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봉지. 나이? 22살. 20살 때 난 재수했다. 21살 때 난 삼수 했다. 그리고 22살 난 평달 스님의 지극한 뒷바라지와 귀여운 준영이의 잔소리로..또 평달스님을 따르는..잠깐!! 강력한 불심을 믿기보단, 평달스님의 몸매에 빠진 몇 명의 아주머니들의 정성스러운 개고기에 힘입어... 서울대학교에 입학하고야 말았다. 으하하하하
우선 정신적 지주?? 평달스님에 대하여 이야기하자면.. 그의 나이? 아무도 모른다..
어릴 적, 스님의 나이가 궁금해졌을 무렵 물었더니...서른이 좀!!!! 넘었다 ~ 하셨건만...20년 후인 지금도 그 물음의 답은 변하지 않았다..뒤늦게 안 사실이나...내가 절에 들어오기 전부터 쭉 그의 대답은 서른이 좀!!!! 넘었다~ 였 단다..나이야 어쨌든 간에 그의 몸매는 자타가 공인하는 권상우급 몸매!! 그의 몸매 비결은 다른 스님들과는 조금? 다른 절 생활을 하셨다는 점...
으윽~ 우선 그는 스님들이 염불을 외거나..불공을 드리는 시간! 산에서 근육 다지기 운동에 무진장 힘썼다. 채식하시는 다른 스님과는 다르게..고기와 더불어 몸에 좋다는 음식만을 찾아다니며 드셨다. 무엇보다도 그의 입담과 특유의 유머를 사랑한 불도가 한 분 계셨으니..그 분은 우리 절의 물질적 지주!! 불공을 드리러 절을 찾기보다는 평달스님의 귀여운?? 재롱을 감상하시기 위해 절을 찾는 돈 많고, 시간 많은 노신사. 그 노신사는 평달 스님에게 헬쓰 기구를 선물해 오셨다. 다른 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최신식 헬쓰기구들..평달스님은 근육질의 재롱둥이였다...하하하하
거기다가 평달스님은 정기적으로 나이트에 다니신다. 젊음의 혈기를 충전하는 곳이라며 그곳을 찾아다니신다. 모자를 멋지게 눌러 쓰시고 썬글라스로 눈가의 주름을 교묘히 가리신 후! 단 한 벌의 무대의상을 입으시면!! 나이트 출입이 가능한 나이로 둔갑한다. 나이트의 화려한 조명을 받는 순간 그의 이름은 이평달이 아닌 박민기로 바뀌게 된다. 하하하
어쨌든 따지고 보면 그는 스님이 절대 아니다..그를 스님이라 부르는 사람은 몇 안 된다..나와 준영이 그리고 그를 따르는 어처구니없게도, 한 달에 한번은 꼭 개를 잡는 아주머니들.. 이런 그가 절에서 살아남는 이유는 역시나 그의 입담과 특유의 유머가 절대로 밉살스럽지 않고....그저 어처구니없지만...너무 귀엽다는 것!!! 그리고 그의 숨겨진 어두운 과거는 우리 절의 큰스님만이 알고 있다. 자세한 것은 모르나 딸이 하나 있는데...어디에 있는지..살아는 있는지 알 길이 없다는 것...
어쨌는 내겐 아버지이자 형님이자 어머니이자 동생이자....가족이다!!!!!
그리고 그의 싸이코적 기질이..나의 이름을 만들어냈다..이!!봉!!지!!!
사람들은 말한다. 때로는 아주 진지하게 물어 온다.."봉지야. 넌 네 이름이 그렇게나 좋니?"
놀림이란 놀림은 다 받을 것 같은 봉지란 이름..
어릴 적, 봉달이~~ 비닐봉지, 봉구, 봉지어딨니~~쓰레기 담자!! 수많은 별명 속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저 내 이름이 좋아서였다. 이 이름 덕분에 난 세상의 벽을 허물어 버리는 데에 조금의 눈물을 아끼고, 조금의 웃음을 더 쏟아낼 수 있었다.
"아이구 우리 봉지녀석! 학교 잘 갔다왔냐?"
"스님~! 친구들이 봉달이라고 자꾸 놀립니다."
"아녀석..니 녀석 이 절에 처음 왔을 때...쌀이 가득 담긴 검정 봉지 옆에 있었단 말이다. 물론 나는 너보다 쌀을 먼저 봤다..하하하 부처님이 널 잘 보살피라고 글쎄 쌀이랑 같이 널 보내셨더구나.."
"그렇다고 제 이름을 봉지라 하신 것은 너무 하셨습니다."
"녀석! 너의 이름은 지엄하신 부처님께서 내리신 이름이다. 받아드려!! 하하하하"
지금 생각하보면..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그 시절 나는 내 이름이 좋았다..커 가면서 느꼈던 나의 생부모에 대한 배신감과 버려진 아이라는 처절한 고통을 나는 내 이름을 웃으면서 불러 대는 내 스스로에 대한 애정과 평달스님의 보살핌 속에..정말 잘 이겨냈다. 항상 밝게 웃을 수 있는 것이 내 이름 때문이란 건 정말 아이러니 한 일이다..이름에 담긴 내 출생의 비밀은 날 참 힘들게 했지만..이겨 낼 수 있는 나름의 힘을 주었다.
사람에게는 이겨낼 수 있는 만큼의 고통을 준다 하였던가? 그 고통을 혼자 이겨낼 수 없다면 하늘은 좋은 사람들을 더불어 보내 주시는 것 같다. 내겐 평달 스님과 준영이가 좋은 사람이다.
이제 곧 이절을 떠나서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게 된다. 나의 좋은 사람들과 잠시 떨어져 지내야 하지만..난 믿는다.또 다른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