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내내 잊을 만하면 조바심이 났다. 조바심은 재촉이 되었다.
1월은 특히 바쁘다고 들어서 잊을 만하면 어머니에게 계획 의논 일정 조율 연락을 드렸다.
한 차례 통화 연결이 되었을 때 27일 해민이 본가 귀가를 도울 때 잠시 시간을 내겠다고 하셨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촉박하지 않을까 했다.
또, 어느 정도 정돈된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텐데 막 집에 가려는 참에 의논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적당한 날을 고민하고 있던 중 개인 파일 서류 정비, 금전 관련 서류 서명을 구실로 월요일 본가 귀가를 앞두고 금요일에 댁으로 찾아뵙기로 했다.
출발 전 내가 휴대폰으로 어머니 연락처를 찾고 해민이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어머니, 해민이와 전화드렸어요. 이제 출발합니다. 도착해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도착해서는 뒤에 타고 있는 해민이를 대신해 전화를 건다.
“해민아, 도착했네. 어머니께 다시 전화드려볼까?”
들어오라는 어머니 말에 해민이와 차에서 내렸다.
해민이에게 안내를 부탁하려는데 현관문이 열리고 어머니가 집 앞까지 나오셨다.
해민이는 어머니 손을 잡고 가고 나는 뒤따랐다.
어머니가 커피를 준비하시는 동안 해민이는 잠바를 벗는다.
어머니는 미리 표를 살펴보셨다며 펜을 들고 자료를 살피시며 의논을 주도하셨다.
표 한 칸 한 칸마다 어머니 상황과 사정, 뜻을 설명하셨다.
직원은 어머니와 눈을 맞추며 그저 경청한다. 다만 직원의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말을 더할 뿐이었다.
주로 의논한 가족 과업에서 연락은 수시로 하되 매일 통화는 쉽지 않아 주로 사진으로 일상을 전하기로 하고, 한 주의 주요한 일을 통화하며 나누기로 했다.
주기적인 외박은 현재 다른 일손이 없어 어려운 상황이다.
늦은 밤까지 작업이 이어질 때가 많고 세월이 흐르며 몸도 예전 같지 않아 속상하신 것 같기도 했다.
시간 날 때 한 번씩 들르기로 하고, 어머니도 여유가 있을 때 때때로 연락하신다고 하셨다.
생일과 명절을 비롯한 기념일 등에는 직원이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어머니도 매번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셨다.
때마다 직원이 다소 재촉한다고 느끼셨나보다.
직원도 꼬박 한 해는 아니지만 어느덧 한 해를 지내보았으니 더 자연스러워지기를 기대한다.
어머니 성향이 직원의 기대만큼은 아닐 수 있겠고 직원의 성향 또한 어머니의 바람과 일치하지는 않을 수 있다.
마음에 품기만 해야 했던 어머니 심정을 다시 떠올려본다.
다행히 이야기를 나눌수록 어머니 표정도 편안해 보였다.
조부모님과의 관계를 이어가기란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어머니가 해민이와 할머니에게 전화드리는 것에 약간의 불편한 기색을 보이셨다.
가족의 일이니 직원으로서 더 여쭐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다만 가끔씩 문자메시지로 사진은 보내보기로 한다. 답장이 오든 오지 않든.
올해도 소아신경과 진료와 뇌전증 약 처방, 재활의학과 정기 진료는 부모님과 함께 간다. 당연하게 어머니 일로 여기시니 감사하다. 다만 이비인후과, 치과 진료 등 읍내 병원은 직원에게 부탁하셨다.
가끔 외출을 함께 할 수 있을지, 종종 쇼핑 등 볼일 보러 나오실 때 편하게 연락주시라고 말씀드렸다. 약속 잡고 만나든 그렇지 않든 해민이가 가족들과 더 편하게 만나기를 바란다. 어머니 상황은 어려울 수 있어도 말씀이라도 드리고 싶었다. 시설이나 직원의 상황이나 사정을 고려해 머뭇거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서로의 상황과 사정은 변할 수 있어도 해민이를 잘 돕기 위해 품은 뜻은 변하지 않으니 확신을 갖는다.
커피를 한 모금도 채 마시지 못할 만큼 열띠게 의논했다. 식은 채로 줄지 않은 커피가 썩 처량해 보이지 않는다. 집을 나서 어머니가 해민이에게 마을 산책 한 바퀴 제안하신다. 직원에게는 짐 정리하라시며 슬쩍 빠질 타이밍을 알려주신다. 직원은 서둘러 차로 달려간다.
2025년 1월 24일 금요일, 서무결
서무결 선생님께서 양해민 군을 아들로 손자로 동생으로 오빠로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 어머니에게 전해지길 바랍니다. 신아름
어머니 몫으로 여기시며 ‘주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머니 뜻과 말씀, 감사합니다. 올해도 자주 소식하고 왕래하며 복되게 지내시기 빕니다. 월평
양해민, 가족 25-1, 축하 글 ① 부탁해 주세요
양해민, 가족 25-2, 계획 의논 ① 준비하지 않는 것보다는
첫댓글 아들과의 한 해를 어머니가 주도해서 계획하시니, 계획하는 내내 아들로, 가족으로 양해민 군이 참 기뻤겠다 싶습니다. 계획한 대로 1년이 그대로 흘러가지는 않겠죠. 그럼에도 매 순간 오늘처럼 어머니로, 아들로 충실히 사는 한 해가 되겠다 싶습니다. 어머니가 미리 준비하고 계획을 주도할 수 있었던 데는, 준비하지 않는 것보다 나을 거라 여기며 세심히 준비한 선생님의 고민과 편지 덕이 크겠죠. 고생하셨습니다. 이렇게 주선해야 하는군요. 배웁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