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봉산 오르면서 뒤돌아본 지나온 능선, 멀리 가운데가 아미산
투쟁은 그것을 멀리서 맴돌면서 볼 때에는 무척 두려운 것이지만 막상 맞붙어
씨름할 때에는 그리 두려운 것이 아니고 오히려 어떤 창조의 쾌감 같은 희열을
안겨주는 것이다.
――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산행일시 : 2017년 7월 1일(토), 흐림, 후덥지근한 날씨
▶ 산행인원 : 18명(버들, 영희언니, 스틸영, 악수, 대간거사, 한계령, 산정무한, 수담,
상고대, 사계, 두루, 구당, 신가이버, 해피, 오모육모, 불문, 무불, 메아리)
▶ 산행거리 : GPS 도상거리 14.2km
▶ 산행시간 : 8시간 53분
▶ 교 통 편 : 두메 님 24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가급적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30 - 동서울터미널 출발
09 : 00 - 홍천군 서석면 검산리(儉山里) 진장교(眞長橋), 산행시작
09 : 40 - 674m 고지, 첫 휴식
10 : 35 - 930.3m봉
10 : 55 - 아미산(峨媚山, △960.8m)
11 : 58 - 960.9m봉
12 : 06 ~ 12 : 33 - 점심
12 : 58 - △1,006.3m봉
13 : 56 - 971.5m봉
14 : 18 - 951.5m봉
14 ; 32 - 작은노루목재(990.0m)
15 : 00 - 각근치(刻近峙, 까끈재, 981.0m)
15 : 10 - 임재, ╋자 갈림길 안부, 응봉산 정상 0.6km
15 : 43 - 응봉산(鷹峰山, △1,096.5m)
16 : 15 - 1,017.0m봉
16 : 43 - △881.4m봉
17 : 38 - △664.4m봉
17 : 53 - 홍천군 서석면 수하리 행치(行峙), 산행종료
18 : 42 ~ 20 : 40 - 홍천, 목욕, 저녁
23 : 00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산행지도(영진지도의 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와 다소 다르다)
2. 응봉산 정상에서, 뒷줄 왼쪽부터 한계령, 두루, 수담, 신가이버, 오모육모, 메아리, 불문,
스틸영, 무불, 앞줄 왼쪽부터 상고대, 산정무한, 해피, 버들, 대간거사, 구당, 사계
3. 각근치에서 응봉산 가는 길
▶ 아미산(峨媚山, △960.8m)
어제(6월 30일) 서울양양고속도로가 완전 개통되었다. 산꾼에게는 낭보가 아니라 비보다.
이른 아침부터 서울~동홍천 간의 고속도로는 차량들이 몰려들어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이제 막 개통했으니 너도나도 호기심에서 구경하러 가자하고 차 몰고 나왔을 성 싶지 않다.
앞으로 계속 이럴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든다. 갑자기 춘천, 홍천, 인제, 원통, 속초가 먼 길
이 되어버렸다.
서석 지나고 검산천 거슬러 서봉사계곡 깊숙이 들어간다. 진장교. 아미산을 그 남동릉 타고
최단거리로 오를 수 있다. 우리들의 오늘 아미산 들머리다. 굳이 ‘우리들의’이란 말을 쓴 것
은 일반 등산로가 아니어서이다.
산행할 때 생소한 지명이 나오면 그 뜻과 유래가 퍽 궁금하다. 한자가 병기되어 있으면 어느
정도 그 뜻을 짐작하겠는데 한자말이 막연히 한글로만 쓰여 있으면 가위 눌린 듯 답답하다.
나만 그런가? 진장교, 진장동이란 이름도 그러하다. 고맙게도 홍천군 홈페이지는 ‘지명유래’
코너를 운영하여 홍천군내 각 지명의 유래를 소개하고 있다. 물론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홍천
군처럼 홈페이지에 ‘지명유래’ 코너를 운영하고 있지는 않다.
진장동. “진장-이 [진장동(眞長洞)] : 긴 골짜기 안에 있는 마을”. 이름 그대로 진짜 긴 골짜
기다. 뭇 사람들의 출입이 뜸한 오지다. 길섶에 알알이 빨갛게 익어가는 산딸기로 미루어 알
수 있다. 한 움큼씩 따서 달콤한 맛을 보며 줄줄이 열 지어 산기슭 덤불숲을 헤친다. 곧바로
간벌한 그 잔해가 널려 어수선한 능선과 만난다.
