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옥몽(속 금병매) <28>
*우여곡절 끝에 원상저는 비빈으로 간택은 되었으나?
"아니, 형님 무슨 좋은 일이 생긴 모양이지요?"
심부자는 연신 싱글벙글 하며 자초지종을 상세히 이야기해 준다.
그런데, 원지휘는 처음에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더니 점점 안색이 어두워지는 것이었다.
"대충 얘기가 그렇다네, 근데, 자네 안색이 별로 좋아 하지 않은것 같은데, 왜 부원군(府院君)이 되는게 싫은가?"
눈치를 살피며 좀 기분이 상한 듯 퉁명스럽게 물었다.
" 아! 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감히 거절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애지중지하며 키우던 딸 아이를 딴 사람 한테 보내는 애비의 마음이야 누가 모르겠냐, 어짜피 짝을 찾아 주어야 한다면 사위가 천하를 쥐고 있는 황제 폐하라면 그보다 더 좋은 사위감이 어디에 있을까, 장차 궁중에서 호의호식하며 황상의 총애를 받다가 태자 한명만 낳아 준다면 천하를 얻을 수도 있지 않는가, 이게 바로 꿩먹고 알먹고 아니겠는가."
나지막하게 부드러운 말로 설득을 하는데도 원지휘의 침울한 얼굴이 펴지지 않자,
심월은 돌연 언성을 높이고 얼굴을 부르르 떨었다.
"이는 황제 폐하의 어명일세! 거역하여 멸문지하의 화를 불러 일으킬 셈인가!"
심월이 두손으로 포권의 예를 올리며 황제 폐하의 어명 임을 강조한다.
원지휘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가족과 식솔 모두가 참형을 면치 못한다는 말에는 얼굴이 하얀 백지장 같이 되어버렸다.
심부자는 더 이상 협의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어,
원지휘의 아내를 불러 자초지종을 설명해주니 처음에는기쁘고 가슴이 울렁거리도록 좋아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어린 딸을 언제 죽을지도 모를 늙은 황제에게 시집 보내야 한다는게 기가 막혀 눈물이 저절로 쏟아져 나왔다.
"아이고! 황제 폐하의 어명을 거역할 수도 없는 일이 지만, 금이야 옥이야 기르며 바람불면 날아갈가, 비가오면 감기들까 하며 애지중지 키운 아직 어린 고명딸과 생이별을 하야하니 한숨과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옆에있는 원지휘는 새삼스러이 방바닥에 주저앉아 마누라와 함께 눈물과 장탄식을 늘어 놓는다.
조금전에 들어온 심부자의 마누라는 옆에서 지켜보다가 눈물이 핑 도는지, 위로의 말을 한다.
"여보게, 에미된 자네의 심정을 이해는 하고도 남으나, 황상 폐하의 비빈이라 하면 이게 어디 보통 영광인가, 나도 옆에서 상저를 내자식 같이 돌봐서 마음은 쓰리고 아프네, 어떤이 들은 자기 딸을 비빈으로 간택 시키기 위해 은자 수만냥을 쓰며 공을 들여도 안되는 판에, 황공하옵게도 은자 한푼 안쓰고 황제 폐하의 어지를 받았으니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온 것이 아닌가?"
"하지만, 황제 폐하께서 마음에 드셨다면 왜 직접 어명을 내리시지 않고 이사사란 기생을 통해 전해 온건지, 진짜 간택이 된것인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울음을 멈추기는 커녕 더 큰 소리내어 울면서 의심까지 하는 말투다.
심부자는의 마누라는
"아이고, 자네는 모르는 소리는 그만 하시게, 사사는 말이 기생이지 황제 폐하께서 가장 총애하는 마마중 한 분일세, 베게머리 송사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온 조정의 대소사가 그 마마 말 한마디에 결정되어 진다는 걸 알아야지, 만약 어명이 아니라도 그 마마 비위를 거슬렸다가는 우리 양 집안은 무사하지 못할 걸세."
끝에가서는 위협적인 말을 해가면서 겁을 주니, 순박한 원지휘의 마누라는 울음을 멈춘다.
