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감(龜鑑)
거북 등과 거울이라는 뜻으로, 사물의 본보기로 거울로 삼아 본받을 만한 모범이라는 말이다. 거북은 길흉을 점치고, 거울은 사물의 그림자를 비춘다.
龜 : 거북 귀(龜/2)
鑑 : 거울 감(金/14)
(유의어)
구감(龜鑑)
귀경(龜鏡)
모범(模範)
본보기가 될 만한 언행이나 거울로 삼아 본받을 만한 모범을 가리키는 말이다. 귀(龜)는 거북의 등을 위에서 본 모습이다. 옛날에는 거북의 등을 불에 구워서 그것이 갈라지는 균열 상태를 보고 사람의 장래나 길흉을 점쳤다.
반면에 감(鑑)이라는 글자는 자신의 아름다움과 추함을 보기 위해서 세숫대야에 물을 떠놓고 자기 모습을 비추어보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여기에서 비롯하여 판단하는 모든 행위에 감(鑑)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우리가 흔히 쓰는 감상(鑑賞), 감별(鑑別), 감정(鑑定) 등이 바로 그 예이다. 그러므로 귀감(龜鑑)이란 말은 사람의 길흉이나 미추를 판단해주는 기본 도구였던 셈이다. 즉 길흉을 점쳐주는 귀(龜)와 미추를 알려주는 감(鑑)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바로 잡는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길흉을 예측하는 방법으로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거북의 등을 말려 굽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여러 갈래 금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균열(龜裂)이다. 이때 생겨난 금을 조(兆)라 하여 어떤 일에 나타나는 기미를 징조(徵兆), 길조(吉兆), 흉조(凶兆)라고 하였다.
다른 한가지는 서죽(筮竹)이다. 대나무를 이용했기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는 산가지라 하는데 이것은 점쟁이가 산통(算筒)에 넣어 길흉을 헤아릴 때 사용한다.
스스로가 아름다움과 추함을 판단하는 데엔 어떤 도구가 있을까? 그것은 거울이다. 옛날에는 거울이 귀했기 때문에 세숫대야와 같은 곳에 물을 담아 비추어 보았다. 그것이 감(鑑)이다. 다시 말해 감으로써 추하고 아름다움을 판단했다.
송나라의 유학자인 정호(程顥)와 정이(程이) 형제가 어느 날 잔칫집에 갔다. 동생은 점잖게 술을 마시는데 형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장난이 심했다. 동생은 몹시 불쾌했다.
다음날 형을 찾아가 은근히 나무랐다. “형님, 어젯밤 술자리에서 장난이 너무 심합디다. 장난이 그렇듯 거칠어서야 되겠습니까?”
형이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다. “성인은 거울과 같은 것이야. 고운 것이 비치면 곱게 보이고 추한 것이 비치면 추하게 보일 뿐이지. 그러나 거울은 하등 상관이 없지.”
묵자(墨子)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군자는 물을 거울로 하지 않고 사람을 거울로 한다. 물에 비치면 얼굴을 본다. 사람에 비치면 길흉을 안다(君子不鏡於水而鏡於人)’
물을 거울로 하는 경우는 외형만을 본다. 그러나 사람을 거울로 하면 선악(善惡)을 알 수 있다.
▶️ 龜(땅 이름 구, 거북 귀, 터질 균)는 상형문자로 亀(귀)의 본자(本字), 龟(귀)는 통자(通字), 龟(귀)는 간자(簡字)이다. 거북의 모양을 본떴다. 그래서 龜(구, 귀, 균)는 ①땅의 이름 ②나라의 이름, 그리고 ⓐ거북(거북목의 동물 총칭)(귀) ⓑ거북 껍데기(귀) ⓒ등골뼈(귀) ⓓ본뜨다(귀) ⓔ패물(貝物)(귀) 그리고 ㉠터지다(균) ㉡갈라지다(균)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거북의 등딱지를 귀각(龜殼), 거북의 등을 귀배(龜背), 거북 모양으로 만든 비석의 받침돌을 귀부(龜趺), 거북의 털로 뜻이 바뀌어 매우 진귀한 것을 이르는 말을 귀모(龜毛), 거북 모양을 새긴 도장의 꼭지를 귀유(龜鈕), 거북 등과 거울이라는 뜻으로 사물의 본보기를 귀감(龜鑑), 거북의 등딱지처럼 얼어 터진 손을 균수(龜手), 거북의 등에 있는 무늬처럼 갈라져서 터지는 것을 균열(龜裂), 거북의 등에 있는 무늬처럼 갈라져서 터지는 것을 균탁(龜坼), 학과 거북으로 둘 다 목숨이 길어서 오래 삶을 비유하는 말을 학구(鶴龜), 없는 거북 등의 털을 벗겨 뜯는다는 뜻으로 없는 것을 애써 구하려고 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을 귀배괄모(龜背刮毛), 거북의 털과 토끼의 뿔이라는 뜻으로 있을 수 없거나 아주 없음을 이르는 말을 귀모토각(龜毛兔角), 토끼의 뿔과 거북의 털이라는 뜻으로 불교에서 이른바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일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토각귀모(兔角龜毛), 눈먼 거북이 물에 뜬 나무를 만났다는 뜻으로 어려운 지경에 뜻밖의 행운을 만나 어려움을 면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맹귀우목(盲龜遇木), 눈먼 거북이 물에 뜬 나무를 만났다는 뜻으로 어려운 지경에 뜻밖의 행운을 만나 어려움을 면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맹귀부목(盲龜浮木) 등에 쓰인다.
