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여(權輿)
권(權)은 저울대, 여(輿)는 수레 바탕, 곧 저울을 만들 때는 저울대부터 만들고, 수레를 만들 때는 수레 바탕부터 만든다는 뜻으로, 사물의 시초(始初), 기원(起源), 창시(創始)를 이르는 말이다.
權 : 저울 권(木/18)
輿 : 수레 여(車/10)
(유의어)
남상(濫觴)
효시(嚆矢)
권(權)은 저울의 추, 여(輿)는 수레의 차대(車臺)를 뜻한다. 저울을 만들 때 추를 먼저 만들고 수레를 만들 때에는 차대부터 만든다는데서 유래했으며, 바둑을 두는 데 있어서도 먼저 네 귀를 놓아서 자리를 정하는 등 시초를 잘하는 것이 중요한 점임을 말함이다.
남상(濫觴)에 관한 고사이다.
공자의 제자에 자로(子路)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공자에게 사랑도 가장 많이 받았지만 꾸중도 누구보다 많이 듣던 제자였다. 어쨌든 그는 성질이 용맹하고 행동이 거친 탓에 무엇을 하든 남의 눈에 잘 띄었다.
어느 날 자로가 화려한 옷을 입고 나타나자 공자는 말했다. “양자강(揚子江)은 사천(四川)땅 깊숙이 자리한 민산(岷山)에서 흘러 내리는 큰 강이다. 그러나 그 근원은 겨우 술잔에 넘칠 정도(濫觴)로 적은 양의 물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하류로 내려오면 물의 양도 많아지고 흐름도 빨라져서 배를 타지 않고는 강을 건널 수가 없고, 바람이라도 부는 날에는 배조차 띄울 수 없게 된다. 이는 모두 물의 양이 많아졌기 때문이니라.”
공자는, 매사는 시초가 중요하며 시초가 나쁘면 갈수록 더 심해진다는 것을 깨우쳐 주려 했던 것이다. 공자의 이 이야기를 들은 자로는 당장 집으로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었다고 한다.
효시(嚆矢)에 관한 고사이다.
노자(老子)의 제자 최구(崔瞿)는 천하를 다스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이 좋아질 수 있는지에 대해 노자에게 질문했다.
그러자 노자가 말했다. "자귀나 톱 같은 사형 방법으로 사람을 억누르고, 오랏줄이나 묵죄(墨罪) 같은 법률(法律)로 사람을 죽이며, 뭉치나 끌로 사람 목숨을 끊어 버린다. 이처럼 어지러운 세상이 된 것은 사람의 마음을 인의(仁義)로 묶었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어진 이는 산속에 숨어 살고 군주(君主)는 궁궐에서 두려움에 떨며 살게 되었다. 지금도 처형된 자가 베개를 나란히 하고, 칼쓴 자와 차꼬 찬 자가 비좁은 곳에서 서로 밀치며, 형벌로 죽은 자들이 나동그라져 있는 것이 보인다. 이렇게 되자 유가(儒家)나 묵가(墨家)가 기세를 부리게 된 것이다. 이렇게 심할 수가 없구나. 반성하지도 못하고 부끄러움도 모르는 그들의 모습이라니. 나는 성인(聖人)이나 지혜라는 것이 칼과 차꼬를 죄는 쐐기가 되지는 않는지, 혹 인의(仁義)가 수갑과 차꼬를 더욱 단단히 하는 형구가 되지 않는지 알 수 없구나. 증삼(曾參)과 사추(史鰌)가 걸왕(桀王)과 도척(盜跖)의 효시(嚆矢)가 된 것이 아닌지 어찌 알겠느냐. 그러므로 성인(聖人)을 없애고 지혜를 버린면 천하가 잘 다스려진다."
