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_그리고_음모__소설❤️❤️❤️
배신 그리고 음모 ( 43회 )
제 43장,
정민영은 2년이 다 되어서야 변호사를 통해서 성준과의 면회를 신청한다.
성준은 변호사의 연락을 받고 민영의 면회를 간다.
민영은 볼라보게 살이 빠지고 초조하고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면회실에 나타난다.
“오랜만이요.
어디 아픈 곳은 없소?“
“그런 말을 하자고 면회를 오라고 한 것이 아니에요. 이제 이혼을 해 주세요.“
”뭐라고 했소?
이혼을 해 달라니?“
“언제까지 이렇게 나를 기다리며 허송세월을 할 것인가요?
말이 이십여 년이지 그 세월이면 청춘을 다 보내고 나서 어쩌려고 그래요?“
“그런 걱정을 왜 하시오?
그리고 분명히 밝혀두지만 난 이혼을 생각하지 않고 있소.
당신이 나올 때까지 원빈이와 열심히 살아갈 것이오.“
”당신은 내가 원망스럽지 않나요?
당신을 죽이려 했던 나를 용서할 수 있어요?“
”사람이 다 자신의 타고난 팔자대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겠소?
당신 손에 내가 죽을 팔자를 타고 났다면 그 또한 받아드려야 하지 않겠소?
그러나 아마 그런 팔자는 아닌 모양이오.“
“대체 나 같은 여자를 왜 기다리겠다고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어요.”
“우리는 부부요.
더구나 우리는 원빈이라는 아들까지 둔 부부란 말이오.
원빈이를 생각해서라도 이혼이라는 생각을 하지 마시오.“
“당신은 대체 어떤 사람이에요?
난 도저히 당신을 이해 할 수가 없어요.
원빈이 또한 당신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아이라는 걸 잘 알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죠?“
정민영은 자신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성준을 이해 할 수 없다.
그동안 자신이 아무리 냉대를 하고 면회를 거절해도 꾸준히 면회신청이 들어오고 영치금 또한 빠트리지 않고 예치를 해 주는 것이다.
겨울이면 솜옷과 내복 양말 장갑 등 필요한 물건들을 들여보내주고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면서도 사식을 꼭 들여보내준다.
“이제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말고 당신의 새 인생을 찾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언제든지 이혼은 변호사를 통해서 가능할 것입니다.“
”원빈엄마!
그런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쓰지 말고 건강을 잘 챙기기를 바라오.
어디 아픈 곳이 있음 참지 말고 말을 하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해 주오.“
“................................”
“그리고 원빈이를 데리고 시골로 이사를 갈 생각이오.”
“시골이라니요?”
정민영의 얼굴에는 놀람의 빛이 보인다.
“아무래도 대 도시보다는 시골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농부가 되어 보려고 하오.
원빈이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하고 있으니 그렇게 하고 싶소.“
“우리 원빈이가 어떻게?”
"원빈이는 모든 것을 알고 있소.
그리고 다음 면회 때는 원빈이도 함께 데리고 오겠소.“
“안 돼요. 원빈이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어서는 안 돼요.“
“언제까지 만나지 않을 생각이오?
원빈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소?
이제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는 아들이 얼마나 자랐는지 보고 싶지 않소?“
“..............................”
민영은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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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원빈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멍해지고 찢어지듯 아파온다.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의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민영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잃어버린 청춘과 젊음의 세월들이 너무나 아프고 안타까운 것이다.
“아, 원빈아!”
“원빈이가 당신을 얼마나 보고 싶어 하는 줄 아시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향해서 욕을 하고 돌팔매를 던진다 하더라도 원빈이와 난 당신을 감싸고 이해를 할 것이오.“
”그러지 말아요.
당신에게 이해 받고 용서를 받기엔 너무나 큰 죄를 지었어요.
당신도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내게 침을 뱉고 욕을 하면서 떠나요.“
민영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그것은 회환의 눈물이었고 아들에 대한 그리움의 눈물이다.
