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중에 최근에 돌아가신 분이 있다. 가까운 친척은 아니기에 돌아가시고 홀로 된 아주머니가 걱정은 되지만 그려려니 했다. 그런데 돌아가시고 나서 지난 얘기 하는 과정에 그분이 노래를 잘해서 지자체로부터 한달에 80만원 가량 돈을 받아오셨다는거다. 국가지원금으로 월 80만원이면 적은 돈이 아니다. 매우 큰 돈이다. 노래를 잘해서 돈을 받으셨다고 쉽게 흘려가는 말 속에 에쿠 이분이 무형문화재였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머리를 스친다.
아낙네들은 참으로 남자와 다르다. 무형문화재가 되려면 그게 어디 쉬운일인가. 다시말해 문화재란 얘기다. 그런데도 그저 노래잘하는 아저씨 이리만 생각했음에 틀림이 없다. 어쩌다 한번 뵈도 전혀 그런 티가 나지 않는 분이셨다. 하지만 그분의 인생은 거기에 바쳐진게 아니겠는가. 알고보니 지방 토속노래를 잘하셨다하니 노냥 무대에서 부르는 가수도 아닌데 누가 그리 알아주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무형문화재면 대단한거다. 물론 문화재도 여러 등급이 있겠지만 월 80만원 이라는 지원금은 사실인 걸로 보아 상당한 공과가 있는 분이다. 티내는거 하나도 없이 그저 평범한 동네아저씨처럼 살아가셨다는데 오히려 짠한 마음이 든다. 아니 부인도 대수럽지 않게 생각하는데 일반인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이리 생각하면 남자들의 삶이란 참으로 뭐라 말로 표현 할 수 없이 적적하다. 혹자는 이리 얘기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아니 죽어서 이름을 남긴게 아니라 사람들이 그리 불러 칭송한 것 아니던가. 후세의 필요에 의해서 이름이 남는거지 이름 안남기고 죽은 사람은 다 개털인가.
이는 휼륭한 명망을 가진 분들을 폄훼하고자 함은 아니다. 다만 후대의 명성이라는게 삶을 사는 목적은 될 수 없다는거다. 평탄한 삶을 살아서는 이름을 남길 수 없다. 전쟁터에서 전사하던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던 멸문지화를 당하던 좌우지당간 고통과 환란의 역경속에 위인은 싹이 튼다. 그러하다고 장래 되고싶은 사람을 묻는다면 나는 위인이 되겠소하는 애들은 거의 없다.
이와같이 위인이란 결과로 남는거지 위인되는 과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사후에 평가받는다는 얘기는 다시 말해 후세의 필요에 의해 추앙된다는 말이다. 우리가 모르는 위인도 부지기수로 많을 수 있다. 역적이 되면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역사에서 지워진다. 언젠가는 밝혀진다하지만 밝혀지지 않고 사장된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전쟁을 지휘한 장수는 영웅이 된다. 이순신도 그렇고 맥아더도 그렇고 나폴레옹도 그렇고 잔다르크도 그렇다. 그리 생각한다면 그저 조국을 위해 싸우다 전사한 일개 병졸은 뭐가 되는가. 또 그 전사자들의 이름이 다 밝혀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무명용사의 탑에 또는 국립묘지에 하나의 비석으로 서있다해서 그 분들을 영웅이라 하지는 않는다. 이리 말하는 이유는 꼭 세상에 이름을 떨쳐야만 그 사람이 위대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각설하고 무형문화재로 평생을 바치고 희노애락을 같이하다가 돌아가신 친척분의 삶을 우리는 뒤따라가고 있는거다. 아니 그정도의 흉내도 못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사람의 삶이란 남자의 삶이란 참으로 적적하다. 남자가 이리할진대 여자는 또 어떠한가. 그냥 누구 엄마로 남다가 그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존재다.
위인이나 영웅이 될 능력도 안되지만 그리 되고싶은 마음이 들지도 않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