▶️ 權(권세 권)은 ❶형성문자로 権(권)의 본자(本字), 权(권), 栦(권)은 통자(통자), 权(권)은 간자(간자)이다. 뜻을 나타내는 나무 목(木; 나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雚(관, 권)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본디 나무 이름으로 음(音)을 빌어 걸다의 뜻이 전(轉)하여 저울추를 뜻하게 되었다. 또 저울추는 경중(輕重)을 지배(支配)하는 것이므로, 전(轉)하여 권세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權자는 ‘권세’나 ‘권력’, ‘권한’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權자는 木(나무 목)자와 雚(황새 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雚자는 눈이 큰 황새를 그린 것으로 ‘황새’라는 뜻이 있다. 그러니 權자는 황새가 나무 위에 앉아있는 모습을 표현한 글자라고 할 수 있다. 황새는 자태가 아름다워 예로부터 기품이 있는 새로 알려져 있다. 權자는 이렇게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황새의 자태를 빗댄 것으로 ‘위세’나 ‘권세’를 뜻한다. 그래서 權(권)은 (1)어떤 명사(名詞) 아래에 붙이어 그 명사에 따르는 권리(權利)나 자격(資格)을 나타내는 말 (2)성(姓)의 하나 (3)천권(天權) 등의 뜻으로 ①권세(權勢) ②권력(權力) ③권한(權限) ④권리(權利) ⑤유리한 형세(形勢) ⑥저울 ⑦저울추 ⑧방편(方便) ⑨계량(計量)하다 ⑩저울질하다 ⑪꾀하다 ⑫잠시(暫時) ⑬당분간(當分間) ⑭임기응변(臨機應變)의 ⑮임시(臨時)로, 임시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형세 세(勢), 일컬을 칭(稱)이다. 용례로는 권세와 이익을 권리(權利), 권리의 한계를 권한(權限), 강제로 복종시키는 힘을 권력(權力), 권력과 세력을 권세(權勢), 임시로 감원함을 권감(權減), 권리와 이익을 권익(權益), 권세와 일을 처리하는 능력을 권능(權能), 권력을 잡고 있는 자리를 권좌(權座), 저울로 사물의 가볍고 무거움을 고르게 함을 권형(權衡), 저울과 자로 좇아야 할 규칙이나 법도를 권도(權度), 정치 상의 권력을 정권(政權), 정권을 잡음을 집권(執權),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인권(人權), 잃거나 정지되었던 권리나 자격을 다시 찾음을 복권(復權), 권리를 버리고 행사하지 않음을 기권(棄權), 권한 밖의 일을 함을 월권(越權), 직무 상의 권한을 직권(職權), 특별한 권능과 권리를 특권(特權), 스승으로서의 권위를 교권(敎權), 국가를 통치하는 권한을 대권(大權), 정권을 이어받는 것을 수권(受權), 권리나 권세를 잃음을 실권(失權), 정부가 행할 권리를 관권(官權), 권리나 권력을 별러 나눔을 분권(分權), 권세는 10년을 넘지 못한다는 권불십년(權不十年),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인정이나 도덕을 가리지 않고 권세와 모략 중상 등 갖은 방법과 수단을 쓰는 술책을 권모술수(權謀術數), 돈의 힘으로 되지 않는 일이 없다는 금권만능(金權萬能), 마음대로 살리고 죽이는 권리를 생살지권(生殺之權) 등에 쓰인다.
▶ 輿(수레 여, 명예 예)는 형성문자로 轝(여)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수레 거(車; 수레, 차)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있다, 놓다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여(臼+十十)로 이루어졌다. 차(車)의 사람이 타는 곳, 물건(物件)을 싣는 곳, 전(轉)하여 수레의 뜻이 있다. 나중에 여(臼+十十)가 擧(거)와 통하여 사람이 메는 가마의 뜻이 되었다. 그래서 輿(여, 예)는 ①수레 ②가마(조그만 집 모양의 탈것) ③차상(車上: 타거나 물건을 싣는 수레 윗부분) ④(수레를 모는)하인(下人) ⑤노비(奴婢) ⑥땅, 대지(大地) ⑦수레를 만드는 사람 ⑧기본(基本) ⑨정기(旌旗: 정(旌)과 기(旗)를 아울러 이르는 말) ⑩싣다, 실어나르다 ⑪지다 ⑫들어올리다 ⑬마주 들다 ⑭많다, 그리고 ⓐ명예(名譽)(예) ⓑ영예(榮譽)(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뭍 륙(陸), 수레 거(車), 수레 가(軻), 수레 로(輅), 수레 량(輛), 가마 련(輦)이다. 용례로는 사회의 어떠한 현상이나 정치적 문제 등에 대하여 국민들이 나타내는 공통된 의견을 여론(輿論), 지구 또는 대지를 여지(輿地), 어떠한 사람이나 일에 대한 많은 사람의 기대를 여망(輿望), 사회 일반의 여론을 여정(輿情), 많은 공로가 있음을 여공(輿功), 여러 사람들에게 전하여 퍼진 소문을 여문(輿聞), 여러 사람들이 답답하게 여김을 여민(輿悶), 여러 사람들이 통분하게 여김을 여분(輿憤),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여의(輿意), 시체를 운반하여 장사 지냄을 여장(輿葬), 수레를 모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하인을 달리 이르는 말을 여례(輿隷), 하늘과 땅을 감여(堪輿), 짐이나 물건을 마주 들거나 메거나 함을 여여(舁輿), 음식물을 나르는 데 쓰는 도구를 식여(食輿), 대자연의 넓은 땅을 이르는 말을 황여(黃輿), 남에게 거저 물건을 주는 일을 시여(施輿), 수레를 만드는 사람을 윤여(輪輿), 수레를 건다는 뜻으로 늙어서 벼슬을 그만둠 또는 나이 일흔 살을 이르는 말을 현여(懸輿), 시대의 흐름을 따라 행동한다는 말을 여시부앙(輿時府仰), 잔의 물로 수레에 가득 실린 땔나무에 붙은 불을 끄려 한다는 뜻으로 능력이 도저히 미치지 않아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어리석은 짓을 한다는 말을 배수여신(杯水輿薪)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