긴 한 피치 올라 간벌지대 벗어나면 가파르지만 등로 주변에 즐비한 아름드리 적송 숲이 아
름다운 산길이다. 그 수피 용린에 이어 고개 뒤로 젖혀 우아한 용트림을 우러른다.
무척 더운 날이다. 시작부터 비지땀 쏟는다. 요즘 산정무한 님으로서는 수난기다. 가파른데
다 통나무를 잘못 밟아(?) 왼쪽 사면으로 5m 정도 굴러 떨어진다. 다행히 다친 데는 없다.
지난주 응복산, 조봉 산행에서는 진드기에 물렸는데 떼어낸다고 잡아당겼으나 끊어지고 절
반은 살 속에 박힌 채 나오지 않아 병원에 가서 빼내고 주사를 맞았다고 한다.
이른 휴식한다. 산행시작한 지 겨우 40분이 되게 길었다. 입산주 분음이 일종의 의식이다.
덕산 명주인 탁주 거푸 들이켜 타는 목마름을 달랜다. 잡목 숲 돌길을 간다. 산행이 한증막의
조건을 다 갖추었다. 고온다습한 날씨에 지열은 열판인 듯하고 온몸의 땀구멍에서 쉴 새 없
이 분출되는 땀이 그렇거니와 사방이 증기로 온통 뿌옇다.
930.3m봉 올라 아미산 주등로와 만나고 비로소 사납던 길이 풀린다. 완만하여 줄달음한다.
한달음에 아미산 정상이다. 그리 넓지 않은 공터에 커다란 자연석의 정상 표지석이 있다.
홍천군에서 2016.5.1. 설치했다. 삼각점은 ‘청일 420, 2005 재설’이다. “동쪽 방면으로는 오
대산 주능선이 아스라이 보이고, 동남쪽으로는 오대산에서 갈라져 내린 계방산 ․ 회령봉 ․ 흥
정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는 옛날인 듯하다. 오늘은 사방에 울창한 나무숲이 둘러 있어
아무런 조망을 할 수 없다.
나는 아미산이 ‘蛾眉山’으로 가늘고 길게 굽어진 아름다운 눈썹을 이르는 말로 ‘미인의 눈
썹’을 이르듯이 이 산이 그렇다는 줄로 알았다. 그런데 ‘峨媚山’으로 쓰고 있다. ‘峨’는 높다는
뜻이고, ‘媚’는 아첨하다, 아양을 부리다, 풍치가 아름답다는 뜻이다. 『홍천군지』에 따르면
아미산은 "삼신산 중의 하나로서 산맥이 눈썹과 같이 내려와서 아미산으로 불린다."라고 기
록되어 있다.(한국지명유래집)
4. 아미산 들머리인 진장교 주변
5. 진장동 마을 주변
6. 산행시작부터 가파른 오르막이다, 신가이버 님
7. 소나무 숲이 아름다운 산길이다
8. 아미산 정상에서
9. 함박꽃
10. 지나온 능선
11. 고사목 그루터기
12. 소나무 고사목
▶ 응봉산(鷹峰山, △1,096.5m)
아미산 정상에서 북진하는 주등로는 없다. 인적이 드물다. 잡목과 쟁투가 다시 시작된다.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영춘기맥 장릉을 향하여 간다. 이제 본격적인 산행이다. 숱한 봉우리
를 오르고 내린다. 그 굴곡이 만만하지 않다. 960.9m봉 넘고 평평한 데 골라 점심자리 편다.
땀을 많이 흘린 탓에 입맛이 쓰다. 여름 산행은 밥 먹기도 힘들다.
이 다음 길게 오른 봉우리는 △1,006.3m봉이다. 삼각점은 2등 삼각점이다. 어론 28, 1989
복구. 산악회에 따라서는 이 봉우리를 검산(儉山)이라고 한다. △1,006.3m봉 정상을 벗어나
자마자 독도주의 구간이다. 북동쪽이 우선 잘 난 능선이지만 얼마 안 가 골로 가게 된다.
