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광안리해수욕장
일시:2004.2.17.화요일
장소:부산 해운대.광안리해수욕장(우리 부부)
*해운대 풍경
해운대는 전에도 몇 번 온 적이 있다. 교사에 재직 중일 때 직원 여행으로 온 적도 있고, 결혼 후에는 시댁이 경상도이어서 자연스럽게 오기도 했다. 요번에는 부산에 볼 일이 있어 왔다가 부산의 명소인 해운대와 광안리 해수욕장만 들러가기로 했다.
사람을 반기는 것은 파도보다 갈매기였다. 전에 왔을 때도 그랬고 요번도 그렇다. 눈부시게 날고 있다. 떼를 지어 몰려 다닌다. 사람 숫자보다 갈매기 숫자가 더 많다. 아이들은 새우깡을 던져주기도 한다. 공중에 뜬 새우깡을 눈깜박할 사이에 날아와서 물고 간다. 더러는 손 끝에 쥐고 있는 새우깡도 물고 간다.
신기한 것은 손을 물지도 않고 또 그 많은 갈매기가 낮게 날면서도 사람과 부딪히지 않는 것이다. 갈매기는 사람도 파도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끼륵끼륵 우는데 그 울음의미와 파도 울음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새우깡에 목숨건 것도 아닐텐데. 바다에 가면 그보다 더 맛있는 먹이가 있을텐데. 공중에 쓰는 사랑의 연서라고 이해할까. 아직은 겨울을 벗지 않은 계절, 양지녘에 기타를 튕기며 노래부르는 두 남자가 있다. 거리의 악사, 어눌하지만 깊은 바다와 잘 어울리는 낭만이다.
조선 호텔 앞에서 해변을 거닐었다. 멀리 한국콘도가 반대편으로 보인다. 모래밭에 앉아도 보고 파도가 실어오는 해조음에 귀를 기울여보기도 하고 돌아서기 아쉽다. 지는 석양의 목늘임만큼 오륙도가 멀리서 아련한 시선으로 발길을 잡는데 다음 행선지인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부산 해운대 갈매기
*광안리 해수욕장
해운대에서 전철을 타고 광안리에 왔다. 광안리 역에서 하차하여 10분 정도 쭉 걸어오면 광안리 해수욕장이다. 이곳은 처음이다. 해변에 들어왔을 때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광안대교였다. 바다 끝에서 바다 끝까지 단숨에 이은 길고 긴 다리. 길고 웅장하다. 부산의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동과 서를 이은 바다의 도로다. 2층으로 되어 있어 오가는 차의 길이 다르다. 다음으로 특이한 점은 모래사장에 소라꽃이 핀 것이다.
소라의 끝부분이 부서져 닳아 꽃 모양으로 연보라 색깔을 띄고 있다. 콩알만한 것들이 파도가 실어다 바닷가에 꽃으로 피어 있다. 바다를 보는 것도 잊고 소라꽃을 주웠다. 우리 집으로 가자. 얼마나 몸이 닳았으면 꽃이 되었을까. 거칠은 소라껍질이. 한 줌을 주웠다.
해수욕장 규모는 작은데 오붓하다. 내륙 쪽으로 파고 들어온 듯 깊숙하게 땅 쪽으로 밀려 들어와 있다. 상당히 거리는 깨끗하다.
입구에 해변 테마 거리라 하여 도르를 따라 인도 부분이 잘 되어 있다. 조각품과 의자들이 아름답다. 조명도 인공으로 가꾼 나무들도. 차츰 어두워질 때 광안 대교의 불빛이 살아 일어선다. 고운 불빛이 바다에 비춰 이중으로 아름답다. 돌아가야 하는데 차마 발길이 안 떨어진다. 갑자기 오느라 카메라도 준비하지 못하고, 널 가슴에만 담고 가야겠구나.
산책 나온 아주머니가 말하길 금년 1월 1일에 단 하루 저 다리 위의 차량을 통제하고 사람이 걸어가도록 허락했단다. 양끝 거리가 상당히 먼 거리인데 사람들이 한 가득 모여 걸어 보았다고. 저 다리로 인해 광안리 해수욕장이 더 유명해졌다고. 그렇다. 안온한 분위기에 대교의 멋스러움이 더하여 이국적인 낭만이다. 다음 기회에 또 다시 오겠노라 약속하고 아쉬운 걸음으로 돌아왔다.
[광안리 소라 꽃] / 김윤자 - 광안리 소라 꽃을 보고 시를 써서 발표
광안리 해수욕장
*부산의 전철
10여년 전에는 범어사에 갈 때만 전철 이용이 가능했다. 아마 그때는 단선으로 전철이 운행된 것 같다. 부산역에서 전철을 만나는 것은 여행자에게 큰 도움이다.
부산 해운대까지 전철이 생긴 것은 요번 여행에서 처음 알았다. 한동안 부산역 근처에서부터 해운대에 이르기까지 좀 혼잡하더니 전철 공사를 한 것이다. 부산역에서 버스로 갈 때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지루했는데 전철을 타니 시간 절약이 되었다. 부산 전철은 두 개의 노선 뿐이다. 교차하는 지점이 한 군데 있어 환승하면 서로 다른 지역으로 갈 수도 있다. 역도 깨끗하고 전철 내부도 깨끗하다. 내부 한 칸의 크기가 서울의 전철보다 크다. 의자 좌석 수도 많고 길이가 길다. 많은 사람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문도 하나 더 많다. 서울 전철문이 두 군데인데 부산 전철은 한 칸에 문이 세 개다.
그것도 남다른 풍물로 이색적이다. 부산역에서 해운대 갈 때는 중간에서 한번 갈아탔다. 해운대 역에서 하차하면 해운대 해수욕장까지는 아주 가깝다. 5분 정도만 걸으면, 아니 그보다도 더 짧은 거리다. 해운대에서 광안리까지는 다시 아까 온 반대로 가면 되는데 한 코스의 전철로 간다. 해운대에서 몇 정거장을 지나면 바로 광안리 역에 이른다. 광안리 역에서 해수욕장까지는 해운대보다는 좀 멀다. 그래도 직선으로 쭉 뻗은 거리라서 한 방향으로 계속 걸어가면 된다.
참으로 편한 세상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하루의 시간으로 일을 보고 관광명소를 두 군데나 보고 돌아갈 수 있다니. 부산에 전철이 완공되면서 부산 여행은 훨씬 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