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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과 한반도 안보에 대한 함의
서론
미국 국방부 차관(Deputy Secretary of Defense) 캐슬린 힉스(Kathleen Hicks)는 2023년 12월 10일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주요 교훈과 함의를 발표했다. 이 발표는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경과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도출된 교훈이 한반도를 포함한 인도양태평양 지역의 안보환경에 주는 함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캐슬린 힉스 차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이 현대전의 핵심 특성으로서 정보우위, 통합전투능력, 장기전 대비, 동맹관계, 그리고 방위산업 기반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첨단 군사력의 단순한 보유보다는 이를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통합능력이 더욱 중요하며, 동맹국들과의 긴밀한 협력이 전쟁 수행과 억제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 글은 힉스 차관이 제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주요 교훈들을 정리하고, 이것이 한반도 안보에 주는 시사점을 요약하고자 한다. 이는 향후 한반도의 안보태세를 강화하고 대비태세를 점검하는 데 있어 중요한 참고가 될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의 교훈
캐슬린 힉스 차관이 분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핵심 교훈은 여섯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정확한 정보우위가 전쟁의 시작부터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
둘째, 첨단 군사력의 보유보다 이를 효과적으로 통합운용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
셋째, 장기전 수행을 위한 전략적 지속능력이 필수적이라는 점,
넷째, 동맹국들과의 긴밀한 협력이 전쟁 수행과 억제의 핵심이라는 점,
다섯째, 견고한 방위산업 기반이 전쟁 지속력의 근간이 된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도양-태평양지역에 대한 함의로 정리되었다.
1. 정보우위
현대전에서 양질의 정보는 지속적인 정보우위를 제공한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Russia)의 우크라이나(Ukraine) 침공 이전,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를 예측하지 못했으나, 미국은 정확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이를 사전에 감지하고 동맹국들과 공유했다. 힉스 차관은 미국이 러시아군 배치에 관한 징후와 경고에 대해 충분한 확신을 가지고 있어 이 정보를 동맹국과 협력국에 전파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모두가 믿지 않았지만, 믿었던 국가들은 더 잘 준비할 수 있었다” 고 했다. 이는 현대전에서 정보우위의 중요성과 동맹국간 정보공유의 가치가 현대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입증하는 사례이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미국이 이러한 정보를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공개하며 동맹국들과 공유했다는 것이다. 이는 동맹국 간의 긴밀한 정보공유가 잠재적 위협에 대한 조기경보체계로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입증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동맹국들과 지속적으로 공유했고, 이는 서방 동맹국들의 신속한 대응으로 이어졌다. 러시아의 침공 의도와 기만적 선전 시도를 사전에 폭로함으로써, 우크라이나와 서방 동맹국들은 군사적 준비태세를 강화하고 사전에 조율할 수 있었다. 이는 평시부터 구축된 동맹국 간의 긴밀한 정보공유 체계가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현대전에서 동맹국 간의 정보공유는 단순한 군사정보 교환을 넘어 전략적 억제와 위기관리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2. 통합전투능력
문서상의 첨단 군사력보다 실질적인 통합전투능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도 이번 전쟁을 통해 분명히 드러났다. 단순히 첨단 군사력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전장에서의 승리를 보장할 수 없으며, 이를 ‘체계들의 체계(system-of-systems)’로 통합하여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이 결정적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러시아군은 체첸(Chechnya), 조지아(Georgia), 시리아(Syria), 그리고 2014년 이후 우크라이나에서의 작전 경험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통합전투능력에서 심각한 결함을 보였다. 이는 현대전에서 개별 전투체계의 성능이나 과거 전투 경험보다는 이들을 효과적으로 통합하여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힉스 차관이 강조한 것처럼, “준비태세, 훈련, 그리고 작전술—특히 시공간을 초월하여 체계를 깊이 있게 통합하는 방법—이 단순한 수적 우위나 기술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군사력을 제공한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부터 미국 및 협력국들과 함께 자국 방어를 준비하면서 이러한 통합전투능력을 발전시켜왔다.
특히 지상전력, 항공전력, 방공전력 간의 긴밀한 협조체계 구축, 정보자산의 효과적인 통합 운용, 그리고 지휘통제체계의 유연성 확보에 주력했다. 이러한 노력은 초기 방어작전에서 큰 성과로 이어졌으며,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군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었다. 이는 현대전에서 통합전투능력이 전투력 발휘의 승수효과(force multiplier)로 작용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이다.
