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계(蘆溪.박인로)는 1598년 겨울, 왜적이 물러가자 사졸들을 위로하고 태평성대를 기원하며 〈太平詞〉를 지었는데, 이때 노계는 수군절도사 성윤문의 좌막(佐幕)으로 있었다. 그후 그는 <早紅杮歌>,<船上歎>,<陋巷詞>를 지었다.
나라히偏小야海東애려셔도箕子遺風이古今업시淳厚야二百年來예禮義을崇尙니衣冠文物이漢唐宋이되야니島夷百萬이一朝애衝突야億兆驚魂이칼빗조차나니平原에사힌뫼두곤노파잇고雄都巨邑은豺狐窟이되얏거凄涼玉輦이蜀中으로뵈와드니煙塵이아득야日色이열워니聖天子神武샤一怒를크게내야平壤群兇을一劍下의다버히고風驅南下야海口에더져두고窮寇을勿迫야몃몃를디내연고江左一帶예孤雲갓우리물이偶然時來예武侯龍을幸혀만나五德이근아래獵狗몸이되야가英雄仁勇을喉舌에섯겨시니炎方이稍安고士馬精強야니皇朝一夕에大風이다시이니龍將帥와구름勇士들이旌旗蔽空야萬里예이어시니兵聲이大振야山岳을엿兵房御營大將은先鋒을引導야賊陣에突擊니疾風大雨에霹靂이즈淸正小豎頭도掌中에잇것마天雨爲祟야士卒이疲困커져근解圍야士氣을쉬우더가賊徒ㅣ犇潰니못다잡아말년졔고窟穴을구어보니구든덧도다마有敗灰燼니不在險을알니로다上帝聖德과吾王沛澤이遠近업시미쳐시니天誅猾賊야仁義를돕다海不揚波이졘가너기로라無狀우리물도臣子되야이셔더가君恩을못갑흘가敢死心을가져이셔七載를奔走터가太平오보완디고投兵息戈고細柳營도라들제太平簫노픈솔의예鼓角이섯겨시니水宮깁흔곳의魚龍이다우龍旗偃蹇야西風에빗겨시니五色祥雲一片이半空애러딘太平模樣이더옥나반가올사揚弓擧矢고凱歌를아뤼오니爭唱歡聲이碧空애얼다三尺霜刃을興氣계워둘러메고仰面長嘯야춤을추려이러셔니天寶龍光이斗牛間의소이다手之舞之足之蹈之절노절노즐거오니歌七德舞七德을그칠줄모로다人間樂事ㅣ이니인가華山이어오이말을보내고져天山이어오이활을노피거쟈이제야올일이忠孝一事이로다營中에일이업셔긴드러누어시니뭇노라이날이어적고羲皇盛時를다시본가너기로랴天無淫雨니白日이더욱다白日이그니萬方애비최노다處處溝壑애흐터잇던老羸드리東風新燕가치舊巢을자오니首邱初心에뉘아니반겨리爰居爰處에즐거옴이엇더뇨孑遺生靈들아聖恩인줄아다聖恩이기픈아五倫을발켜라敎訓生聚ㅣ라졀로아니닐어가랴天運循環을아옵게다하님아佑我邦國샤萬世無疆눌리소셔唐虞天地예三代日月비최소셔於萬斯年에兵革을그치소셔耕田鑿井에擊壤歌을불니소셔우리도聖主을뫼고同樂太平오리라
(고전번역원 역문)
나라가 한쪽으로 치우쳐서 해동에 버려져 있어도
기자의 끼친 풍속 고금 없이 순박하고 인정이 두터워
조선 건국 이후에 이백 년간 예의를 숭상하니
우리의 모든 문화가 한(漢)․당(唐)․송(宋)과 같이 되었더니
섬나라 오랑캐의 많은 군사가 일조(一朝)에 갑자기 쳐들어 와서
수많은 우리 겨레가 칼빛 따라 놀란 혼백
들판에 쌓인 뼈는 산보다 높아 있고
큰 도읍과 큰 고을은 승냥이와 여우의 소굴이 되었거늘
처량한 임금 행차 의주로 바삐 들어가니
먼지가 아득하여 햇빛이 엷었더니
무술이 빼어나신 거룩하신 천자님이 노여움 한 번 크게 내어
평양의 모든 흉적 한칼 아래 다 베어서
바람같이 몰아내어 남해 바닷가에 던져두고
궁지에 빠진 왜구를 치지 않고 몇 해를 지냈는고.