면회시간은 금방 그렇게 지나가 버린다.
“이번 주말에 원빈이를 데리고 오겠소.”
성준은 시간이 되어 민영이 다시 들어
가는 등 뒤로 말을 한다.
그렇게 아름답고 도도하던 아내의 모습이 아니다.
힘없고 초라한 중년여인의 푸른 죄수의 모습 그대로이다.
이제 모든 것을 손에서 놓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모습이었다.
성준은 면회를 마치고 나와 서점으로 가서 민영이 볼 수 있는 책을 구입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죄인의 생활에 무료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좋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살아오면서 마음 놓고 독서를 해 보지 못했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성준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가장 좋은 베스트셀러를 구입한다.
소설을 통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소설을 통해 간접적이나마 타인들의 삶을 볼 수 있을 것이고 그 안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었다.
성준은 경희에게서 받은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참으로 많이 생각했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이제 용기가 나질 않는다.
원빈이를 키우면서 무슨 장사라도 할까 생각을 하면서 여러 가지로 알아보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장사도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동안 많은 것을 알아보았지만 자신에게 맡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서울을 떠날 결심을 한다.
이미 자신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정민영과 이혼을 하지 않고 정민영의 뒤를 돌봐주고 있는 자신을 마치 무슨 정신병자 취급을 하는 것이다.
이제 아무것도 바랄 것이 없고 희망이 없는 정민영이다.
윤회장도 그렇게 모든 것을 사회에 환원시켜놓고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인 윤지영 또한 모든 것을 고아원과 양로원에 기증을 하고 속세를 떠난 마당에 더 이상 정민영이 기대고 의지할 곳은 없는 것이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빈털터리의 수감자가 더 이상의 희망이 보이지 않고 있는데 그 곁을 떠나지 않고 있는 성준을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을 해 버리는 사회였다.
주변의 냉대가 심하면 심할수록 성준은 민영을 지켜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성준은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살 계획을 세운다.
원빈이를 위해서도 그리고 나중에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될 민영을 위해서도 서울 보다는 조용하고 공기가 좋은 곳에서 살아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원빈아! 우리 시골 가서 살까?“
”시골? 그곳이 어떤 곳인데요?“
”시골에 가서 땅을 일구고 농사도 짓고 흙도 만지며 그렇게 자유롭게 살까?“
“정말?
정말 그렇게 살 수 있어요?“
”그래! 그곳에서도 얼마든지 학교를 다닐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네! 자전거 타고도 학교를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 그렇게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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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을 수소문 해 본다.
일주일에 한 번은 민영을 면회 갈 생각을 하면서 너무 먼 곳은 다니기 불편할 것 같은 생각을 한다.
마침 진천 쪽에 농가 주택이 나와 있는 것이 있다.
그리 많은 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텃밭과 집이 있는 곳이다.
농사를 지을 줄 모르는 성준은 처음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작은 텃밭으로 경험을 쌓으면서 하나씩 배워가려는 생각이다.
천여 평의 대지에 주택이 들어 앉아 있는 곳이다.
다행이 주택은 벽돌집으로 그다지 오래 된 건물이 아니라서 조금만 손을 보면 그다지 불편할 것 같지 않았다.
성준은 원빈을 데리고 함께 가보며 그곳에서 학교의 거리를 알아본다.
다행히 인근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었다.
서울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기는 하지만 시골로 한참을 들어가야만 하는 집이라 참으로 한적하고 조용한 곳이다.
성준은 용달차를 한 대 구입을 한다.
승용차보다는 시골에서는 물건을 실어 나르기에도 좋고 여러 가지로 편리할 것 같다.
방이 세 칸이나 되는 집이었다.
다행히 화장실도 안에 수세식으로 되어 있는 집이라 원빈이가 살아가기에 그다지 큰 불편함이 없다.
이삿짐은 생각보다 참 많았다.