3. 장기전에 대한 대비
장기전 대비의 중요성도 이번 전쟁의 핵심 교훈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전투의지와 혁신 능력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했다. 러시아는 자신들의 군사력을 과신하고 우크라이나의 전투의지와 혁신 능력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했다. 푸틴은 신속한 ‘특별군사작전’을 통해 10일 만에 우크라이나를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으나, 이는 심각한 오판이었다.
현재 전쟁은 목표 시간의 100배가 넘는 기간 동안 지속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드론 전술의 혁신적 활용, 효과적인 비대칭 전략 수립, 그리고 서방의 지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강대국 러시아의 공세를 막아내고 있다. 이는 “교육받고, 네트워크화되고, 능력 있는 사회의 자기조직화 및 침략 저항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중요한 교훈을 제시한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적절한 능력과 지원이 있다면 작은 세력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더 큰 적대 세력을 붙잡아둘 수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저항은 장기전에서 국가 총력전체제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정규군 작전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과 시민사회의 역량을 총동원하여 전쟁 수행능력을 강화했다. 특히 IT 기업들의 사이버 방어 지원, 민간 드론 업체들의 군사적 활용 확대, 시민들의 자발적인 정보제공과 저항운동 참여는 장기전을 지속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적절한 능력과 지원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작은 세력이라도 더 큰 적대 세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이는 장기전 대비가 단순한 군사력 증강을 넘어 사회 전반의 회복력(resilience)과 적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시사한다.
4. 동맹과의 협력
동맹과 협력관계는 현대전에서 비대칭적 우위를 제공한다. 나토(NATO)에서 오커스(AUKUS, Australia, United Kingdom, United States)까지, 미국과 영국은 수십 개의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이들은 방공체계, 포병, 차량, 탄약 등 안보지원을 제공하고, 다양한 경제적 제재를 통한 비용을 부과하며,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수호하고 있다. 동맹국들은 가치를 공유하고, 깊이 있는 훈련을 실시하며, 상호 접근성과 기지, 영공을 제공한다. 이들의 능력은 완벽하게 상호운용 가능하며 점차 상호 교환 가능해지고 있다. 이러한 동맹관계는 수십 년, 때로는 수세기에 걸친 상호 투자의 결과이다.
2024년 10월까지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단위: 10억 유로(약 10.9억 달러))(Source: https://www.cgdev.org/) 반면 러시아는 현재까지 임시방편적인 독재정권들의 무기고에 의존해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푸틴이 끌어모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부품과 무기, 병력을 보내는 것이 모든 면에서 원활한 협력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이는 “많은 동맹국 없이는 장기전을 치르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5. 방위산업 기반의 확충
“생산이 곧 억제력”이라는 인식은 더욱 분명해졌다. 특히 이 전쟁에서는 대량의 탄약 소비가 두드러졌는데, 우크라이나군은 하루 평균 5,000-6,000발의 포탄을 사용했으며, 러시아군은 이보다 2-3배 많은 포탄을 소비했다. 이는 평시 생산량을 크게 초과하는 수준으로, NATO 회원국들의 재고를 빠르게 고갈시켰다. 이러한 상황은 방위산업의 생산능력이 전쟁 수행의 핵심 요소임을 입증했다. 서방 국가들은 이에 대응하여 탄약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생산라인을 현대화하며,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등 방위산업 기반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푸틴의 침공은 역설적으로 서방 방위산업의 혁신적 변화를 촉발했다. EU는 'Act in Support of Ammunition Production (ASAP)' 계획을 통해 연간 200만 발의 포탄 생산을 목표로 설정했으며, 미국도 방위산업 생산능력 확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생산량 확대를 넘어 전략적 차원의 산업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첨단 무기체계의 핵심 부품 국산화, 희토류와 반도체 등 전략물자의 공급망 재구축, 동맹국 간 방산협력 강화가 추진되고 있다. 특히 AUKUS를 통한 잠수함 건조 협력이나 극초음속 무기 공동개발은 방위산업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적인 구매자-공급자 관계를 넘어, 기술 공유와 공동 개발, 생산 시설의 공유, 그리고 완제품의 상호 운용성 확보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산업 협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방위산업이 단순한 군수물자 생산을 넘어 동맹 강화의 핵심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6. 인도양-태평양 지역에 대한 함의
이러한 교훈들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 러시아의 초기 전투 실패는 중국에 깊은 우려를 주어야 한다. 특히 중국 인민해방군이 러시아군보다 현대전 경험이 훨씬 적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인민해방군은 지난 40년간 실전 경험이 전무하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저항과 혁신 사례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에서 분명히 인식되어야 한다. 중국이 이웃 국가를 침략한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경험한 것과 같은 장기전에 직면할 것이다.
