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의 풀꽃(草花)
아름다운 5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었으며 낮에는 볕이 강렬하다. 몇몇 지인들과 함께 남천 가녘을 거닐며 자연보호에 나섰다. 휴지나 담배꽁초 등 쓰레기를 찾기란 어린 시절에 놀이했던 보물찾기만큼이나 어려웠다. 담배꽁초 하나를 발견하면 ‘누가 버렸는가’라는 생각보다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남천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물속에는 고기들이 유희하고 있다. 그 주변에는 이름 모를 풀꽃이 냇가를 따라 무리를 이루며 피어 있다. 그중에서 4월에는 유채꽃과 흡사한 갓꽃이 주류를 이루더니 지금은 금계국이 뒤덮어 황금색의 꽃물결이 흐르는 듯하다. 날씨가 더운데도 꽃물결을 따라 걷는 사람이 많으며 자전거를 타는 사람, 파크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가다가 보니 도로 축대 밑의 긴 공간에 축대를 따라 수국을 심어 놓았다. 그 꽃의 색깔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도대체 저 꽃의 색은 몇 종류나 될까 싶었다. 초등학교 때는 무지개색 일곱 색깔을 알았고 중고시절에는 12색, 24색으로 알았는데 말이다. 몽글하고 몽실한 수국의 자태에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물끄러미 넋을 잃은 채 쳐다보았다.
정신을 차려서 하나라도 더 주울 냥 가던 길을 계속 갔다. 어느덧 한 바퀴를 돌아서 처음 출발했던 지점에 모였다. 주운 쓰레기를 비닐봉지 한곳에 모으니 가득했다. 그것을 일정한 곳에 두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날씨가 무덥기는 하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봉사활동은 힘이 들기는 하지만, 운동 못지않게 몸과 마음을 힐링한다. 가끔은 틈을 내어 봉사함이 자신을 기쁘게 하지 않을까.
그냥 헤어지기가 뭐해서 식당으로 갔다. 막걸리로 목을 축였다. 갈증도 사라지고 시원한 알코올이 목 안을 타고 흐르는 쾌감은 형언할 수 없었다. 많이 걸어서인지 밥맛이 있어 게 눈 감추듯 뚝딱 한 그릇을 비웠다. 이구동성으로 봉사도 하고 운동도 하여 홀가분한 마음이라고 했다.
남천의 풀꽃은 장미꽃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알아주지도 않지만, 꿋꿋이 버티고 있음이 우리 범인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남천을 따라 흐드러지게 핀 풀꽃이 마음속에 짓누른 찌꺼기를 밖으로 쫓아내어 주었다. 그 빈 곳에 오늘 함께한 자연과 봉사의 손길을 담았더니 넉넉하고 흡족한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