비(鄧飛)
지강성(地強星) 금모호(錦毛虎) 연순(燕順)
지암성(地暗星) 금표자(錦豹子) 양림(楊林)
지축성(地軸星) 굉천뢰(轟天雷) 능진(凌振)
지회성(地會星) 신산자(神算子) 장경(蔣敬)
지좌성(地佐星) 소온후(小溫侯) 여방(呂方)
지우성(地祐星) 새인귀(賽仁貴) 곽성(郭盛)
지령성(地靈星) 신의(神醫) 안도전(安道全)
지수성(地獸星) 자염백(紫髯伯) 황보단(皇甫端)
지미성(地微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