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소나무에/박재삼
오늘은 언덕 위에 靑靑(청청)한 한그루 소나무에 오를까 보다.
鶴(학)같이야 깃을 쳐 못오른다 할지라도 스미어 스미어서 오를까보다.
강물로 우리는 흘러가다가 마음드는 자리에 숨어 와보면, 머언 그 햇볕 아래 강물 만큼은 반짝인다 반짝인다 할 것 아닌가.
솔잎을 보아라, 알 것 아닌가.
우리의 몸이 요모 조모 구멍난 벌집이 되었을 때, 우리는 먼저 마음가는 데 두고는 그냥 못 있는다.
그리하여 드디언 푸른 것에 녹아가 정신나간 채로 우리는 안 지치는 한 그루 소나무가 될 것 아닌가.
無時(무시)로 낭패하기 쉬운 어지럼病(병)이 우리를 잡아가, 우리는 썩어질 몸밖에 안남는다 할지라도, 우리의 울음의 구슬 속에는, 문득 반짝이는 소나무가 한그루 正確(정확)하게 서 있던 게 아닌가.
잘 다스려 보아라, 안 그렇던가.
===[박재삼 詩 100選, 박재삼문학관운영위원회]===
소나무!
사철 푸르름을 유지하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변함없는 소나무.
애국가 2절에도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소나무가 등장합니다.
고향의 산에는 소나무, 참나무, 밤나무, 싸리나무....흔히 보았던 나무입니다.
싸리나무로는 빗자루를 만들었고 소나무의 송화(松花) 가루와 귀한 꿀을 반죽해서 어머니께서는 다식을 해 주시었는데
얼마나 맛있던지. 노란 송홧가루 다식은 요즘에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용인 소재, 한국민속촌에서 다식판을 보고 얼마나 반갑던지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소나무에 학이나 두루미가 앉아 쉬는 모습은
지금 생각하면 한 폭의 그림이었습니다.
특히 겨울에 소나무에 눈이 내리면
거대한 설화가 되어 햇빛을 반사시키는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가을엔 추석이 있어 고향을 방문하게 되겠지요.
추석에 추억을 불러보는 시간을 만들어 보세요.
참 좋은 날씨입니다.
좋은 일이 많으시길 빌면서..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