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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m.dcinside.com/board/napolitan/50169?page=19&recommend=1
>혹시 읽기 불편하면 원출처 가기 추천!<
정 씨가 우리 동네에 들어온 게 언제였더라.
우리 막내가 중학교 들어가던 해니까, 아마 99년 봄이었지 싶다.
그 해 벚꽃이 막 피어날 무렵이었을 테다.
그때 우리 가게는 지금 자리가 아니라 골목 안쪽에 있었더랬다.
박 영감네 집 맞은편이었다.
박 영감네 집은 진작에 헐려서 지금은 그 자리에 빌라가 들어섰지만, 그때만 해도 옛날 양옥집이었고 옥상에는 옥탑방이 하나 있었다.
그 옥탑방에, 정 씨가 들어왔다.
이삿짐이라고 가져온 거라곤 박스 두 개에 까만 가방 하나가 전부였다.
당시에도 박 영감이 "총각이 짐이 왜 이렇게 없냐" 했더니 정 씨는 그냥 씩 웃고 말았다.
그런데 그 웃음이 입은 웃는데 눈은 안 웃는, 그런 묘한 웃음이었다.
당시에는 그냥 낯을 가리는가 보다 했다.
게다가 이런 달동네 들어올 때 짐이 적은 사람이 한둘이던가.
형편 안 좋은 사람들이 이렇게 들어와서 자리 잡고 사는 거야 당시에는 흔한 일이었다.
우리 가게에 처음 왔던 것도 그날 저녁이었다.
라면을 사러 왔는데, 진열대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처음엔 딱히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하도 그 앞에서 망부석 마냥 서 있길래 슬쩍 들여다 봤다.
신라면을 손에 쥐었다가 다시 놓고, 이번에는 안성탕면을 쥐었다가 또 내려놓고, 그렇게 한 5분을 그러고 있었더랬다.
멀찍이서 지켜보던 내가 결국 답답한 마음에 물었다.
"뭐 찾으세요?"
"라면이요."
"라면, 거기 있는 게 다 라면이에요."
"네."
그러고는 또 한참을 보더니만 결국 신라면을 골라가지고 왔다.
나는 계산을 하면서 농담처럼 한마디 툭 던졌다.
"라면을 처음 사보는가 봐요?"
"네."
"...으,으응?"
"처음이에요."
농담처럼 던진 말에 제법 진지한 답변이 돌아왔다.
당시엔 다 큰 남자가 라면을 처음 사본다기에 외국에 살다 왔거나, 시골 어디 깊은 데서 살다 왔나보다 했다.
굳이 캐묻진 않았다. 사람마다 사정이라는 게 있는 거니까.
그날 저녁 가게를 정리하면서 박 영감네 옥상을 봤더니 옥탑방에 불이 켜져 있었다.
그날 이후로도 옥탑방은 항상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었다.
가게를 닫고 들어갈 때마다 보면 항상 켜져 있었고, 어쩌다 새벽에 깨서 화장실 가다가 슬쩍 들여다 봐도 여전히 켜져 있었다.
밤새 뭘 하나, 라면을 어떻게 끓이는가 연구라도 하는가, 그때는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처음 한두 달은 정 씨는 매일같이 가게에 와서 매번 똑같은 걸 사갔다.
라면 한 봉지, 햇반 하나, 즉석국 하나에, 어떤 날은 두유를 사고, 어떤 날엔 우유를 사갔다.
그것 말고는 채소나 고기는커녕 하다못해 김치 같은 것도 사는 일이 없었다.
"총각, 어쩜 매번 똑같은 것만 먹고 살어?"
"이게 주식 아니에요?"
"에이, 라면이랑 햇반이 어떻게 주식이야. 밥을 해먹어야지, 쌀 사다가."
"쌀이요?"
"그치, 쌀."
"...쌀이요."
뭘 그렇게 어려워하나 싶었는데, 그날 정 씨는 쌀 1킬로짜리를 사 갔다.
그러더니 며칠 있다가 결국 다시 또 햇반을 사갔지만.
생각해보면 그 옥탑방에서 밥을 지어 먹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하긴 애초에 전기밥솥도 안 보인다고 박 영감네 안주인이 그랬다.
안주인은 가끔씩 옥탑방 청소를 봐주러 올라가곤 했는데, 1년을 살았어도 그 방엔 짐이 그대로였다고 했다.
옷 두세 벌에, 이불 하나, 베개 하나 외에는 짐이 늘어나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어쩔 때 보면 집에 사람이 사는 것 같지도 않다고 했다.
그런데 출퇴근은 하는지 매일 같은 시간에 나가서 같은 시간에 들어왔다.
물론 어디로 출근하는지는 동네 사람 누구도 몰랐다.
정 씨가 양복 입은 건 본 적도 없고, 하다못해 작업복 같은 것도 입은 걸 본 적이 없었다.
