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깊이를 더해간다.
열흘 전 산행기를 이제와 쓴다.
전 주에 송이 봤던 곳으로 향했다.
송이풀 꽃을 피웠다.
철없는 진달래도 피어있다.
철없는 게 아니라 식물은 조건만 맞으면 꽃 피우고 지고 이러는가 보다.
어느 님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 피대기 송이 하나 보인다.
또 다른 포인트로 이동했다.
송이가 보인다.
큼직한 것이 보인다.
잘생겼다.
전주보다 크기와 무게감이 훨씬 좋다.
불룩한 솔잎을 훅 걷어내니 송이갓 절반이 떨어져 나간다.
실하다.
바위 절벽을 조심스럽게 타고 내려서니 하나 보인다.
길쭉하니 잘생겼다.
돌고 돌아 골짜기로 내려섰다.
참나무 쓰러진 둥치에 느타리가 났다.
돋아난 지 얼만 안 됐는지 깨끗하다.
전 주보다 숫자는 절반정도밖에 안 돼도 무게는 못지않다.
1킬로 정도 되지 싶다.
한 나절이 넘어 산을 내려와 집으로 향했다.
조금 쉬다가 송이 몇 개 챙겨서 모임 하러 나섰다.
갑자기 천둥이 치면서 폭우가 내린다.
가을비가 여름에 비 오듯 한다.
택시를 기다려도 안 오고 버스를 기다려도 안 온다.
뱜바우 30분 정도 걷는 거리는 웬만하면 걸어 다닌다.
계획한 대로 걷기로 하고 뚝방도로에서 하상도로 쪽으로 계단을 내려왔다.
하상도로를 건너 징검다리를 건너서 지름길을 택했다.
하상도로 횡단보도를 거의 다 건너가려던 참인데 날벼락이 떨어졌다.
빠바박!! 부딪치는 가싶더니 몸이 도로 밖으로 나동구라 진다.
분명 상하행 차선의 오가는 차를 확인하고 건넜는 데 순식간의 일이다.
우산은 어디 갔는지, 안경도 떨어져 나가고 물이 흥건한 곳에 고꾸라졌다.
운전자가 나온다.
"미안해유, 못봤어유~~~~```"
119를 부르더니 차를 빼야 한다며 달아난다.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가족에게 연락하고 CT, Xry 찍고 병실로 옮겨졌다.
다행히 부러진 곳은 없단다.
가슴에 통증이 오고 허벅지는 1차 추돌 후 나가떨어지면서 도로 난간모서리에 부딪치며 점퍼, 티, 바지, 팬티까지 찢어지면서 상처를 남겼다.
복숭아씨가 부딪치며 발목이 부어오른다.
반대편종아리가 엄청아프다.
여기도 정강이와 종아리를 부딪쳤다.
링거를 꽂고 침대에 눕는 신세가 됐다.
진통제도 맞고 약도 먹고 ~````
이틀이 지나니 2주라던 진단은 갈비뼈 골절이 있다고 6주로 바뀌었다.
뱜바우 병원에 입원하기는 첨인 듯하다.
환경이 바뀌니 잠도 안 오고 여기져기 통증은 오고 환장하것다.
2인실 병실을 쓰는 데 옆에 사람이 코를 곤다.
복도에 사람 지나가는 소리, 치료용 카트 움직이는 소리 ~~~~~~~~~`
3일째부터는 조금씩 걸을 수 있다.
동물원 우리에 갇힌 호랑이처럼 정형행동을 한다.
아무 의미도 없이 병원복도를 왔다 갔다 왔다 갔다~~~~~~~`
아침 먹고 회진받고 물리치료하고 점심 먹고 다시 물리치료, 저녁 먹고 정형행동 열씨미 하다가 잠자고~~~``
자다가 몇 번을 깨는지 모르겠다.
열흘이 되던 어제 퇴원을 했다.
안경 맞춘 거 찾느라 와이프차에서 내려 걷는 데 걸음걸이가 평소 같지 않다.
병원에서는 웬만했는 데 도로와는 차이가 난다.
종아리도 땡기고 발목도 시큰거린다.
현관의 비밀번호가 생각이 안 난다.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케 한다.
오늘 출근을 해서 쌓인 서류 결재하고 고장 난 것들 손보고 새삼 나의 빈자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무실 가까운 곳 병원으로 가서 물리치료를 받았다.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 지 새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간병해 준 마누라도 고맙고 자주와 얼굴 보여준 딸래미도 그렇다.
당분간 산행은 못하지 싶다.
겨울에 쌓으려던 돌탑도 물 건너갔 지 싶다.
열씨미 재활치료에 매진해야겠다.
첫댓글 큰일날뻔 했네요
나이들어 다치면 잘 낫지도 않는다는데, 빠른 쾌유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치료하니 빨리 낫지 싶습니다. 건강하세요.
빠른 쾌유바랍니다
ㅠㅠ
감사합니다. 건강한 나날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