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행약수터로 향하는 백양산 임도
바람고개 가는 길목에 있는 무명폭포
꽃망울이 맺힌 선암사 뜰의 매화나무
2주간 집을 떠났다가 돌아왔다. 대문 앞에 서니 문 위에 배달된 신문과 택배물, 우편물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아내가 신문보급소에 사전에 전화를 해서 대문 옆 창고에 신문을 넣어 달라고 했는데 배달원한테 전달이 안 되었던 것 같다. 아파트에 살다가 지금 살고 있는 주택으로 이사를 온 첫 해에는 대낮 빈집에 도둑이 들어 아내 반지와 목걸이를 도둑맞기도 했는데 근래 들어서는 좀도둑이 설치지 않는다. 이번에도 장기간 집을 비웠지만 무사하였는데 집 근처 길에 다목적 CCTV 카메라가 설치된 까닭인 것 같다.
집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2층 베란다와 옥상에 있는 분재 화분에 물을 주었다. 겨울철이라 잎이 다 떨어져 광합성 활동이 없어 2주 동안 물을 주지 않았는데도 밤이슬만으로 잘 견디고 있었다. 여름철에는 화분 식물들 때문에 1주일도 집을 비우기 힘든데 겨울철에는 조금 더 길게 집을 떠나 있어도 괜찮다.
어제는 방학을 하고 처음으로 푹 쉬었다. 해외여행과 연이은 달리기로 피로가 누적되었든지 낮잠과 휴식으로 하루를 보냈다. 두문불출 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보내는 날이 하루쯤 있는 것도 괜찮다 싶었다. 학교 공사 관계로 여름방학을 짧게 하고 겨울방학이 길어져 2월까지는 하고 싶은 것들을 실컷 하면서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다.
3주만에 성지곡 일요훈련에 출석하였다. 새해 들어 회원님들을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회장님을 포함하여 전천후 회원 7명이 겨울 추위에 당당히 맞섰다. 회장님, 꾸니, 오궁, 달하니, 레지에로, 아자아지, 태암 등이다. 나는 올해 부산에서의 마수걸이 달리기로 오행약수터까지 다녀왔다. 비스듬히 누운 바위를 타고 미끄럼을 타는 겨울 폭포도 반갑고 반환점 오행약수터 정자 옆 길가에 서 있는 이호우의 시비도 정답다.
돌아오는 길에 선암사 대웅전 앞을 지나오며 올해 한해도 가야지 회원님들과 더불어 건강하게 달리기를 즐길 수 있기를 부처님께 소원했다. 절 마당 담장 앞에 선 매화나무가 개화를 앞두고 둥글게 꽃망울이 맺혀 겨울이 깊었음을 알려 준다. 기도와 감상은 잠깐, 땀이 식기 전에 경내를 벗어났다. 산길을 달려 내려오는 기분이 마치 낙하산을 타고 활공하는 것처럼 짜릿하다. 이맛에 산길주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부산에 동지들과 함께 달릴 수 있는 백양산이 있어 고맙다.
꾸니 샘과 달하니 샘은 2시간 넘게 달려 개금약수터를 다녀오셨고, 나는 1시간 40분을 달려 오행약수터를 다녀왔다. 나머지 네 분은 수원지 수변길을 달렸다. 오늘 우리가 달리기를 하는 동안 기온은 1-2도였는데 해가 나오고 바람이 불지 않아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주로에서 달라진 점은 바람고개와 선암사 사이 비포장으로 울퉁불퉁했던 구간에 흙을 보완하여 반반하게 만들어 안전하고 달리기 좋은 길이 되었다.
고무신 샘과 아자아자 샘은 일찌감치 3월 서울 동마에 풀코스 출사표를 던진 분들인데 장거리주 훈련을 소화하며 착실히 준비를 하고 계신다. 이틀 전 금요일에도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온천천변과 수영강변에서 30km를 달리며 강훈을 하였다고 한다. 고무신 샘은 그 여파로 피로가 아직 덜 풀렸는지 오늘 훈련에는 불참하셨다. 방학중이라 휴식의 자유가 있으니 빨리 회복하실 것 같다.
아침 식사는 메뉴가 다양한 김밥집에서 하였다. 나는 제일 싱거워 보이는 황태미역국을 선택했다. 각자 입맛대로 여러 종류의 메뉴를 선택하며 양해를 구했다. 다행히도 우리 일행 외에는 다른 손님이 없어 오래 기다리지 않아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오궁 샘이 식사비를 계산해 주셔서 감사히 먹었다. 오궁 샘은 내일 모고등학교에 기간제 채용 서류를 제출하러 가신다고 하는데 희망하는 대로 채용에 성공하였으면 좋겠다. 더불어 가야지 회원님들도 올해 소원하는 것들이 모두 성취되기를 기도드린다.
近近益善
世上廣大走道多
無往不在願走路
山立樹林讓山中
海誇波濤誘海岸
像細血管延伸途
走向何所多多存
刺蝟自孩第一美
近家走路最愛好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좋다
세상은 넓고
달릴 길은 많다.
어디를 가도
달리고 싶은 길이 있다.
산은 우거진 숲을 내세워
산속으로 오라 하고
바다는 파도를 자랑하며
바닷가로 오라 한다.
실핏줄처럼
뻗어 나간 길
어느 곳으로 간들
많고 많이 있겠지만
고슴도치도 제 새끼가
제일 예쁘다고
집에서 가까이 있는 주로가
가장 사랑스럽고 좋다.
첫댓글 개금약수터 옆에는 몇몇 성급한 개나리들이 꽃망울을 틔우고 있었습니다. 꽃샘 추위가 닥쳐도 잘 이겨내기를 빌어 봅니다. 어두운 새벽에 집합장소 근처 쓰레기를 줍는 분을 보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후기 감사합니다.
부산 따뜻하다고는 하지만 난 이번겨울이 많이 춥네요. 따뜻하게 동면?하시고, 곧 따뜻한 봄이 되면 힘차게 달려 봅시더. 제발 너무 무리한 달리기는 겨울철엔 지양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