매일 똑같은 점퍼에 청바지, 그리고 가방 하나를 메고 다녔다.
"빚쟁이한테 도망 온 거 아냐?"
어느 날 박 영감이 그랬다. 하도 사람이 비밀스럽고 조용조용하니까 그런 소리까지 나온 걸 테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빚쟁이는커녕 정 씨를 만나러 찾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명절 같은 날에도 정 씨의 옥탑방 불은 새벽까지 켜져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물론 이게 이상하다고 하면 이상한 거고, 안 이상하면 안 이상한 거다.
이 동네에 사연 있는 사람이 한둘이던가. 살면서 별 사람 다 보는 거지.
그런데도 정 씨는 유독 참 묘한 구석이 있었다.
우리 가게 앞에는 평상이 하나 있었다. 동네 어른들이 간혹 거기 앉아서 쉬다 가는 자리였다.
정 씨는 가끔씩 그 평상에 앉아 가게에서 산 캔커피를 마셨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구경하곤 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 강아지 산책을 나온 사람, 동네서 뛰어다니는 애들까지 그냥 눈에 띄는 사람들을 한참을 구경하고 있었다.
처음엔 왜 저러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그 눈빛이 또 뭔가 꿍꿍이가 있어보이는 눈은 아니었다.
뭐랄까, 매일 보는 사람을, 매일 처음 보는 것처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보는 것 같았다.
한번은 동네 강아지 하나가 새끼를 낳았는데, 그 새끼 강아지들이 평상 옆 박스에서 꼬물거리고 있었다.
정 씨는 그날 그걸 내리 한 시간을 들여다 봤더랬다. 다 마신 캔커피 깡통을 들고서 진짜 한 시간을 그러고 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일어서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가면서도 뒤를 돌아서서 박스를 한번 슥 보고는 그대로 집으로 갔다.
그렇게 3년쯤 지났을 때였나. 그 즈음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영감이 쓰러졌다.
하도 오래된 일이라 정확한 날짜는 기억이 안 난다.
가게에 나와 있는데 안방에서 우당탕탕하는 소리가 들려서 가보니 영감이 바닥에 누워서 입에 거품을 물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당시에 어쩔 줄 몰라서 119를 부를 생각도 못하고, 그냥 영감만 불러대면서 울고만 있었더랬다.
그때 갑자기 정 씨가 안방으로 들어왔다.
그 사람이 어떻게 알고 들어왔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문이 열려 있어서 들어왔다고 나중에 그러긴 했는데, 그래도 가게에서 안 쪽에 있는 안방까지는 그냥 들어올 자리가 아니었다.
어쨌든 그가 영감 옆에 앉더니 영감 머리를 옆으로 돌려서 입에서 뭐가 흘러나오게 했다.
그러고는 119에 연락해서 주소를 또박또박 불러주었다.
그가 우리 가게 주소는 또 어떻게 알았는지도 지금까지 모른다.
다행히 영감은 살았다.
뇌졸중이었는데, 의사가 그러길 처음 5분이 중요했다고 했다. 정 씨가 그 5분 안에 와줘서 산 거였던 것이다.
영감이 깨어나고 나서, 내가 정 씨한테 인사를 했다.
고맙다고, 정말 고맙다고.
그랬더니 그가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말했다.
"아주머니가 우셔서요."
"으응?"
"우는 소리가 들리길래 와봤어요."
"...아."
"우는 게 어떤 건지 보려고 왔어요."
당시엔 내가 그 말을 잘못 들었나 했다.
그런데 딱히 웃지도 않고 그 말만 딱하고 가버려서 한참 뒤에야 그게 무슨 말이었는지 생각해봤다.
우는 게 어떤 건지 보려고 왔다니, 그게 무슨 말이었을까.
당시엔 너무 정신이 없기도 했고, 영감이 살았으니 됐다는 생각만 들어서 그냥 넘어갔더랬다.
그날 이후로 정 씨는 우리 가게에 자주 왔다.
매일 같이 와서 평상에 앉아 있거나, 영감이 퇴원한 뒤로는 영감이랑 평상에 앉아서 같이 시간을 보냈다.
영감은 뇌졸중 후유증 때문에 말을 잘 못하게 됐다.
그런데도 정 씨는 그 옆에서 한참을 같이 앉아서, 둘이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다.
어쩔 때는 영감이 햇볕 쬐는 걸 좋아하니까 같이 평상에서 햇볕을 쬐고 그랬다.
그러다 가끔씩 영감이 침을 흘리면 정 씨가 닦아줬다.
처음엔 그게 너무 어색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어느새 침 닦는 건 나보다 정 씨가 더 능숙하게 해냈다.
