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타 19 - 서쪽 레팀논의 성채을 보고 내려와 항구를 구경하면서 맥주를 들다!
여행 7일째인 2024년 4월 29일 헤라클리온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9유로 하는 크레타섬의
서부 레팀논행 버스표를 끊으니 11시 30분에 출발한 버스는 오른쪽에 에개해
바다를 끼고 1시간 반을 달려서 13시가 넘어 레티몬 (레팀논) Rethymnon 에 도착합니다.
버스에서 내리니 바닷가인데 파도가 심한지라 석축을 튼튼하게 쌓았는데, 해변을 따라 걸으니 오른쪽에
거대한 성채가 나타나는데, 중세시대 제4차 십자군 이후 여기 크레타섬은 베네치아가 지배하였습니다.
한 면은 바다를 끼고 축성된 5각형의 레팀논의 성채 Venetian Fortezza Castle 는 화포의
공격에도 대비할수 있게 화살촉 모양으로 나온 치성(雉城)이 돋보이는데 서문에
도착해서는 3유로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서 야외 극장을 지나 성채를 둘러봅니다.
베네치아는 4차십자군에 선박과 해군을 제공해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한후 전리품으로 얻은 크레타섬을 방어
하기 위해 헤라클레이온과 하니아에 레팀논에 견고한 성채를 쌓았는데 이후 1453년에 이슬람 오스만
투르크가 콘스탄티노플을 차지하니 여기 베네치아의 성채는 오스만군을 방어하는 전초 기지가 되었습니다.
1645년 오스만 제국은 베네치아 공화국령 크레타 섬을 침공하여 25년간이나 전쟁을 하게 되는데
오스만 제국이 해상에서 벌인 최후의 대규모 정복 전쟁으로, 이 전쟁으로 오스만은
크레타섬을 정복해 1898년까지 2백여년간 통치을 하게 되니 지중해 동부는 이슬람의 바다가 됩니다.
문득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가 국제신문에 쓴 “지중해와 남중해 ;
전쟁이란 함정” 이란 기사가 떠오릅니다. “세상에서 가장 잔잔한 바다는?
물의 평야로 불리는 지중해다. 한자 뜻 그대로 땅(地) 가운데(中) 있는 바다(海)다.”
1869년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기 전엔 최단 폭이 14km 밖에 안 되는 좁은
지브롤터 해협으로만 뚫린 바다였다. 대서양에 속하는 지중해 안에 에게해 이오니아해
아드리아해 등 바다가 속해 있다. 지중해와 바닷물이 통하는 마르바라해와 흑해도 지중해권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가장 요란했던 바다가 가장 잔잔한 바다인 지중해다. 지중해를 끼고 있는 나라들
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면?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 이스라엘 레바논 시리아
튀르키예 그리스 알바니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모나코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이 있다.
흑해를 둘러싼 조지아 우크라이나 러시아 불가리아를 제외하더라도 18개국이나 된다. 5대양
총면적은 3억6100㎢인데 지중해는 고작 250만㎢밖에 안 된다. 0.69% 비율 밖에 안되는
‘쬐깐한’ 지중해다. 거기서 전 세계 200여 개국 중 18개국이 지지고 볶았으니 요란할 만도 했다.
세계사에 등장하는 고대 국가들이 지중해에 있었다. 고대 이집트 가나안 아시리아 히타이트
페니키아 페르시아제국 트로이 고대 그리스 카르타고 로마제국 등…. 지중해엔
전쟁이 잦았다. BC 13세기엔 트로이전쟁이 일어났다. 대략 BC 1200년쯤부터
정체를 알수 없는 바다민족이 출몰해 크레타와 미케네 등 동쪽 지중해 청동기 문명을 박살냈다.
바다 민족은 기록을 남기지도 않고 국가를 세우지도 않았다. 그냥 무자비하게 약탈만 하고
사라졌기에 그들이 설치던 300여년간 동지중해 역사는 암흑기다.