그저 똑바로 북진해야 한다. 지도에 눈을 박고 간다. 뚝뚝 떨어진다.
971.5m 오르기 바로 전에 암봉이 나온다. 오른쪽 사면의 수직으로 가파른 슬랩을 오른다.
외길이다. 돌부리 움켜쥐며 짜릿한 손맛을 본다. 잠시 더위를 잊는다. 두 차례 비산하는 돌덩
이에 등골이 서늘해진다. 작은노루목재는 안부가 아니라 산봉우리다. 990.0m. 준봉이다.
뚝 떨어졌다가 그 반동으로 오른 981.0m봉은 각근치다. 홍천군 지명유래의 설명이다. “까끈
-재 [각근치(刻近峙)] : 진장이에서 홍천군 내면으로 가는 재. 높이 916m. 깎아 세운 듯함.”
영춘기맥에 들어선다. 9정맥 다음으로 장장한 산줄기다. 한때 영춘기맥 종주가 산꾼들에게
크게 유행하였는데 지금은 시들하여 그에 대한 산행기가 잘 보이지 않는다. 등로가 그때보다
오히려 더 험해졌다. 방화선을 친 것일까? 바리깡 자국처럼 나무를 베어냈고 풀숲이 키만큼
자라 우거졌다. 발로 더듬어 길 찾는다. 그래도 걷기 좋은 초원의 원로(園路)다. 유영하듯 나
아간다.
922.2m봉 내려 바닥 친 안부는 ╋자 갈림길 임재다. 이정표가 있다. 응봉산 정상 0.6km.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고도 200m를 직선거리 600m로 오른다. 경사도가 얼마나 될까?
삼각함수 sin 값을 계산하면 20도에 못 미친다. 보기에는 꽤 가파른데도 그렇다. 더 흘린 땀
이 아직 남았나 보다. 짜낸다.
응봉산 정상. 좁은 공터가 나무숲에 묻혀 있다. 삼각점은 ╋자 방위표시만 삐쭉 나와 있다.
쉼터는 정상 5m 직전이다. 영춘기맥 행치는 응봉산 정상에서 서진한다. 행치까지 곡절은
다소 있겠지만 내리막이 대세다. 조망은 답답하고 다만 우람한 적송을 바라보는 재미다.
벌목한 사면이 나와도 먼 데 산은 그 윤곽이 희미하다.
13. 각근치에서 응봉산 가는 길
14. 각근치에서 응봉산 가는 길
15. 지나온 능선
16. 지나온 능선
17. 벌목한 사면의 모수
18. 벌목하고 잣나무 묘목을 심었다
▶ 행치(行峙)
응봉산 내리막은 1,017.0m봉에서 주춤하고 다시 내리쏟는다. △881.4m봉(삼각점은 판독불
능)이 오늘 표고점 또는 삼각점 봉우리 15좌 중 유일한 명산이라 할 만하다. 대간거사 님과
몇몇이 사면을 누비다가 드디어 에헤라디야! 하고 소리했으니 말이다. 씨알은 작아도 향기는
대물이다. △881.4m봉에서 오른쪽으로 직각 방향 꺾어 북진한다.
오른쪽 벌목한 사면 아래 골짜기로 임도가 보여 발길을 유혹하지만 우리 누구나 다 애써 모
른 체한다. 경주하듯 줄달음한다. △664.4m봉(삼각점은 어론 465, 1985 복구) 넘고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지난다. 오른쪽 사면은 넓디넓은 고랭지 밭이다. 행치 직전 덤불숲에서 갈 길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444번 도로 행치에 내린다.
19. 행치 건너 영춘기맥(가득봉, 백암산)
20. 앞 능선이 행치로 가는 영춘기맥, 멀리는 영춘기맥 가득봉, 백암산
21. 등로 주변의 소나무
22. 큰까치수영, 여름의 전령사다
첫댓글 순한 강원도 숲도 사람의 손을타면 사나워지드만요~ㅠ 손맛은 많이 보셨쥬?ㅋ
메대장과 저가 죽일 놈이유 ㅠ. 앞으론 에헤라디야 안하고 조용히 작업할 게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