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위원회가 지난달 17일 자가용 건설기계 근절을 위한 행동에 들어갔다.
건설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인 것은 그동안 이 문제가 곪을 대로 곪았다는 방증이다.
진개덤프, 콘크리트 제조사의 자가용 활용 등 이 문제는 좀체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사사로운 이익에 집착하는 건설사와 도덕불감증의 자가용 건설기계 소유주가 담합해 건설기계 임대시장을 흐리고 있다.
자가용 건설기계의 폐해와 관련해 그동안 업계를 취재하면서 확보한 자료를 정리해 본다.
# 건기법, 미등록 건설기계 사용금지
건설기계관리법 제4조에서는 분명히 미등록 건설기계를 건설현장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건기법의 관련 조항을 보자. 또 미등록 건설기계를 사용할 경우 제9장 벌칙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 굴삭기·지게차·레미콘에 집중
굴삭기 업계의 경우 06급 자가용 굴삭기 한 대가 화성 지역에서 작업하던 중 단속활동 중이던 건설기계 임의단체에게 적발됐다. 이 장비는 자가용과 영업용 번호판을 번갈아 부착하며 영업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의 또 다른 공사현장에서도 차량등록사업소 조회 결과 매매용 차량이 영업용 번호판을 달고 작업해 본지에 보도된 바 있다.
콘크리트믹서트럭(레미콘) 운송업계는 좀 더 심하다.
지난해 자가용 콘크리트믹서트럭(레미콘)을 이용해 불법 영업행위를 일삼아 온 사업자가 건설기계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받았다.
지역 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레미콘의 경우 불법 영업으로 인해 처벌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강원도에 사업장이 있는 K실업 대표 홍모씨는 레미콘 1대를 운반비 명목으로 1회전당 3만원을 받고 인근 지역 레미콘 제조사에 대여해 주는 등 2015년 1월20일부터 같은 해 4월22일까지 총 34회에 걸쳐 불법영업을 해 왔다.
이를 확인한 레미콘 임대사업자인 유모씨는 관계기관에 고발했고, K실업에는 법원의 약식명령에 따라 과징금이 부과됐다.
지게차 임대업계가 자가용 영업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본지는 지난 2012년 보도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으나, 지게차 임의단체의 단속과 신고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법 자가용 지게차가 전혀 줄지 않고 있다.
당시 전국지게차연합회(회장 강성조)와 안산시지게차협회(회장 김은규), 안산시 차량등록사업소는 안산지역 19곳의 지게차 운행사업장을 대상으로 불법 자가용 지게차 단속을 실시, 무면허 운전으로 16곳을 적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게차 2대는 이전등록도 하지 않았고, 이 지게차를 조회한 결과 정기검도 받지 않은 집권 말소 차량이었다. 번호판 없이 작업 중인 지게차도 있었다. 말소대상 차량은 현장에서 폐차 조치가 내려졌다.
적발된 운전자들의 인식 수준도 여전히 심각했다.
적발된 운전자 가운데 2명은 면허증 제시 요구에 면허증이 있다고 발뺌했으나 자격증만으로 운전하고 있었고, 면허증을 소유하고 조종해야 한다는 사항도 모른채 작업하고 있었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무면허 운전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또 면허증 제시를 요구하자 대부분의 무면허 운전자들이 “도로로 나가지 않고 사업장 내에서만 작업하는데 무슨 면허증이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게다가 “1종보통 운전면허가 있으니 무면허가 아니”라고 주장하거나 “타 건설기계면허증이 있으면 무면허운전이 아니”라는 주장을 늘어놨다.
3톤 미만 면허증을 갖고 3.5톤 지게차를 운전하거나 공무원이 할 일이 없어 지게차 면허증이나 단속하고 다닌다며 되려 큰소리치는 운전자도 있었다.
자가용 지게차의 공공연한 불법거래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불법 거래된 지게차는 자연스럽게 불법 자가용 지게차가 된다.