낙동강 동쪽 강변 일대의 외로운 우리 겨레
우연히 때가 와서 제갈량을 다시 만나
오덕(五德)이 밝은 장수 밑에서 앞장서서 싸우는 군사가 되었다가
영웅과 인용들을 전하는 재상에 끼게 되었으니
남방이 편안하고 장사 군마(軍馬) 강하더니
왕조 하룻밤에 정유재란(丁酉再亂)이 다시 일어나니
용 같은 빼어난 장수와 구름 같은 수많은 용사들이
깃발은 하늘 덮고 만 리나 이어졌으니
요란한 군마 소리 산악 흔드는 듯
어영청 대장은 선봉을 인도하여
적진 중에 돌격하니 모진 바람 큰비 내려 벼락이 쏟아지는 듯
왜장(倭將) 가등청정(加藤淸正) 따위의 더벅머리도 손아귀에 있건마는
하늘에서 비가 말썽을 부려 장병들이 피곤하거늘
잠깐 동안 풀어 주어 사기를 북돋우고
적의 무리 도망하여 흩어지니 못다 잡고 말겠는가.
적굴(敵窟)을 굽어보니 튼튼한 듯 하다마는
패전하여 잿더미가 되니 요새지도 소용없네.
명나라 상제와 우리 임금의 덕화(德化)가 원근에 미쳤으니
하늘이 교활한 도적을 죽여 인과 의를 돕는도다.
외환이 없는 태평성대야말로 지금인가 여기노라.
못생긴 우리들도 신하가 되어 있었다가
임금 은혜 못 갚을까 감히 죽고야 말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어
칠 년간을 쏘대다가 태평한 오늘을 보았도다.
전쟁을 끝마치고 세류 영에 돌아들 때
태평소 드높은 음악 소리에 북과 나팔이 어우러지니
수궁 깊은 곳의 고기떼들도 다 웃는 듯
군기는 휘날려서 바람에 나부끼니
오색구름 찬란하게 반공에 떨어진 듯
태평한 이 모양이 더욱더 반갑구나.
활과 화살을 높이 들고 개선가를 아뢰오니
외치는 환성(歡聲) 소리가 공중에 어리도다.
예리한 긴 칼을 흥에 넘쳐 둘러메고
휘파람 불면서 춤을 추며 일어서니
보배로운 칼 빛이 두우(斗牛) 간에 쏘이도다.
손이 춤추고 발이 뛰어 덩실덩실 춤을 추며 저절로 즐기니
칠덕가, 칠덕무를 그칠 줄 모르도다.
인간에 즐거움이 이 같음이 또 있는가.
화산이 어디메냐 이 말을 보내고 싶다.
천산이 어디메냐 이 활을 쏘아 보고 싶다.
이제는 해야 할 일이 충효한 일뿐이로다.
감영(監營) 안에 일이 없어 긴 잠들어 누웠으니
묻노라 이 날이 어느 땐가
옛날 중국의 복희씨 때 태평 시절을 다시 본 듯 여겨진다.
궂은비도 멎어지고 밝은 해가 더욱 밝다.
햇빛이 밝으니 만방이 훤하도다.
곳곳의 골짜기에 흩어져 있던 늙은이가
봄날의 제비같이 옛집을 찾아오니
그립던 고향인데 누가 아니 반겨하겠는가?
여기저기로 옮겨 거처하니 즐거움이 어떠한고.
겨우 살아남은 백성들아, 임금님의 은혜인 줄 알아라.
거룩한 임금님의 은혜 아래 오륜(五倫)을 밝혀 보세.
백성을 가르치면 절로 일어나서 나가지 않겠는가.
천운이 순환함을 알겠도다, 하느님이시여.
이 나라를 도우시어 만세무강 누리게 하소서.
요순 같은 태평 시에 삼대일월 비추소서.
천만 년 동안에 전쟁을 없애소서.
밭 갈고 우물 파서 격양가를 부르게 하소서.
우리도 임금님 모시고 함께 태평 즐기리라.(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