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해민이 언어수업 계획을 여쭙기 위해 느티나무언어심리센터 언어재활사 선생님과 만났다.
작년 9월 말, 언어 지원을 두고 의논하며 AAC 의사소통판 사용을 시작했는데 이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시작했다.
⑤ (AAC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해민이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한 해 마무리를 앞둔 시점에서 수업형태에 변화를 주는 것이 가능할까요?
- 해민이가 금전적인 지원을 받아 수업할 수 있는 것은 내년까지이다. 물론 성인이 되어서도 수업을 계속 할 수는 있지만 부담일 수 있고, 대개 지원 종료와 동시에 수업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활용을 해 볼 것이라면 빠르게 시작하는 것도 좋겠다. 우선 물 마시기, 밥 먹기, 화장실 가기 등 세 가지 내용이 담긴 의사소통판을 제작해보겠다. 간단하게 시작해야 해민이도, 돕는 사람도 부담이 없을 것 같다. 「2024년 9월 30일 월요일, 서무결」 발췌
해민이가 만나는 선생님과 선생님들마다 돕는 방법이 다양하다.
공유하며 일관되게 도우려고 애쓰지만 얼마쯤 한계가 있다.
의사소통판을 해민이가 때마다 접하기에도, 접하고 반응이 돌아오기까지도 그럴 것이다.
또, 성인이 되어서도 그림판을 활용하며 소통을 할 때의 격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있다.
이런 점을 토로하고 의사소통판을 계속 활용할지 의논했다.
선생님은 계속 활용하는 편이 좋겠다고 하셨다.
나는 조금 망설여졌다. 대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때마다 그림을 제시하기가 어렵다면 붙여두고 해민이가 연결 지어 연상할 수 있도록 익숙해질 수 있어도 좋겠다.
가령 어느 날부터 해민이가 샤워하러 갈 때 목욕 바구니가 있는 찬장 쪽으로 손을 뻗기 시작했다.
샤워를 이미 한 이후에도 샤워가 당길 때면 손을 뻗을 때도 있다.
해민이의 새로운 표현이 반가웠다.
이처럼 ‘찬장-목욕바구니-샤워’를 연결 지어 표현할 수 있음을 알았다.
이는 해민이가 (무거우니 손잡이 반은 돕는 사람이 들더라도) 직접 바구니를 들고 샤워하는 곳까지 갔기 때문일 것이다.
의사소통판을 활용한다면 속옷이 있는 서랍에 속옷 그림을 붙여 두고 속옷을 가져와달라고 권할 수 있다.
그렇다면 속옷을 갈아입고 싶을 때 서랍 쪽으로 손을 뻗거나 직접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식사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식당에 갈 때마다 밥 그림을 붙인 수저 케이스를 챙기면 배가 고플 때 수저 케이스를 찾을 수 있다.
해민이 일로 이루려고 권하고 기다리니 새로운 표현을 한 것처럼 앞으로도 해민이가 하는 표현이 다양해질 것이라 믿는다.
재활을 두고 시설 사회사업가가 방점을 찍고 시선을 두어야 할 곳은 치료나 훈련이 아닐 것이다.
일상에서의 반복도 ‘훈련’처럼 되지 않을까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당사자는 ‘복지를 이루는 데 사회사업 도움을 받는 사람’(『복지요결』 본문, 사회사업 개념, ‘당사자’ 발췌)이기에 사회사업 영역이 아닌 일상생활 전반에서는 그저 예와 성을 다해 설명하고 권할 뿐이다.
해민이와 오늘 선생님과 의논 내용을 나누고 살 것을 써 보고 쇼핑하러 가야겠다.
2025년 1월 6일 월요일, 서무결
언어재활사의 수업과 시설 사회사업가의 지원은 다르겠죠. 의논하며 함께 궁리하고 합력하니 감사합니다. 해민 군의 언어와 의사소통에 진전이 있기 빕니다.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