원지휘도 이젠 엎질러진 물이라 생각하며, 마누라를 위로 한다.
"저야 보잘것 없는 말단 무관이니 뭘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저 형님이 하시는데로 따르겠으니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
한참을 울고난 원지휘 부부가 승낙을 하고 나자.
심부자는 얼굴을 활짝 펴고 너털 웃음까지 터뜨렸다.
"그래 그럼 잘 생각했어 그렇구 말구, 부원군 나으리!
앞으로 높은 자리에 오르거던 이 형도 잘 봐 주시게?"
벌써 김칫국 부터 마시고 있는 형님의 하는 짖거리가 마음에는 안들었지만 어쩔수 없는 원지휘는 쓴 웃음만 나왔다.
일은 생각지도 못하게 빠르게 진척되었다.
삼부자가 사사에게 답신을 보낸지 몇날이 지나지 않아, 궁중의 태감(太监)이 예물을 가지고 원지휘를 찾아 왔다.
<최고급 비단 네 필, 화려한 은화병, 어사주(御赐酒), 홍니두(红泥头) 한 항아리 등과, 그리고 토실 토실하게 살찐 양 두마리> 를 가지고 온 것이다.
태감이 간택을 윤허하는 홍첩(红帖)을 펼쳐 읽어가자 원지휘 내외는 국궁 배례하고 꿇어 앉아서 듣고 있다가 홍첩을 건내주자, 황제 폐하의 은총에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두손으로 경건하게 받아든다.
"참으로 경하 스러운 일이요."
태감의 가냘픈 여자 목소리에, 눈물이 핑 도는 원지휘 부부가 애써 참으며 태감에게 물어본다.
"대인! 우리 여식은 언제쯤 궁에 입궐 할 수 있을런지요?"
"그것은 나도 모르는 일이오, 황상 께서 사사 마마에게 전지를 내리셔서 우리는 예물을 전하라는 하명을 받고 왔을뿐 모든 것은 사사 마마에게 물어 보심이 좋을 듯합니다." 하며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니,
아마도 이번 간택은 나이 많은 황제 폐하가 주위를 의식해 아주 은밀 하게 이루어 지는구나 하게 생각되어, 원지휘 내외는 간택 보다는 딸을 도둑 맡는 기분이 들어 착찹하기 그지없다.
"이제는 언제, 어떤 전지가 떨어질지 모르오니 차분하게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것이 좋을듯 합니다."
태감 일행은 애매한 말만 하여 놓고는 떠나갔다.
태감 일행이 돌아가고 나자 집안은 벌집을 쑤셔 놓은듯이 혼수감 준비로 정신없게 바빠졌으나, 원가 모녀는 방에서 꼭 부둥켜 안고는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고 있었다.
대부분의 혼수 물품은 심부자가 장만해 보내 주었다.
개봉 최고의 부자지만 지독한 수전노인 심부자도 황제 폐하의 은총을 입을 생질에게는 아무 아낌이 없었다.
후일을 대비하는 투자일지 모른다.
<화려하고 찬란한 금비녀, 금으로 만든 빗, 화려한 용무늬 장식의 옥비녀 다섯쌍, 진주 구슬로 장식된 허리띠 일곱개, 비단 치마 저고리 오십벌, 비단 신발 삼십 켤레, 금 목거리, 귀거리, 팔지 등과 심지어는 달거리때 쓸 광목 백필>까지 꼼꼼히 준비해주어 어느 대가집 명문 규수의 혼수감에 견주어도 뒤지지 앉았다.
그리고는 언제 어명이 있을지 모르는 처지라 상저를 비롯한 원씨 본가는 물론 심부자네 까지도 하루 하루가 가슴조이며 숨막히는 나날이었다.
홍첩을 받고 열흘정도 지난 어느날 아침에, 이사사에게서 편지 한통이 왔다.
원지휘는 서둘러 편지를 뜯어 보았다.