▶️ 鑑(거울 감)은 ❶형성문자로 鉴(감)은 통자(通字), 鍳(감), 鑒(감), 鑬(감)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쇠 금(金; 광물, 금속, 날붙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監(감)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거울의 본 글자 監(감)은 물거울을 뜻하는 글자이므로 금속으로 만든 거울을 나타내기 위하여 金(금)을 더하여 鑑(감)자를 만들었다. ❷회의문자로 鑑자는 '거울'이나 '본보기', '식별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鑑자는 金(쇠 금)자와 監(볼 감)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鑑자에 쓰인 監자는 그릇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보다'나 '살피다'라는 뜻이 있다. 이렇게 '보다'라는 뜻을 가진 監자에 金자가 더해진 鑑자는 '자신을 비춰보는 금속'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고대에는 청동의 한쪽을 매끄럽게 갈아 '거울'로 사용했었는데, 監자는 청동거울의 재질과 용도를 설명한 글자이다. 그래서 鑑(감)은 ①거울 ②본보기 ③안식(眼識: 안목과 식견) ④광택(光澤), 빛 ⑤분별(分別)하는 능력 ⑥보다, 살펴보다 ⑦거울삼다 ⑧비추다 ⑨식별(識別)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거울 경(鏡)이다. 용례로는 감정하여 분별함을 감별(鑑別), 어떤 자료에 대하여 그 진위나 가치를 보아 감별하고 결정함을 감정(鑑定), 감별하여 조사함을 감사(鑑査), 예술작품을 깊이 음미하고 이해함을 감상(鑑賞), 감정을 하여 식별함을 감식(鑑識), 환히 봄을 감지(鑑止), 표의 진짜와 가짜를 가리어 알아냄을 감표(鑑票), 거울이 티 없이 맑음을 감공(鑑空), 마땅한지를 살펴 봄을 감당(鑑當), 사물의 좋고 나쁨을 비추어 보는 거울과 물건의 가볍고 무거움을 달아 보는 저울을 감형(鑑衡), 본보기가 될 만한 일이나 물건을 보감(寶鑑), 동류의 차이를 한 눈으로 식별할 수 있도록 그림이나 사진을 모아서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을 도감(圖鑑), 학식과 사람을 잘 알아보는 감식력을 식감(識鑑), 높은 식견이나 좋은 본보기를 명감(明鑑), 아랫사람이 올린 글을 윗사람이 봄을 하감(下鑑), 거울을 뒤집음을 반감(反鑑), 웃어른에게 보여 드림을 입감(入鑑), 앞의 일을 거울삼아 비쳐 보는 일을 전감(前鑑), 사람의 용모와 풍채로써 그 사람의 성질을 감정하는 일을 풍감(風鑑), 사정을 밝게 비추어 보살핌을 소감(昭鑑), 사람은 고를 때에 겉만 보고 그 됨됨이나 인품을 잘 알아보는 식견을 조감(藻鑑), 거북 등과 거울이라는 뜻으로 사물의 본보기를 귀감(龜鑑), 거울과 같이 맑고 물과 같이 잔잔하다는 말을 감공수지(鑑空水止), 모양과 거동으로 그 마음속을 분별할 수 있다는 말을 감모변색(鑑貌辨色), 사람을 잘 알아보는 능력을 이르는 말을 지인지감(知人之鑑), 은나라 왕이 거울삼을 만한 것은 먼 데 있지 않다는 뜻으로 본받을 만한 좋은 전례는 가까운 곳에 있다는 말을 은감불원(殷鑑不遠), 앞수레가 엎어진 것을 보고 뒷수레가 경계하여 넘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뜻으로 앞사람의 실패를 보고 둿사람은 이를 경계로 삼아야 한다는 말을 전거가감(前車可鑑), 옛것을 오늘의 거울로 삼는다는 뜻으로 옛 성현의 말씀을 거울로 삼아 행동해야 한다는 말을 이고위감(以古爲鑑), 남의 성공과 실패를 거울삼아 자신을 경계함을 이르는 말을 이인위감(以人爲鑑)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