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면 이해심이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격이 높아져서 인가.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자. 나이들어 무슨 인생공부를 해 본 적도 없다. 그런 분들도 있겠지만 대체로 나이들어 배울만큼 배웠으니 이젠 더 들여다 볼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많다.
나이들어 이해심이 넓어지는 이유는 성인군자가 되서도 아니요 다만 이런 저런 일을 겪다보니 남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것 뿐이다. 단순히 경험이 늘어난거지 인격이 훌륭해진 건 아니라는 얘기다.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경험이 적어 착각도 많이 하지만 나이들어서도 착각 속에 사는 건 여전하다.
사실 나이가 들면 이리 사는게 옳고 그르고 이런 생각을 오히려 젊었을 때 보다 더 안하게 된다. 공부를 게을리한다는 얘기다. 왜냐. 공부해봐야 별로 써먹을 데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나이들면 마치 원숙한 노인네라도 되는 듯이 행동한다. 젊은이들은 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자기만 옳은 줄 안다. 반은 똥고집이요 반은 정신능력 퇴화다.
옛날에 매일 고속도로로 출퇴근한 적이 있는데 고속도로에서의 장난은 다름아닌 과속이다. 냅다 밟으면서 심심풀이 하는거다. 지금 생각하면 운이 좋았기에 살아남은거라 볼 수 있다. 아침에 그 넓은 고속도로에 차 한대도 안보이는데 누군들 쌔려 밟고 싶지 않겠는가. 각설하고 제일 고약한차가 수산물운반하는 차다.
처음에는 아니 탱크에 물까지 채우고 왜 저리 쌔려밟는지 이해가 안갔다. 알고보니 수산물 운반차는 시간이 생명이다. 물채우고 산소공급해도 활어는 죽어 나가자빠진다. 이게 시간에 비례하는거다. 누구라도 과속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걸 알고나니 이해가 된다. 다음부터는 이런 차 만나면 어지간하면 비켜준다. 이건 내가 맘이 좋아서가 아니라 겪어보고 알기에 이해심이 생기는거다.
이런 일은 사실 우리 생활 곳곳에 비일비재하다. 상대방을 이해 못해 다투는게 반이상이리라. 나살기도 바쁜데 언제 남까지 이해하랴 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쌈박질만 해대면 마음이 편하겠는가.
각설하고 노인의 장점은 경험이 많다는거다. 그래서 이해심이 생기는거다. 젊었을 때같으면 성질나면 멱살잡고 싸움이라도 하겠지만 이제는 얻어 터질까 두려워 어지간하면 피하게 된다. 이것도 경험인거다. 나이 많다고 인격수양이 잘되는 것만은 아니다. 또 인간이 인격수양이 되면 얼마나 되겠는가. 백살을 먹어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게 훨씬 더 많은 법이다.
좌우지당간 남을 이해하면 다툼은 줄어든다. 화도 덜 내게 된다. 기운도 빠지니 싸울 기운도 없다. 또 자기가 부족하다는 걸 깨닫게되니 겸손해지기도 한다. 이게 나이들면 사람이 부드러워지는 이유 아니겠는가.
첫댓글 잼있는글입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