영감도 정 씨를 참 좋아했다. 말도 못하는 양반이었지만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정 씨가 가게에 오면 입이 헤 벌어졌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잘 올라가지도 않는 손을 들어 인사했다.
사람이 사람을 알아보는 데는 말이 필요 없는 모양이었다.
영감은 그렇게 4년쯤 더 살다가 갔다.
이후로 두 번째 발작이 왔었는데 결국 못 일어났다.
장례를 치르는 사흘 동안 정 씨가 빈소에 와 있었다.
그런데 빈객처럼 왔다 가는 게 아니라, 음식도 나르고, 그릇도 치우고, 안내도 하고 일을 도왔다.
하루는 막내가 와서 그를 보고 누구냐고 묻길래 옆집 사는 정 씨라고 했더니, "엄마 친척인 줄 알았다"고 했다.
발인 날, 정 씨가 영감 영정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딱히 절을 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영정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딱 한 번 고개를 꾸벅 하고는 갔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왔을 때도, 옥탑방 불은 새벽까지 켜져 있었다.
영감 가고 나서 한동안은 정신이 없어서 가게도 며칠 닫았었다.
그러다 다시 가게를 열었을 때 정 씨가 첫 손님으로 들어왔다.
정 씨는 라면 한 봉지를 사면서 내게 물었다.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나요?"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영감 죽고 나서 한참이 지나고 난 뒤에서야 정 씨는 내게 물었다.
"어디로 가긴. 좋은 데 갔겠지."
"좋은 데가 어디에요?"
"몰라. 그냥 좋은 데."
"...그렇구나."
정 씨는 가게에서 나가지도 않고 라면 봉지를 손에 든 채로 한참 서 있었다.
"아주머니."
"응?"
"사람이 한 번 죽으면, 그 사람은 어디에도 없는 거잖아요."
"...그렇지."
"몸도 없고, 목소리도 없고, 그 사람이 했던 말도 다시는 들을 수 없고."
"...그렇지."
"그게, 무서운 일이군요."
정 씨는 그 말을 하고는 돌아갔다. 나는 그 말을 한참동안 잊지 못했다.
'무서운 일이군요'라는 말.
마치 사람이 죽는다는 게 무서운 일이라는 걸 그제서야 알게 된 것처럼 말했다.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그때도 딱히 물어보려고 하진 않았다.
그 뒤로 정 씨는 사람을 구경하는 일이 줄어들었고, 대신 사람들이랑 같이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평상에 누가 앉으면 옆에 앉아서 같이 있곤 했다. 동네 어른들이 화투를 치면 옆에서 그걸 지켜보기도 했다.
처음엔 그냥 보기만 하더니, 나중엔 같이 치기도 했다. 물론 더럽게 못 쳤다. 한 번을 이기는 걸 못 봤지만, 그래도 매일 같이 치긴 했다.
박 영감네 안주인이 김장을 도와달라고 했을 때도 정 씨가 거들었다.
김장이라곤 해본 적 없는 사람이었는데, 옆에서 시키는 게 있으면 묵묵히 거들었다.
김장이 끝나고 박 영감네 안주인은 김치 한 통을 싸서 정 씨에게 수고했다면서 들려보냈다.
그 옥탑방에 냉장고나 있을까 싶어 어떻게 보관했을까 싶었지만 어쨌든 정 씨는 말없이 받아들고 올라갔다.
며칠 뒤에 정 씨가 가게로 와서 내게 김치찌개 끓이는 법을 물었다.
꽤 진지한 표정을 한 채로 메모지까지 들고와서 물어보길래, 어찌어찌 알려는 줬는데 잘 해먹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우리 동네는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집들이 여럿 헐리고 그 자리에 빌라가 들어섰다.
박 영감네도 그때쯤 헐렸다. 박 영감은 이미 세상을 떴고, 박 영감네 안주인은 자식들을 따라 다른 동네로 갔다.
박 영감네가 헐릴 때 그 옥탑방도 같이 헐려서, 정 씨는 우리 가게 뒤편에 있는 빌라의 반지하로 옮겨 갔다.
어떻게 보면 가게에서 더 가까워진 셈이었다.
10년이 지나도 정 씨는 늘 똑같았다.
이게 참 이상한 게, 사람 얼굴이라는 게 1, 2년 사에는 안 변해도 10년이면 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 씨 얼굴은 변한 게 없었다. 살이 찌거나 빠지지도 않고, 머리에 흰 거 한 가닥도 안 났다.
처음 이 동네 들어왔을 때 30대 초반쯤으로 보였는데, 10년이 지나도 30대 초반처럼 보였다.
한번은 내가 농담처럼 말했다.
"총각은 늙지도 않나봐?"
정 씨는 잠깐 멈칫하더니 답했다.
"...늙어요."
"안 늙는 거 같은데?"
"늙고 있어요. 그냥 안 보이게."