특히 조사대상 19곳 가운데 9곳이 도로와 인도에서 작업하고 있었으며, 그 중 8곳이 무면허·무보험 상태여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운전자와 피해자 모두 큰 피해가 예상됐다.
# 솜방망이 처벌·인력부족 알고도 개선안 돼
건설기계 임대사업자들은 모든 사례의 공통점은 솜방망이 처벌이며, 강력한 처벌과 담당 인원 확충을 해결책으로 꼽았다. 굴삭기 사례의 경우 당시 건설기계사업자들은 불법 자가용 영업의 원인을 엄격한 법 적용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실제 당시 자가용 영업행위로 적발된 굴삭기는 자가용 번호판을 반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32만원의 과태료 처분만 받았다.
담당 공무원이 1명에 불과하고 여러 업무를 중복해 맡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도 적지 않다. 이렇다보니 관계 당국은 증거가 불충분해 처벌 수위를 높일 수 없다고 밝혔고, 담당 공무원이 현장을 직접 확인하거나, 당시 상황을 명확하게 포착한 사진 등의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건설노조는 자가용 건설기계 불법 영업의 근본적인 원인이 건설사에 있다고 지적했다. 인건비나 임대료를 아껴 수익을 남기고 공기를 서두르는 등 속도전을 통해 돈을 벌려는 건설사는 자가용 불법영업을 선호하기 마련이라고 주장한다.
또 자가용 불법 영업과 관계된 건설사들이 이를 통해 얻으 이익으로 비자금 조성과 세금포탈의 정황까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강성조 전지연 회장은 “건설기계 27개 기종 중 지게차 관련 사망사고가 가장 많은 이유가 무면허운전과 무관하지 않다”며 “면허제도를 관리 감독해야 할 책임을 다 하지 않은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 국토부, 자가용 건설기계 불가 재확인
국토교통부는 최근 자가용 건설기계는 건설기계 임대업을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는데 다름 아닌 레미콘 소사장제와 관련한 답변이다. 레미콘 제조사들의 자가용 레미콘을 이용한 영업행위가 잦아지고, 장비를 소유하지도 않은 사업자가 레미콘 제조사와 운송도급계약을 체결하자 이와 관련 국토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건설기계 용도가 자가용인 경우에는 건설기계관리법령에 따른 대여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아울러 “자가용 건설기계는 개인의 사적 작업을 위해 사용할 수 있고, 소유자나 직접 고용한 근로자가 조종해야 한다며 그 이외 대여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각 사안에 따른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국토부는 덧붙였다.
또한 국토부는 일반건설기계대여업 대표회사가 연명돼 있는 건설기계 소유자를 대신해 임차인과 계약을 체결해서는 안 되며, 일반건설기계대여업 대표자와 연명등록자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각자 소유한 장비를 각각의 명의로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 국토부의 판단이다.
또 일반건설기계대여업 대표회사가 연명돼 있는 건설기계 소유자 대신 건설기계를 대여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 매매과정에서도 제도의 허점
현장뿐만 아니라 매매과정에서도 자가용으로 용도 변경하는 꼼수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건설기계 임대사업자인 A씨는 몇 년 전 캐피탈을 이용해 덤프트럭을 구입했지만 사업이 어려워져 대출을 갚지 못하고 지난 6월 장비가 법원에 가압류되는 됐다.
하지만 A씨는 3개월 후 등록 관청을 방문해 해당 덤프트럭을 영업용에서 개인 업무용으로 용도 변경했다.
A씨가 용도 변경한 이유는 덤프트럭 임대업계에서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영업용 번호판 거래를 위해서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이어 10월13일 예정대로 입찰이 진행됐고 경매에 참가한 B씨가 입찰 이틀 후에 낙찰받았지만 용도 변경된 사실을 알게 됐다.