"오늘 밤 황상 폐하께서 은밀히 회춘루로 미행하실 예정이니,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고 작은 교자(轿子)로 남의 눈을 피해서 혼자만 보내도록 하세요, 모든 일은 황상을 알현 한 후에 입궁 날짜를 결정 할 것이니 유념하세요."
편지를 읽어본 원씨 부부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비록 늙은 항제의 빈이지만 이웃이 부러워 하게 떠떳하게 혼례를 올려야 할 판인데 도둑 고양이 담 너머 가듯이 남 몰래 그것도 밤중에 보내라니, 애지중지 키운 딸을 시집을 보내는데 애써 준비한 혼수도 보내지 말라니 이 무슨 원통한 일이란 말인가?
이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원지휘의 아내는 끝내 몸저 드러눕고 말았다.
원상저는 황제를 맞이하기 위해서 목욕을 하고 옷을 입을려고 하는데, 심부자의 첩 옥향이가 들어 왔다.
강남 최고의 기생 출신인 그를 심부자의 마누라가 일부러 부른 것이다.
황제의 마음을 단번에 뺏을 수 있는 벙법은 어여뿐 자태나 아름다운 얼굴도 중요하지만 여자의 육맛이 최고이며 맛을 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방중술의 기교를 얼마나 잘 구사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방중술에 최고인 옥향을 오라고 한것이다.
"아이구, 곱기도 해라!
상저의 알몸 구석구석에 향유를 발라주면서 옥향은 황제 폐하께서, 요 몸뚱이를 보시면 얼마나 좋아 하실까? 호호호!" 하고 말한다.
"상저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무슨 말씀이세요?" 하고 묻는다.
"으응, 어떤 일이냐 이거지?
큰마님이 나의 비법을 전해주라 하여 교육을 시켜주려 왔지, 호호호!"
산전수전 다 격은 옥향이는 백전노장 답게 남자를 홀리는 온갖 묘기를 시범을 보이면서 상세히 상저에게 알으켜 준다.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고개도 못 들던 상저도 점차 흥미를 느끼는지 진지하게 귀를 기울인다.
"인제 좀 알겠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겪어 봐야 알겠지만 넌 남들보다 유난히 영특하니까 휠씬 빨리 이해를 할 거야, 내가 해준 이야기와 자세 등을 생각하면 말이야, 내가 가르켜 준 것을 잘 실행하면 단번에 황제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깥 귀비가 아니라 황후 마마도 될 수 있을껄, 호호호!"
비법을 전수해준 옥향이는 예쁘게 조각된 조그만 상자를 건네 준다.
"자, 이건 내가 가장 아끼는 보물인데 특별히 주는 거니까 소중히 간직했다 잘 활용하라구, 아주 어렵게 구한 물건이라구!"
상저는 진귀한 보석이 들어 있는줄 알고 열어보니, 보석이 아니라 환약같이 조그만 알약이 있었는데 고약한 냄새가 코 끝에 확 몰려왔다.
얼른 코를막고 이마를 찌푸린체
"어머, 이상한 냄새가 나는 이것이 뭐에요?"
"히히, 이게 바로 남정네들의 혼을 뺄수 있는 천하의 영약이야, 투골환(透骨丸)이라고 하는데, 남자랑 관계를 하기 한식경 전쯤에 이걸 먹으라구, 그럼 사내와 화합 할때 쯤이면 옥문혈(玉门宂)에서 아주 향기로운 냄새가 솔솔 흘러 나와 어떤 사내라도 널 껴안지 않고는 베기지 못해, 게다가 네 옥문 조갯살을 마음대로 조였다 풀었다 조절을 할수 있게 되어, 사내들의 몸은 낙지처럼 흐느적거리며 미쳐 날뛰게 될거야, 스무알 밖에 없으니 아껴 쓰라고 알았지?"
일종의 최정약(催情药)이며 특수 강정제(强精剂)인 투골환은 당시 개봉의 부자집 늙은이들의 최고의 인기 품이었고 천금을 주고도 구하기가 어려워 굉장히 귀한 대접을 받았다.
옥향은 황제의 마음을 사로잡으라고 귀한 물건을 선뜻 상저에게 준 것이다.
~계속해서 29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