"그건 또 뭔 소리래."
내가 이렇게 말하자 정 씨는 그냥 피식 웃을 뿐 끝내 답을 하진 않았다.
그러면서 가게를 나가는 뒷모습을 보는데, 그 뒷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노인 같아 보였다.
그런데 다음날 다시 가게에 들어서는 모습을 보면 또 30대 모습 같아 보였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싶다가도, 살다보면 보고도 잘 모르겠는 일이 있겠거니 했다.
그러고도 몇 년이 더 흘렀다. 정 씨와 한 동네에 산 지도 20년이 다 되어갔다.
그 사이에 동네 사람들도 참 많이 갔다.
박 영감, 평상에서 화투 치던 노인 셋, 강아지 키우던 노인까지 다 가버렸다.
정 씨는 그들 가는 길마다 늘 함께 있었다.
우리 영감이 갔을 때처럼, 늘 빈소에 머물러서 일가 친척이라도 되는 양 끝까지 함께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정작 정 씨는 자기 일로 슬퍼하는 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정 씨가 가게에 와서 문득 말했다.
"아주머니."
"응?"
"제가 여기 처음 왔을 때 라면 처음 사봤다고 한 거 기억나세요?"
"기억나지. 어떻게 잊어. 라면 한 봉지 사는데 5분 씩이나 걸렸는데."
"그땐 라면이 뭔지 몰랐어요."
"그래, 외국 살다 와서 그랬다며."
"...외국이요."
"그렇다며."
"네, 그렇네요. 외국이었네요."
정 씨의 말투가 뭔가 이상했지만, 그 표정이 평화로워 보여서 나도 같이 웃었다.
"그래서, 이제 라면은 잘 끓일 줄 알아?"
"네. 끓일 줄 알아요."
"맛있게?"
정 씨는 한참을 있다가 답했다.
"네. 맛있어요. 정말로요."
정 씨가 동네에서 사라진 건 작년 가을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였다.
빌라 주인이 그러는데 며칠째 안 보이더란다.
하도 인기척이 없길래 들어가 봤더니 방이 비어 있고, 짐도 다 가져갔다고 한다.
애초에 짐이라봐야 박스 두개에 다 들어가던 짐이었으니, 가져가는 데도 오래 안 걸렸을 거다.
월세는 다음 달치까지 미리 내 놓았더란다. 그게 참 정 씨다웠다.
신고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동네에서 한참을 얘기했지만, 결국 안 했다.
정 씨한테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빚을 진 것도 아니고, 누가 그를 찾을 사람도 없었다.
본인이 가겠다고 갔으면 간거다. 잡을 사람이 없는데 누가 신고를 한단 말인가.
그런데 동네 사람들이 다 그랬다.
이상하게 허전하다.
매일 보던 사람이 갑자기 안 보이니까 그 평상 자리가 그렇게 휑할 수가 없었다.
정 씨가 마지막 며칠 동안 동네 사람들한테 인사를 했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다.
사라지고 한 달쯤 지나서 동네 사람들끼리 모여 앉아서 얘기하다가 알게 된 것이었다.
"정 씨가 나한테 그러더라고. 고마웠다고."
"나한테도 그랬어. 잘 살라고."
"나한테도 그러더만."
"정말?"
"근데 왜 우리 다 따로 따로 인사를 하고 갔지?"
"몰러. 그게 또 정 씨답긴 헌데."
그렇게 다들 이야기하는 데 나는 몰랐어서 내심 서운했더랬다.
그런데 며칠 뒤에 가게 청소하다가 계산대 밑에서 봉투 하나가 나왔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모르겠는 봉투였다.
안에는 손편지가 있었다. 내용은 그동안 잘 지내줘서 고마웠다, 라면 사 먹는 거 가르쳐줘서 감사했다, 좋은 분이셨다 같은 말들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줄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사람으로 산다는 게 이렇게 어렵고도 귀한 일이라는 걸, 아주머니 덕분에 알게 됐습니다.」
이후로 조금 더 시간이 흐른 지금도, 정 씨가 어디로 갔는지 나는 모른다.
애초에 어디서 왔는지도 모른다.
그가 무슨 일을 하던 사람인지, 가족이 정말 한 명도 없었는지, 살다 왔다는 그 외국이 어디였는지, 다 모른다.
20년을 봤는데, 그것도 모른다.
사람 알기가 그렇게 어렵다.
정씨 어디갔슈 ㅠㅠㅠ
난 외계인 생각했는제
진짜 강아지같네 어디갔니 ㅠ
진짜 동물이 사람된거거나 아님 약간 신적인 존재?가 잠깐 인간세상 체험하러 내려온 것도 같고... 좋은 일만 하다 간게 뭔가 좋은 느낌이야..
뭔가 눈물난하ㅜㅜㅜ
따듯한 글이다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