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목달식사 장소에서 마시면 안 된다는 알콜의 위력에 무너져 봉익선배님과의 취중통화 내용
최봉익 선배 : 안찬기 내년 동아에서 한 번 붙자!
안찬기 : CALL
최봉익 선배 : 뭐 할까?
안찬기 : 3시간 30분 이내 완주하는 것으로 되겠습니까?
최봉익 선배 : CALL
이렇게 비정상적인 정신상태에서의 계약은 성사(상법상 무효 조항이 될는지 법대 선배님들 주석을 달아주시길....)되고 “남아일언 풍선껌”이 아닌 “남아일언 중천금”이라는 지키지도 않아도 될 격구 앞에 다음날 아침에 잠에서 깨어 났을 때 지난번 지껄였던 취중발언의 무게는 하루하루 삶의 부담이 되었다.
없던 것으로 전화할까 몇 번 딸막딸막 망설이다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썩어도 준치”라는 오기가
가슴속에서 스물스물 기어올라 지난 1월 10일 과감하게 동아마라톤 참가신청을 했다.
작심삼일이라고 했던가? 동아마라톤 신청을 마치고 새벽에 5시에 알람을 맞춰 새벽에 집 주위를 달리기
해야지 결심하고 3일간은 억지로 선잠을 깨워 새벽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렸다.
근데 달리기를 하지 않다가 갑자기 달리기를 하고 사무실에 출근하니 오전부터 피로가 몰려와 병든 병아리처럼 해롱해롱~~ 오후 되면 거의 정신과 육체는 분리되어 하루를 무사히 마치고 퇴근하는 것이 지지옥 같은 일과가 되다보니 아침에 일어나 달리는 것 조차도 중단되었다.
간간히 목달에 나가 10여km 달리는 자체가 나의 달리기 전부였다.
체중은 76.8kg! 거의 씨름선수로 전향하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뿐만 아니라 그 동안 입고 다니던 기성복은 하나같이 허리 싸이즈를 리폼하기 위해 마누라는 세탁소에 왔다갔다....
목달 식구들은 “싸움은 붙이고, 흥정은 말려야 된다”는 어의변천된 격구로 계약은 유지되는 와중에 관중도 책임을 져야한다는 취지에서 계약내용에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1. 2인이 모두 3시간 30분 이내 완주할기 나머지 목달 가족이 회식 지원하기
2. 2인이 모두 3시간 30분 이내 완주하지 못할 경우 2인이 목달 가족 회식 지원하기
3. 1인이 3시간 30분 이내 완주할 경우 못한 1인이 독박으로 회식 지원하기
세월은 야속하게도 너무 빠르게 흘러 1월도 훌쩍 흘려 보내고 2월을 시작한지 5일째 되는 날 퇴근 이후 이렇게 하면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아 헬쓰클럽에 3개월 등록하고 곧 바로 트레이드 밀에 몸을 맡겠다. 근데 호사다마라고 할까.... 등록하고 며칠째 되던 날 달리고 있는 나에게 관장이 찾아와 잠시 면담을 하자고 한다.
관장 왈 : 마라톤 할려고 합니까?
안찬기 : 네 마라톤 연습 할려고 합니다.
관장 왈 : 여기서 마라톤 연습하면 안됩니다.
안찬기 : 왜요?
관장 왈 : 트레이드 밀에서 너무 빨리 뛰면 옆 사람에게 방해가 되고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민원을 제기 할뿐만 아니라 30분 이상 뛰면 안 됩니다.
안찬기 : 무슨 개뼉다구 같은 소리 합니까? 헬쓰클럽 등록할 때 빨리 달리면 안 된다는 내용과 30분 이상 트레이드 밀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습니까? 있으면 보여주시고 없으면 환불해 주세요!
관장 왈: 환불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하시지요?
안찬기 : 뭘요?
관장 왈 : 달리기는 10km 이내로 하시고 30분 정도만 뛰어 주시길....
안찬기 : 맘에 안 들지만 눈치껏 할께요!
이렇게 관장과 타협 아닌 타협을 하고 아침에 6km 정도 조깅수준으로 아침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2월 11일 신종철 선배가 토달 장거리 훈련계획에 동참하기로 작정하고 나의 장거리 능력을 테스트 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결론은 아직도 썩은 동아줄은 아닌 것 같았다.
내심 훈련을 열심히 하면 3시간 30분 이내 완주는 무난하리라는 자신감도 있었고 2월 26일 밀양 마라톤 완주목표를 1시간 40분 이내로 계획하고 참석한 결과 1시간 38분에 완주하였으니 어느 정도 자신감은 100% 정도 이르렀다.
아침 저녁으로 짧은 거리지만 매일 헬스클럽에서 달린 결과 체중은 76.8에서 시작하여 3월 16일 체중계에 올라가니 70.5kg 이었다. 45일 정도에 6.3kg 감량!! 나름대로 목표치에 도달하였지만 체중감량의 목표에 미달한 부분과 목전의 동아마라톤을 앞두고 찜찜한 하나! 즉 장거리 훈련을 적어도 2~3번 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동아마라톤 배번이 택배로 사무실로 배송되고 지점 가족들에게 2년 6개월만에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니 개개인이 하고 싶은 말을 배번에 남기라고 주문을 하였다.