모든 것을 다 처분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내가 애지중지 하던 몇 가지의 패물들과 아내의 옷들과 장신구들을 챙겨가지고 온 것이다.
남자 둘이서 사는 집치고는 살림살이가 꽤나 많은 것이다.
원빈이의 살림도 상당히 된다.
원빈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되도록 가지고 오도록 해 준 것이다.
“아빠!
우리 마당이 이렇게 넓은데 개도 키워요.“
“너 개를 키울 줄 아니?”
“한 번도 키워보지 않았지만 키워보고 싶어요.”
“그래, 이 한쪽으로 닭장도 만들어 닭도 키워보자.”
“정말요?
정말 닭도 키워요?“
원빈은 무슨 중대한 사실을 발견한 것처럼 매우 좋아한다.
이사를 온 것이 늦은 가을이었기에 당장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성준은 그동안 농사법에 대해서 나름대로 공부를 하고 이웃을 찾아다니며 인사를 하면서 분주하게 보낸다.
생각보다 할 수 있는 일감이 참으로 많다.
원빈이가 원하는 대로 진도 견 강아지를 구입한다.
강아지를 키우기 위해 개집도 손수 만들면서 이웃 어른들의 조언에 따라 닭장을 짓는다.
생전 처음 해 보는 일이었지만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일이 재미를 붙이며 하루하루가 보람을 느낀다.
성준은 일주일에 한번은 원빈이를 데리고 면회를 다닌다.
처음에는 원빈이가 오는 것을 완강하게 반대를 하던 정민영은 이제 주말이 되면 아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몰라보게 커져버린 원빈이의 모습과 예전과는 다르게 참으로 편안해 보이고 즐거워 보이는 아들의 모습에 안도의 숨을 내 쉰다.
“원빈아!
이번에 엄마한테 가면 이야기 할 것이 참 많겠다.“
“그럼요. 강아지 키우는 것과 새로운 학교에서 친구들을 사귄 것 그리고 학교가 너무 좋다는 것을 이야기 하려면 시간이 모자랄 것인데 어떻게 하지?“
원빈은 면회시간이 짧다는 것을 생각해 내는 것이다.
언제나 엄마의 얼굴을 잠시 보는 것뿐이다.
그것도 엄마의 품안에 안겨보지 못하고 창을 사이에 두고 얼굴만 보며 말 몇 마디 나누지도 못하고 돌아서는 것이 늘 아쉽고 안타까운 것이다.
“원빈아!
너무 한꺼번에 많은 것을 바라지 말자.
조금씩 천천히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먹자.“
성준은 원빈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다.
면회를 하고 돌아서면 원빈은 늘 눈물을 흘린다.
죄인으로 언제까지 그 안에서 살아야 하는 엄마를 생각해서 안타까운 눈물을 흘리는 원빈이다.
이제 원빈은 많은 철이 든 아이로 성장을 했다.
“아빠!
엄마가 많이 힘들고 지치지 않을까?“
“그래도 엄마는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처음보다는 많이 차분해지고 모든 것을 받아드리는 표정이 되어가는 것을 보니 아빠는 이제 조금은 안심이 된다.“
처음 민영의 모습보다 많이 차분해진 모습으로 변해가는 아내였다.
그렇게 독살스럽고 표독스러운 표정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참으로 이기적이고 타산적이며 냉혹하던 민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모든 것을 체념한 표정으로 원빈을 대하며 자신을 한껏 낮추려는 자세로 면회실에서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성준은 그런 민영의 모습이 처음엔 무척이나 낯설었다.
처음부터 성준이 보아왔던 민영은 매우 도도하고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대단한 여자였던 것이다.
이제 자신의 아내는 평범한 한 아낙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보면서 부와 명예가 어떤 것인지 짐작하게 해 주고 있었다.
“원빈엄마!
많이 힘들겠지만 참고 견디어 주는 것이 정말 고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