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기 전부터 이민철 씨에게 몇 통의 전화가 왔다.
아마 지금 출근해 있는 직원들은 모두 받은 듯했다.
아주 긴박하고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는 듯했다.
출근하고 곧장 이민철 씨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 안, 처음 보는 낯선 남자를 만났다.
마주치자마자 지금 상황에 함께 연루된 사이임을 단번에 알아챈다.
“안녕하세요. 혹시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이민철 씨 돕고 있는 박효진입니다. 이민철 씨는 어디 계신가요?”
“집에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집으로 갈까요?”
거센 눈발이 날리는 설 연휴 아침, 이민철 씨의 집에 왔고 처음 보는 이민철 씨 지인을 만났다.
사연은 이랬다. 설 연휴를 맞아 이민철 씨 집에 아는 형님이 놀러 왔다.
연휴를 시작하며 함께 회포를 풀고 나름 신년회를 가졌다.
형님은 배고픈 동생을 위해, 동생은 집에 놀러 온 형님을 위해 아낌없이 나누고 베풀었다.
그러다보니 두 분 주머니에 있던 돈은 모두 사라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밤부터 거세게 날린 눈발로 형님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형님은 염치없는 부탁임을 알지만 난처한 상황에, 또 동생의 성화에 직원에게 부탁하기로 했다고 하셨다.
몇 번을 죄송하다 말하는 형님께 몇 번을 괜찮다 말씀드렸다.
미안한 마음에 이민철 씨가 채비를 하고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던 형님은 눈사람이 되어 있었다.
머리와 안경, 어깨에 쌓인 눈을 털고 형님 집으로 향했다.
형님이 사는 곳은 이민철 씨 집에서 20분 정도 걸리는 가조면에 있었다.
길이 얼기도 하고, 내리는 눈에 시야가 가려져 도착까지 시간이 더 걸렸다.
운전은 힘들었지만, 그 덕에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군인이었습니다. 춘천에서 병 생활하다가 임관하고 화천에서 7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지금은 농사합니다. 소도 키우고. 조만간 염소도 들이려고 공사하고 있습니다.”,
“원래 남하에 어릴 때 살다가 다른 곳으로 이사 갔다 2년 전에 돌아왔습니다.”
정확하게는 대부분 이민철 씨와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고 직원에게는 따로 소개를 간단히 해 주셨다.
나이는 이민철 씨보다 한 살 많지만, 서로 존댓말을 하는 사이였다.
친해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고 아마 지인의 지인이라 서로 알게 된 듯했다.
“여기 마을 끝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눈이 많이 와서 차는 올라갈 수가 없겠네요. 괜찮습니다.
정말 죄송하고 고맙습니다. 걸어 올라가면 됩니다. 다음에 같이 집에 놀러 오세요. 구경도 하고.”
형님은 마을에서도 멀찍이 떨어진 곳에 사셨다.
긴 오르막길 끝 홀로 서 있는 집이 희미하게 보인다.
눈이 쌓인 탓에 차로 올라가지는 못하고 마을 입구 쪽에 형님을 내려 드린다.
이민철 씨의 수많은 친구, 형님 중 직원이 처음 뵙는 분이었다.
형님은 미안해하셨지만, 이민철 씨의 지인을 만날 수 있는 귀한 기회라
직원은 오히려 이런 만남이 신기하고 즐거웠다.
차에서 내리며 다음에는 이민철 씨를 초대하겠다 하는 형님의 말이 참 반가웠다.
직원이 모르는 새에 이민철 씨는 이렇게 좋은 인연을,
집에서 멀리 떨어진 가조면 마을 끝 언저리에 또 친구를 만드셨구나 감탄하게 된다.
역시 이민철 씨. 앞으로도 이렇게 다양한 사람과 왕래하며 사시길 바란다.
형님 집에 놀러간 이야기도 얼른 듣고 싶다.
2025년 1월 28일 화요일, 박효진
설 연휴 가운데 있던 일이라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두 분 관계와 상황을 살펴 차분하게 대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명절이라는 때가 그런 것인지, 눈 내리는 날씨 영향이 있는지, 글 속 묘사가 그런지 어딘가 문학 한 대목을 읽는 기분입니다. ‘다음에 놀러 오라’는 말씀 고맙습니다. 이민철 씨와 함께 다녀오며 인사드려도 좋겠습니다. 정진호
명절 연휴에 서로에게 의지가 되었네요. 종종 소식 들으면 좋겠습니다. 신아름
이민철 씨의 채비를 기다리며 눈사람이 된 것이나 한 살 많은 나이에도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시는 분이라니, 궁금합니다. 좋은 인연, 좋은 사람 붙여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민철 씨 복. 월평
이민철, 주거 지원 25-1, 추억들 덕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