이후로도 지중해엔 전쟁이 많았다. 아테네는 BC 480년 살라미스해전에서 페르시아를 이겼다.
로마는 BC 146년 카르타고와 벌인 포에니전쟁에서 이겼다. 알렉산더는 BC 332년 티레
공방전 에서 고전했다. 로마는 BC 31년 이집트와 벌인 악티움해전에서
이겼다. 200여 년(1095~1291) 동안 9차에 걸친 십자군 전쟁도 지중해 인근에서 벌어졌다.
베네치아와 제노바는 100여년(1256~1381)간 지중해 패권을 놓고 싸웠다. 1453년 오스만투르크는 콘스
탄티노플 공성전을 벌여 동로마를 무너뜨렸다. 1571년 스페인-베네치아 연합군은 오스만투르크
와 벌인 레판토해전에서 이겼다. 1915년 1차대전 때 튀르키예는 갈리폴리 전투에서 영국군을 물리쳤다.
이렇게나 큰 전쟁이 많았던 지중해는 지금 조용한 편이다. 박상민이 부른 ‘지중해’란 노래가 있을 정도로
낭만의 대명사가 되었다. 요란했던 지중해를 대신할 바다가 생겼으니 남중해(South China Sea) 다.
남중국해 주변으로 중국 대만 필리핀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남중해 바로 위엔 뜨거운
감자인 센카쿠열도다. 신흥 강국인 중국을 상대로 기존 강국인 미국과 일본이 끼어든다.
3차대전 가능성 제1순위 지역이다. 지중해를 끼고 벌어진 스파르타와 아테네 간 ‘펠레폰네소스
전쟁사’ 를 쓴 투키디데스는 기존 강국이 신흥 강국을 견제하려고 전쟁이란
함정(陷穽) 에 빠져든다고 썼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도 썼는데 제발 그런 역사는 부디 돌지 말기를….
그러고는 성을 내려와 시가지로 접어드니 붉은 꽃으로 뒤덮인 집들이
너무 예뻐서 사진 찍기 바쁜데 기념품 가게가 늘어서 있습니다.
꽃 중에서도 붉은 꽃은 사람의 눈을 붙잡고 멍하니 쳐다 보노라면 가슴이
뜨거워지는데... 오늘 보는 꽃도 부겐빌리아의 일종인지 모르겠습니다.
좁고 예쁜 골목을 구경하면서 빠져나오는데.... 한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이토록 매혹
적인 골목이 길이가 너무 짧다는..... 그러고는 이제 레팀논 항구인데
배들이 많이 정박해 잇는 모습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어서 부두를 한바퀴 돕니다.
여기 부두에는 등대가 하나 서 있는데 거기에 이르는 길이 성벽 중간에 작은 길이
나 있는데 엄청 좁은데다가 펜스등 안전 설비가 없어 매우 위험해 보입니다.
겁이 없는 마눌이 먼저 앞장을 서기에 매우 위험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가지 않으면 겁이 많다고
비웃음을 살 것 같아 올라가서 걷는데... 등대에 도착해 내려가는 계단은 더 위험해 보입니다.
그러고는 항구 다시 말해서 부두를 천천히 걸어서 구경하노라니 여긴 레스토랑과 카페가
많은지라 그 중에 한 곳으로 들어가서는 맥주를 시켜 마시는데... 문득 김미주 기자가
국제신문에 쓴 “종교개혁 도왔던 맥주, 나치 폭동 도구 되기도” 라는 기사가 떠오릅니다.
돈 받고 죄를 사해준 교회 타락 - 루터, 술기운 빌린 연설로 개혁
- 히틀러 맥줏집서 잇단 정치집회
- 인류史 물줄기 바꾼 순간 조명 - 종류·맛 등 담아낸 별책부록도
장면 1. 16세기 유럽 종교개혁에 불씨를 붙인 독일 신학자 마르틴 루터는 로마 가톨릭교회가 돈을 받고 사람
의 죄를 사해주는 ‘면벌부’를 판매하자, 분노를 느끼고 이를 비난하는 반박문(95개 논제)을 게재한다.