B씨는 해당 덤프트럭의 영업용으로 소유할 권한을 주장하며 차량 소유자에게 영업용으로 원상회복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A씨가 연명사업자로 돼 있던 관리회사인 ‘H건기’에까지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이 경우 해결이 쉽지 않다. 현행법상 시·군·구 관청에서 임의경매가 개시된 건설기계의 용도변경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없다. 즉 모든 관할 관청에서는 위와 같은 용도 변경을 허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도에 허점이 있는 것이다.
국토부 담당자의 답변도 관련 법을 재확인하며 “건설기계 명의자가 용도 변경한 이상 어쩔 수 없다. 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취소 판결을 받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경매를 진행한 법원에서도 경매 참여 당사자들에게 변경 사실을 알리지 않은 현 제도도 문제다. 사실상 위에서 언급한 사례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 건설기계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며 방지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불법 자가용영업·임대차계약 발본색원해야
그동안 불법 자가용 건설기계 문제는 건설기계 대여사업자의 생존권을 죄어 왔다. 건설기계 등록사업자가 아닌 일반건설기계대여회사(소사장), 시공참여자가 낀 불법 임대차계약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자가용 영업행위의 경우 최근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가 근무환경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자 레미콘 제조사는 올 봄부터 이에 부담을 느껴 자가용 레미콘을 구입한 뒤 기사를 고용해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게차 업계에도 등록되지 않은 불법 자가용 지게차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확산돼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일손 부족을 이유로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지역이 허다하다.
건설기계를 소유하지 않은 사업자가 임대차계약 중간에 끼어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다반사다. 특히 사고가 발생하거나 임대료체불이 발생할 경우 문제가 심각해진다. 건설사는 계약당사자가 다르다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등 문제해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불법 자가용 영업과 장비 실소유자를 배제시킨 임대차계약은 임대료체불보다 건설기계인들의 마음가짐과 노력에 더 좌우된다. 임대사업자들은 순찰과 감시활동을 통해 이 같은 불법을 신고하고 불법 임대차계약은 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정일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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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Q 자가용 건설기계는 대여 및 영업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만약 대가없이 무상으로 자가용 건설기계를 지인에게 빌려줘 작업한다면 이 행위도 불법으로 처벌이 대상이 되는지.
A 건설기계관리법에서는 자가용 건설기계의 무상공여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다만, 자가용 건설기계를 타 작업장에의 무상공여는 일반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우므로 그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유상 대여 시 그에 따른 조치가 필요할 것입니다.
Q 건설기계대여업으로 등록된 A사(법인)가 B산업(레미콘제조사)과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A사 명의로 등록된 자가용 건설기계(덤프트럭)를 면허가 있는 일용직 노무자에게 운행하게 하여 골재생산업체에서 생산한 골재를 B산업(레미콘생산)까지 운송한 경우에는 자가용 건설기계 영업행위라고 볼 수 있는지.
A 건설기계대여업체와 레미콘생산업체와 체결한 건설기계 등록번호 등이 표시되지 않은 운송계약은 건설기계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볼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A건설기계대여업체가 본인 소유로 등록된 자가용 건설기계로 타 회사의 물품을 운송하여 대금을 받은 경우에는 자가용 또는 미등록 건설기계를 대여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Q A업체와 B업체 사이에 재료 도급운반 계약을 맺고 B업체의 법인 명의로 등록된 자가용 건설기계로 A업체 자재공장으로 재료를 운반하는 것은 자가용 불법 영업행위인지.
A 상기 사항과 같이 건설기계를 이용하여 운송 영업을 하는 경우 영업용 건설기계를 사용하여야 할 것입니다.
<출처=국토교통부>
첫댓글 3톤 영업용지게차를 임대해와서 하차를 하는경우는 어떻게 되는지요? 운전자가 교육용 면허증이든 지게차 자격증을 소지했다는 가정하에
형틀업체처럼 정리 운반하는거 외에 자가용넘버는 불법인건 알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