동맹국들의 힘은 인도양-태평양 지역에서 더욱 강화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Lloyd Austin) 미 국방장관이 언급한 “새로운 수렴(New convergence)”은 동북아시아의 한국, 일본에서부터 호주, 그리고 태평양 도서국가들까지 광범위한 지역의 동맹국과 협력국들 사이에서 뚜렷하게 관찰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동맹 강화는 미국, 영국, 호주 3국 간 안보 파트너십인 AUKUS를 통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AUKUS를 통한 협력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첫째, 잠수함 탐지 및 추적 능력 향상을 위한 첨단 알고리즘을 공동 개발하는 등 대잠수함전(ASW) 능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둘째, 미국의 군사 플랫폼에서 영국의 어뢰를 발사하고, 반대로 영국 플랫폼에서 미국의 어뢰를 운용하는 등 무기체계의 상호운용성을 높이고 있다.
셋째, 극초음속 무기 개발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복합 자율 무기체계 분야에서 실질적인 기술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동맹국 간 전략적 신뢰를 강화하고 군사적 능력을 통합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한반도 안보에 대한 시사점
인도-태평양 지역의 잠재적 침략자는 유럽에서 러시아가 직면한 것과 같은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 군사적 침략으로는 목표를 신속히 달성할 수 없으며, 점차 국제적 고립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군사적 결과를 넘어 자유진영은 심각한 경제적, 평판적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 이러한 분쟁에서 침략자는 이웃을 괴롭히거나 침략하는 국가와의 연관을 기피하는 국제사회의 특성으로 인해 글로벌 선의가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힉스 차관은 마지막으로 두 가지 핵심 메시지를 강조했다. 첫째, 유화정책이 침략자를 더욱 대담하게 만든다는 역사적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단지 크림반도(Crimea)일 뿐”이라거나 “단지 돈바스(Donbas)일 뿐”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거의 한 세기 전인 1930년대 후반 나치 독일의 팽창 정책을 마주했을 때 “단지 오스트리아(Austria)일 뿐”, “단지 수데텐란트(Sudetenland)일 뿐”이라며 히틀러의 영토 침탈을 방관했던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1938년 3월 오스트리아 병합을 묵인했을 때, 그리고 같은 해 9월 뮌헨 협정으로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데텐란트 지역을 독일에 양보했을 때, 서구 열강들은 이것이 히틀러의 마지막 영토 요구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러한 유화 정책은 오히려 나치 독일의 야망을 키웠고, 결국 1939년 9월 폴란드 침공과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이어졌다. 이는 침략자의 부당한 요구에 대한 안이한 타협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교훈이다.
둘째, 민주주의 국가들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어떠한 세력보다도 오래 견디고 승리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는 자치정부를 지키고, 신뢰를 구축하며, 민주주의 원칙과 법치를 수호하기 위한 헌신적인 시민들의 지속적인 노력을 필요로 한다. 힉스 차관은 “우리 군대, 국가, 동맹의 가장 강력한 부분은 첨단 능력이나 군사력의 규모, 심지어 기술과 작전개념의 새로움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대신, 우리의 가장 지속적인 이점은 민주주의가 수호하는 열린 사회의 생명력에서 온다: 우리의 경제, 문화, 자유로운 정신과 시장, 자유로운 국민에서 태어난 아이디어들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교훈들은 한반도 안보에도 직접적인 함의를 제공한다.
첫째, 한미동맹의 강화와 확장억제의 실효성 제고가 필수적이다. 특히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한 한미 간의 긴밀한 정보공유와 공조체계는 더욱 강화되어야 하며, 이는 효과적인 억제력 확보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례에서 보듯이, 동맹국 간의 긴밀한 정보공유는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이다.
둘째, 방위산업 협력 확대와 자주국방력 강화가 시급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전 수행능력과 지속가능한 방위산업 기반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었다. 한국은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과의 방위산업 협력을 강화하여 핵심 무기체계의 개발과 생산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첨단 무기체계의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의 자체 개발 능력 확보, 탄약의 안정적 생산과 비축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셋째, 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국제연대의 강화가 필요하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에서 보듯이, 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는 침략을 억제하고 위기 상황에서 효과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법치주의와 국제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수호하는데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동맹을 넘어 경제, 기술,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포괄적 협력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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