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는 이야기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시는 울엄마가 오늘도 글감하나 툭 던져주셨다.
모처럼 빨리 퇴근한 날이다.
언제든지 시간에 구애받지않고 아무때나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백수의 퇴근시간이다.
비 온 뒷날이라 여름이 주춤거리고 바람까지 살랑불어서 효심이 발동했다.
"엄마 연꽃방죽 바람쐬러 갑시다."
효녀노릇에 일등공신이 된 나의 굿모닝으로 부르릉 15분만에 이렇게 멋진 연꽃방죽이 있다는 것은 이 또한 축복이다.
모녀가 서로 사진을 찍으면서 연꽃방죽길을 화기애애하게 걷다가 아이스크림으로 달달하게 마무리하고 집에 가자고 일어나면서 이 노릇을 어찌하오리까가 발생하였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차 문을 여는데 문이 안열리면서 그제서야 차키 담아 달랑거리고 들고다닌 작은 손지갑이 생각났다.
허둥지둥 카페로 달려가려는데
89세 울엄마가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시면서 손지갑을 내놓으신다.
"오메 환장해분다이 하나고 따라옴시러 이제나저제나 찾나 안찾나 봉께 끝까지 안찾더라이
정신을 어따 폴아묵었냐이"
참말로 내가 너를 잊어버리고 발동동 구르길 몇번이나 했는지
생각해보니 너(손지갑)만 단골로 잊어버린게 아니다.
어느해 추석날 버스에 핸드백을 놔두고 내려서 온가족이 총출동해서 핸드백 찾기 수소문 하느라 여동생네 추석차례도 못지내게 한 어찌하오리까를 시작 으로 깜빡증 사건이 하도 많아서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특히나 개멋부리느라 개목걸이도 없이 들고 다니는 이놈의 핸드폰 깜박증 사건은 왕단골이 되었다.
목포에서 출발하는 버스안에서 폰을 잃어버려 우여곡절끝에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폰을 찾고 난리부르스 친 사건은 딸과 사위들까지 동원해서 역사에 남을 일이 되었고, 툭하면 폰을 들고 전화를 하면서 폰 없다고 한바탕 쇼를 하고 여기저기에 질질 흘리듯 폰을 놔두고 갔다가 차 돌리기를 밥 먹듯이 하고...
갈수록 까먹기 일등이 되어 아침에 들고 간다고 현관문고리에 걸어놓은 걸 보고 이게 뭐지?하고 안으로 휙 잡아 던지는 딸을 보면서 기억력 총총하신 울엄마가 한걱정을 하신다.
"오메 벌써부터 그라고 정신머리가 없어서 어짜끄나이 "
그래도 다행인 것은 건망증으로 생난리를 친 잡다구리 모든 사건들은 죄다 싹다 기억하고 있으니 아직까지는 천만다행이다.
그래도 슬픈 현실이다.
오늘 기초연금 신청서가 날아 온 큰딸보다 더 총총하신 89세 울엄마는 멋쟁이
"나는 역서 사진찍고 놀랑게 내 걱정하지말고 한바퀴 돌고오니라" 는 우리 모녀가 여행을 즐기는 방법입니다.
울엄마가 찍어주신 사진입니다.
울엄마 사진찍는 솜씨도 갈수록 일취월장입니다.
저 손목에 대롱대롱 달려있는 손지갑 덕분에 글하나 뚝딱 만들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