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 떄 발표>
바람의 말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해설>
'나'는 화자이고 '당신'은 화자인 '나'가 사랑하는 대상이다.
1연: 자신의 영혼을 알아봐 주기를 바라고
2연: 괴로움이 없어지길 기원하며 마음의 꽃나무를 심겠다고 하고
3연: 바람을 통해 사랑의 말을 전하는 자신을 잊지 말것을 당부한다.
반말 : 화자와 독자와의 친밀감을 말하기 위함
존칭(경어체)은 서로간의 대화체에서 가능하고
혼자만의 대화체에선 반말도 가능하다.
<느낌>
슬프고 고독하지만 다정한 시이다.
어느 선입관이나 고정관념이나 권위로부터 자유롭다.
오롯한 그리움과 따뜻한 진심이 느껴지는 그의 시.
인생의 어느 한 부분인들 허수하게 보냈으랴만,
타국에서의 Diaspora의 삶이 아쉽고 회한으로 남았을지도 ...
<약력>
1939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아동문학가 마해송, 어머니는 서양무용가 박외선이다. 1966년 연대 의대를 거쳐 서울대 의대 대학원을 마치고 공군 군의관 만기 명예 제대를 한 뒤, **돌연 미국 오하이오에 있는 한 병원의 인턴으로 가버린다. 서울에서 성장해 의과대학 재학 시절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1966년 미국으로 건너가 40여 년간 방사선과 조교수로 지내며 시를 써왔다. 현재 한국에 살고 있다.
<시집>
1959년〈해부학교실(解剖學敎室)〉을 선 보이고,
1960년 첫시집 《조용한 개선》을 발표하여 완료 추천을 받아 시인으로 등단, 《현대문학》에 '돌'
1965년 《두번째 겨울》
1968년 황동규 · 김영태와 함께 3인 시집 『평균율 1』
1972년 『평균율 2』
1976년 세번째 『변경의 꽃』
1980년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1986년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
1991년《그 나라 하늘빛》
1997년《이슬의 눈》
1999년 <마종기 시전집>
2002년 <새들이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2004년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니므로>
2006년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2010년 <하늘의 맨살>
2015년 <마흔 두 개의 초록>
2020년 <천사의 탄식> - 17권
<산문집>
2003년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
2009년 아주 사적인 긴 만남
2010년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2021년 아름다움 그 숨은 숨결 - 4권
<수상>
1976년 한국문학작가상
1989년 미주문학상
1997년 제7회 편운문학상과 제9회 이산문학상
2003년 동서문학상
2009년 현대문학상
2011년 박두진문학상 등을 수상
* 고교시절 문예반 지도 교사로 있던 시인 조병화를 만났고 또한
술자리에서 선배 시인 김수영으로부터 “의학을 문학에 접목시켜보라.
문단에 섞일 생각 마라. 나는 너를 열심히 지켜본다.”는 내용의 인상적인 충고를 듣는다.
**1965년 초여름, 한일 국교 정상화를 반대하는 한일회담 반대에
서명한 많은 문인이 정권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하고 박해를 받았다.
중앙정보부의 지시로 금고 2년형을 받게 되지만 열흘 만에 기소 유예로 풀려난다.
첫댓글 마해송 아동작가의 아드님, 의사이면서 시인 ...
인생의 어느 한 부분인들 허수하게 보냈으랴만,
타국에서의 Diaspora의 삶이 아쉽고 회한으로 남았을지도 ...
허한 바람되어, 나에게까지 불어 온다.
이민 작가들의 로망이신 마종기 작가님..
-꿈꾸는 당신/마종기-
내가 채워주지 못한 것을
당신은 어디서 구해 빈 터를 채우는가
내가 덮어주지 못한 곳을
당신은 어떻게 탄탄히 매워
떨리는 오한을 이겨내는가.
헤매며 한정없이 찾고 있는 것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 곳에 있기에
당신은 돌아눕고 돌아눕고 하는가.
어느 날쯤 불안한 당신 속에 들어가
늪 깊이 숨은 것을 찾아주고 싶다.
밤새 조용히 신음하는 어깨여,
시고 매운 세월이 얼마나 길었으며
약 바르지 못한 온몸의 피멍을
이불만 덮은 채로 참아내는가.
쉽게 따뜻해지지 않는 새벽 침상
아무리 인연의 끈이 질기다 해도
어차피 서로를 다 채워줄 수는 없는 것
아는지, 빈 가슴 감춘 채 멀리 떠나며
수십 년 밤을 불러 꿈꾸는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