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의 하소연- 전주안골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장영
나는 한국통신전화기에요.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현대인의 “생활필수품”이지요. 소식을 듣게도 하고 전하기도 하면서 하루해가 가는 줄을 모르게 바뿐 나날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내 별명은 공중전화요, 일반전화라고도 합니다. 관공서사업장, 가게, 가정집 등을 대표하는 번호가 있어요. 번호역시 특히 2424는 이삿짐센터, 8949, 4989는 복덕방,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인기였어요. 큰길가 많은 분이 오가는 곳이나 모이는 곳에서 여러분들을 도울 수 있을까? 기다리고 있지요. 또 모든 탁상과 책상위에 자리 잡고 있어 많은 분들로부터 귀여움을 받기도하고 때로는 원망을 들으며 살아 왔습니다. 그런데 사촌인 손 전화(핸드폰) 인터넷 전화가 퍼지면서 예전 같지 않아요. 세상이 바뀌었나? 내가 늙었나? 아무래도 사촌을 잘못 두었나 봐요.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데 실감나는 속담이네요! 한때 불꽃같은 사랑으로 세상 최고였는데 이제 그 사랑이 식어 가는 모양이어요. 나(백색전화) 하나 가지려고 몇 백만 원 씩 부담했었고, 수 년 간을 기다려야만 찾아 갈 수 있었지요. 물론 재산목록에도 들어 갈 수 있었으니 그 시절이 그립기만 한답니다. 한때 길 가다가 저 한 번 만나려고 너무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으니 짜증날 만하지요! 이제라도 찾아주시면 만점 서비스 할게요! 옆 친구 전화박스가 하나둘씩 사라져 가면 가슴 아프네요! 그간 너무 자만했나 봐요.
저는 1860년 독일 “필립라이스”가 처음 발명한 수화기를 “테레포네”라 하였고 그 뒤 여러분들의 거듭된 노력으로 개량을 거듭해 1876년 3월 16일 미국 농아학교교사인 알렉산더 그라함 벨이란 분이 특허신고를 하여 이름을 ”테레폰“이라 하고 공식 발명가가 되었지요. 세상 구경을 한지 200년이 채 못 되었어요! 한국이란 나라를 처음 구경한 해는 1893년이었지만 동학혁명과 청일전쟁 때문에 전선을 가설 못해서 기다렸어요. 결국 5년 후인 1898년 1월 28일 궁중과 각 아문(衙門)및 인천 감리서(監理署)에 첫 선을 보였지요. 당시 교환대는 국내부에 있었으며 전화 대수는 궁중에 석대 각부에 한 대씩으로 모두 10대에 불과 했어요. 이름은 전어기(傳語器)라고 했으나 덕진풍(德津風), 득진풍(得津風)이라고도 했답니다. 이 말은 ‘테레폰‘의 음을 한자로 한역(漢譯)것이지요.
첫 시내통화내용은 이날 하오 5시께 궁중에서 외부[외무부]의 협변(協辯)에 “퇴근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명령이었다지요. 또한 첫 시외통화는 역시 이날 인천 감리서장이 궁중에 “영국의 범함 한 척이 하오 3시께 인천항에 입항 한다“는 보고였다합니다. 그리고 관원들이 궁중과 통화할 때는 상투를 단정히 세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정복에도 홍띠를 두른 다음 전화기를 향해 큰절을 네 번 한 뒤 무릎을 단정히 꿇고 앉아 통화를 했지요. 그야말로 통화예절이 만점이었답니다. 민간 첫 전화가입은 1902년 3월이고 그해 1년 동안 가입자 수가 서울11, 인천7, 평양 2대였으니 아주 귀염둥이였지요.
어렵게 태어나 오랜 세월 변신하고 개량 발전하여 이만큼 자랐는데 사촌을 잘못 두어 그러는지 제가 못나서 그러는지 여러분과 점점 멀어져 가나 봐요. 그간 궂은 날씨 밤낮 가리지 않고 찾아 주시고 기쁜 사연, 슬픈 사연, 딱한 사연, 긴박한 사연, 이루 헤아릴 수없는 사연을 전하고 들을 때마다 도움을 드러내 마음은 몹시 흐뭇했어요. 가끔 술에 취하고 심통 난 분들의 분풀이도 받아 주어 아량을 베풀어 주기도 했지요. 이제 서서히 떠날 때가 돌아온 가 봐요. 그러나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어 떠날 수가 없네요. 끊임없는 구조조정도 이루어지고 있으니 좀 더 변신을 거듭하고 노력해서 저의 소임을 좀 더 오래오래 다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사랑해주셔야지요. 제가 지금 밀린다고 해서 젊은 사촌을 결코 미워하지 않아요. 세상이 달라졌는데 오래 살아온 제가 물러서는 것이 순리겠지요. 여러분을 위해서 사촌도 오랜 세월 변신을 거듭하여 개량 발전해 오래오래 봉사하여 나처럼 한때나마 영화를 누리고 잘 보내기를 바랍니다. 세상은 거역할 수 없는 신진대사(新陳代謝)와 세대교체(世代交替)란 원리가 있지 않아요! 그간 애용해 주시고 사랑해 주셨지만 앞으로 계속 애용해주시면 참으로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감히 KT전화를 대표하여 올리는 말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