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쟁이의 바다
김광기
지금, 여기까지는 가능했을 것이다.
여름과 겨울이 서로 섞일 수 없듯이
접점에 있는 시간이 그 경계를 사뿐히 스쳐갈 뿐,
하늘을 나는 새들의 날갯짓이나
사념 없는 몸을 길게 누이고 바람 따라
흔들거리고 있는 새털구름 같은 것,
어정쩡하게 하늘에 다리를 꽂고서
어디로 입수해야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잠수부,
저 깊은 속을 온전히 믿어야
바다는 제 품을 투명하게 비춰줄 것이지만
색색의 산호와 조개들이 입을 열고
해초와 불가사리마저 자신들의 세상을 보여줄 것이지만
공간과 시간조차 분별하지 못한 생애는
비극적으로 놀라운 연민을 낳기도 하거니와
심해의 컴컴한 어둠만을 두 눈에 담고
온 생애를 추종하며 두려워하고만 있는데
물속에 발을 담그고 있는 소금쟁이,
헛발을 디디고 헛꿈을 꾸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분명, 여기까지는 가능했을 것이다.
시공간이 혼합되는 가끔씩은
짙은 빛깔이 물들어 있기도 하겠다.
<월간문학> 2016년 5월호
첫댓글 잘 감상 했습니다.
프린트 해서 여러 번 읽고
다섯 번 필사를 하면서 공부를 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김병화 선생님, 잘 읽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선생님도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