낙서가 아니라 거의 항칠로 도배된 배번을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계획된 목표를 달성하리라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져보았다.
3월 17일 오전 약속된 라운딩이었기에 펑크도 못 내고 열심히 땅을 파고 있는 와중에 고안나 선배님으로부터 카톡이 날아온다.
고안나 선배님 : 동마 출정 준비는 장 했남요?
안찬기 : 공치고 있습니다.
고안나 선배님 : 이 날씨에 서울은 언제 갈건데..
안찬기 : oo 날씨는 넘 좋은데요! 오후 5시 기차로 갑니다.
고안나 선배님! 잘 치고 잘 뛰고 오이소오!
집에 도착하니 오후 2시! 새벽부터 서둘러서인지 피로가 몰려와 잠시 눈 붙이고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잠시 낮잠을 청하였는데 꿈속에서 기차시간을 놓쳐 기차를 못 타는 꿈에 눈을 뜨니 오후 4시! 마라톤 물품 준비가 안 되어 있어 허겁지겁 준비하는 과정에 그냥 못 간다고 호진 총장에게 전화할까 몇 번 망설였다.
컨디션도 안 좋고.... 또 풀 코스 뛴다고 생각하니 힘든 것 왜 또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겨....
10여분만에 챙길 것 챙겨서 승용차로 비행기 속력으로 사무실까지 가니 4시 30분! 부산진역에서 지하철로 부산역에 도착하니 4시 38분! 일행과 조우하여 기념 샷 한 컷!
KTX 동반석 좌우에 8명이 앉아 저녁 숙식장소! 경주마들의 흥정내용! 등등의 이야기 화제가 왔다갔다 하는 중간에 맥주 한 자고 제의하니 신, 장, 2박, 김 다섯 분은 거절하고 2김, 안은 맥주 1캔을 쭉쭉 맛있게 빨아 먹고 서울역에 도착하였다.
일행과 헤어지고 오랜만에 만나는 동료와 저녁 겸 반주로 쇠주 1병, 맥주 3병을 입가심하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자리가 바뀌어서인지 아님 알콜량이 부족해서인지 자는둥 마는둥 5시에 일어나 라면을 끓여 대충 요기를 때우고 6시 20분 광화문으로 향하였다.
광화문 교보생명 앞에 아무리 돌아 다녀봐도 일행은 안보여 호진님께 전화하니 교보생명 앞 세종대왕 동상 근처에 있다고 한다.
일행을 만나 기념사진! 스트레칭! 파이팅을 외치면 각자의 출발 존으로 이동!
8시! 선수출발! 5분 명예의 전당을 시작으로 A, B그룹 출발!
8시 15분에 C, D그룹 출발하고 이어 20분경 E그룹 출발하였다!
처음부터 떼로 엉켜있는 D그룹을 추월하기 위해 달리는 속도는 과속! 정속! 과속! 정속을 반복하면서 을지로 4.5km 반환할 즈음 힘이 많이 부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
그래도 추월하는 재미로 청계천 반환점을 지나고 종각역을 지나 15km 지점에서도 5km마다 랩타임이 24분을 넘지 않았다.
이대로 35km 가면 목표시간 이내에 완주는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 즈음 일정하지 않은 속도 때문에 급격하게 피로가 몰려오고 힘이 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20km 지점 5km 랩타임이 24분 30초를 초과하기에 좀더 힘을 내어 뛰어 보지만 속도는 나지 않는다.
25km까지는 km를 5분 이내로 뛰었지만 이제 장거리 훈련 부족으로 급격하게 체력이 고갈된다는 신호가 온 몸에서 보내온다!
또한 3년 전에 훈련된 육체로 인하여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뛰어도 전혀 이상을 느끼지 못한 발바닥이 넘 아파 온다! 160g 선수용 운동화에 적응되지 않은 주인 잘 못 만난 발바닥! 체중감량 부족 등에 의한 육체의 고통으로 인하여 이러다 완주나 할 수 있을까! 완주 못 할 경우 나를 안다는 지인들의 조롱거리로 회자되는 환청이 들리기 시작할 무렵 잠실대교 중간에 종아리에 쥐 한 마리가 종아리를 물어 뜯는다.
잠실대교 난간을 부여잡고 스트레칭 빡세게 하고 나니 어느 정도 통증은 없어지고 나는 뛰지만 길거리에 나온 관중들은 빠르게 걷는 수준으로 보일 것 같은 속도로 남은 거리를 한없이 달렸다.
이제 나에게 남은 위로는 딱 한 가지!