이후 황제와 제후들 앞에서 자신의 정당성을 증명해야 하는 제국회의에 소환되고, 긴장감을 느끼던
그는 비서가 가져다준 1리터 들이 진한 아인베크 맥주잔을 모두 비우고 연설에 나섰다.
두 뺨에 홍조는 가득했지만 그의 논리에는 빈틈이 없었고, 이후 종교개혁 움직임은 더욱 불타올랐다.
장면 2. 아돌프 히틀러와 정치세력 나치스는 독일 남부 뮌헨에 세계 최대 규모 맥줏집 호프브로이하우스
에서 대규모 정치집회를 열고 폭동을 일으켰다. 히틀러는 연이어 뮌헨 폭동을 일으켰는데, 이때도 또
다른 비어홀 뷔르거브로이켈러에서였다. 이들의 폭동은 훗날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는 기폭제 구실을 했다.
장면 3. 18세기 영국에서는 3종의 에일맥주를 섞어 마시는 ‘3종 블렌드’ 맥주가 유행했다. 맥줏집의
주 고객층인 육체노동자들은 대부분 항구에서 짐을 운반하는 짐꾼(포터). 그래서 이들에게
판매된 블렌드 맥주들은 ‘포터’로 불렸다. 포터의 엄청난 인기는 대기업에도 매력적인
사업 아이템이었고.....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던 맥주는 대규모 설비를 갖춘 상태에서 대량 생산됐다.
이 포터에 도전장을 던진 기업 중 하나가 더블린에서 맥주 제조업을 시작한 기네스다.
기네스는 태운 보리를 사용해 만드는 독자적인 포터 양조법으로
강한 맛을 내는 ‘스타우트 포터’를 제조했고,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기네스 맥주가 됐다.
책‘세계사를 바꾼 맥주 이야기’는 5000년간 인류와 함께한 맥주가 종교 문화 전쟁 세계사
의 물줄기를 바꾼 순간을 포착했다. 앞서 예를 들었듯, 맥주는 루터의
종교개혁을 뒷받침하는 ‘용기’ 가 되었다가 히틀러와 나치의 폭동 ‘도구’ 가 되기도 했다.
영국 노동자의 지친 하루를 달래준 것도 맥주였으며, 고대 수메르인은 노동의
대가로 맥주를 지급받고, 맥주를 세금으로 냈다! 형태와 맛은 시대마다
달라도 맥주사(史)를 훑어보면 인류사(史)가 보인다는 것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책은 이외에도 세계적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의 기원이 된 바이에른 왕국 루트비히
왕자와 작센 공주 테레제 결혼식을 알려주거나 17세기 남독일 와인
산업이 붕괴하며 맥주 산업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등 맥주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라거 맥주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슈테판’ 맥주 제조업체 설립자인 제들마이어 2세와 그의 친구
안톤 드레어가 산패 현상이 덜한 영국 에일의 제조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양조장에서 몰래 맥아즙 샘플을 빼돌린 ‘산업스파이’ 이기도 했다는 사실도 흥미롭게 펼쳐진다.
‘맥덕(맥주 덕후)’들의 침샘을 자극할 맥주의 향연도 빼놓을 수 없다. 유럽의 ‘맥주 왕자’
벨기에 에일 대표주자 다섯 종류와 전통 맥주 람빅의 기원, ‘맥주계의 샴페인’
괴즈와...... 프루트 람빅 등 맥덕들의 오랜 사랑을 받는 맥주들이 잇따라 등장한다.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맥주 미니 사전은 놓쳐선 안 될 별책 부록. 맥주 원료와 주요 맥주
종류, 맥주 맛을 표현하는 단어와 맥주로 유명한 세계의 도시 목록이 알차게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