봉익 선배도 100% 목표시간 이내에 완주 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들자 나의 목표도 없어지고 완주한다는 목표에 힘을 실어 잠실 운동장으로 힘든 마지막 역주를 하면서 나의 123번째 풀코스 완주를 마쳤다!
골인점에 들어와서 물품을 찾아 소방서에 있는 수도 시설을 이용하여 팬티차림으로 찬물로 대충 샤워를 마치고 일행과 조우하여 무슨 맛인지 모르는 삼계탕 한 그릇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부산행 KTX 나 홀로 좌석에 지친 몸을 의지하여 동아마라톤 여행을 마쳤다.
동아마라톤 출전과 대회에 참가하면서 나름대로 결론을 내려본다.
1. 마라톤 풀 코스 완주를 위해서는 장거리 훈련(35km 이상)이 되지 않았으면
완주는 할 수 있을지언정 시간목표 달성은 힘들다는 사실!
2. 아무리 뛰어난 체력과 자심감이 있더라도 체계적인 훈련이 되지 않을 경우
본인의 신기록은 힘들다는 사실!
3. 자신의 능력이나 준비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무리하게 기록에 도전하는 것은
불가능한 사실을 가능하다고 착각하게 만든다는 사실
4. 자신감이 아닌 자만심은 오히려 자신을 더 초라하게 한다는 사실!
하지만 또 다른 사실을 발견했다.
1. 2년 6개월만에 풀코스 도전이었지만 짧은 시간에 완주할 수 있는 능력의
또 다른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는 사실!
2. 비록 목표 기록에는 미달하였지만 절반의 성공이었다는 사실!
3. 당분간 준비 안된 풀코스 도전은 안 한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사실!
첫댓글 절반의 성공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안찬기, 힘!
효마클 전설: 내기가 사람만든다.
그려 그래서 마라톤은 허벌나게 피곤한 운동이라고 안하나... 아무리 서브3면 뭐하고 100회이상 뛰어도 쉬었다가 할려면 맨바닥 헤딩이니...
그래도 욕 봤다. 목달 회식날 함 보자.
효마클 진실: 내기가 사람잡는다.ㅋㅋㅋㅋㅋ
효마클 미담: 내기로 잔치한다.ㅎㅎㅎㅎ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
122번을 뛰어도 여전히 힘든 풀코스..마라톤은 예전에 어쨌더라는게 소용없는
현재진행형 운동인게 확실하네요..고생 많이 하셨고 완주 축하드립니다...^^
정말 준치입니다. 다시 발동건 김에 썹쓰리 한번 더 하시지예,ㅎㅎ
내가 미치지 않으면...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신종철 선배님께 여쭈어 보시길...
종철이 하고 춘마에 내기 한번해라.. 내기가 사람 만든다...
저도 다시 뛰기가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과거의 생각만 나고 현실이 따라 주지 않으니 실망이 크지요
어떻게 하면 좋은 기록이 나오는 줄 알면서도 그렇게 할 엄두가 안나지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다시 주력을 회복하시면 되리라 봅니다.
무리하면 또 부상...회복....부상...회복 악순환이 됩니다. 4자 보기를 한번 해보고 싶은데 마음만...앞서고 말입니다.
지점장님 회사에서 인기가 장동건보다 낫네.
123번째 풀 뜯기! 욕 마이 봤습니다. ㅎㅎ
구용운샘! 내기는 구경꾼의 입을 즐겁게 만든다...ㅋ
역시 안찬기는 못 말려 ㅋㅋㅋ
123번째 완주 축하드립니다. 마라톤은 인생과 같다는 생각이 선배님의 글을 통해 느껴집니다. 준비한만큼 즐길수 있는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우리 안 감독이 게시판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셨네!
마라톤의 단맛 쓴맛 다~본 사람이 필설로 우찌 다 나타내것소. 그림자 비칠때까지 전설이 살아있음을 오래오래 보여주시구랴.
종철이하고,찬기..핫매치가 되겠는데...
찬기 지점장님! 재기를 추카함더 ㅠ ㅠ ~
완주 후 전화기 넘어 목소리가 삐닥혀 얼마나 새빠지게 뜃는지 알아봤지. 회복 잘 하시고 건강 조심혀.
예전 실력이 슬슬 나오네...다시 한번 불을 붙여 봅시다~안찬기 힘!
다소 긴내용이지만 집중 완전 짱~~ 실감나는 마라톤이야기, 넘 멋져요 안감독님. 목달이라서 더 이쁘요 ^^
후기 읽으니 생각이 바뀌네요, 나도 마지막 풀 뛴지 3년 넘었는데,..
123번째 풀 완주축하드립니다. 앞으로 124번째 , 125번째 쭉쭉쭉~~~!!! 안찬기 힘!!! ^^
하여간 상상도 할 수 없는 기록에 고개가 절로 숙여지네....축하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쭉 달려야지,,,ㅎ
3시간 반은 모르겠고 123가 눈에 확 들어오네. 대단한 찬기 힘
123! 의미가 있네요. 혹 321은? 암튼 대단하십미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