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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 : 백야화[百夜花]
글쓴이 : 이타카
이메일 : tnghzz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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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화[百夜花]
"이미..늦었습니다.."
온통 새하얀 벽, 온통 새하얀 천장. 새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그리고는 너무나 아름다운 얼굴을 지닌 여자를.
그렇지만 피를 뒤집어 쓴,
아름다운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 잘 보이지 않는 여자의 얼굴 위로 흰 천을 끌어올린다.
이내 여자의 얼굴 끝까지 천이 덮어진다.
“주..연아? 주연아..김..주연.. 여기서 뭐하는거야? 빨리 온다더니..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거야?”
모두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 병실.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고 문 밖에서는 뛰어왔는지 가쁜 숨소리를 내며 남자가 들어온다.
“으..은호야..흐윽..은호야.. 우리..우리 주연이가..”
여자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인이 눈물을 흘리며 남자에게 말을 꺼낸다.
그러나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떨구고 만다.
그런 것을 알고 있는지 남자는 한걸음 한걸음 여자에게 다가간다.
“주연아..왜이렇게 다쳤어..왜 이렇게 잠만자는거야..
빨리 나랑 놀러가야지..
봐봐! 이렇게 표도 끊어왔다? 빨리가자..빨리..”
남자는 여자의 머리끝까지 덮어진 천을 획 걷어버리고는 계속 여자의 손을 잡아끈다.
이제 차가워져 다시는 움직일 수 없는 여자의 손을 잡아끈다.
“김주연 환자는 이곳에 왔을 때는 이미 늦었었습니다. 교통사고...”
“주연아..주연아..김주연! 너..너.. 왜 안 일어 나는데!
오늘 나가기 싫다고 했는데.. 내가 나오라고 했다고 그러는거야?
일어나! 일어나란 말이야!!”
의사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남자는 죽은 여자를 붙잡고 울음을 토한다.
보고 있는 사람들 마저 안쓰러워지도록 그렇게 계속 눈물을 흘린다.
다시는 온기를 찾지 못할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다시는 뜨지못할 그녀의 눈을 보며
그렇게 눈물만 흘린다.
.
“김..주..연.. 지..은..호...”
여자가 죽은지 며칠이 지났을까, 남자는 더 이상 예의 모습이 아니었다.
활발함 빼면 시체였던 그는 이제 없었다.
하루종일 멍하게 죽은 그녀의 이름을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수없이중얼거리는 그만 남아있었다.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그저 멍 하게 그녀와 같이 걸었던 거리만 수없이 걸었다.
“아...”
여느 때처럼 거리를 걷던 그가 갑자기 우뚝 멈추어섰다.
그의 시선이 어느 한 곳에 머물렀다. 작은 꽃이 담긴 화분이었다.
작은 잎사귀가 있고 꽃은 피지 않은 듯 했다. 남자는 한참동안 그 꽃을 들여다 보았다.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이상한 느낌이 그를 사로잡았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 꽃화분을 들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
“흐음...”
남자는 그 화분을 한참이나 들여다 보았다. 이미 밤은 깊어있었다.
그가 씻은 뒤 돌아와보니 꽃이 피어있었다. 무척이나 새하얀.. 그렇지만 조금 작은..그런 꽃이었다.
왠지 굉장히 기쁘고..그리운 느낌이 그를 사로잡았다.
그는 그런 느낌을 뒤로 하고 잠자리에 누웠다. 그가 잠들고 얼마안되어..
하얀 꽃에서 작은 빛이 새어나왔다.
그 때부터였다. 그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한 것은..
.
수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 꽃을 남자가 주워온지 어느덧 100일이 되어왔다.
‘아직도 살아있구나..’
그는 생각했다. 꽃을 가져온 뒤. 남자는 조금씩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여전히 마음속에선 주연의 죽음을 슬퍼하고 슬퍼하고 있었지만.
조금씩 자신의 생활로 돌아오려 힘쓰고 있었다.
그가 힘들었던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꽃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다.
그는 밤에만 피는 꽃을 보고 달맞이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달맞이꽃은 노란색이었다.
어째서 그 꽃만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지..기뻐지는지..그리워지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야,꽃아..우리 백일이다..축하파티라도 해야되는건가?”
남자는 꽃을 바라보며 장난스레 말을 건냈다.
꽃이 남자의 방에 머물면서 남자에게 생긴 취미였다.
이 꽃에게 이렇게 말을 걸면 마치 꽃이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는 꽃이었지만 뭐라고 대답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꽃아..너 오늘따라 이쁜데? 뭐..원래 이뻤지만 말이야.”
남자가 꽃을 툭 치며 다시 말을 걸었다. 사실 오늘따라 꽃이 더 아름다워보였다.
꽃의 흰 빛은 한층 더 하얗게 빛났고, 작던 꽃은 오늘따라 더욱 더 크게 피어났다.
남자는 그 꽃 앞에서 한손으로 턱을 괸 채 한참을 그 꽃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꽃이 내 말을 알아듣는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풋..내가 뭔 생각 중이냐.. 나 씻고 올께..”
남자는 픽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꽃잎을 가볍게 툭 친 뒤 욕실로 향했다.
그가 꽃이 놓인 자리에서 보이지 않게되자 꽃잎은 살짝 시들해졌다.
.
“으음...”
한밤 중이었다. 남자가 이상한 느낌에 눈을 뜬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액체가 그의 얼굴위로 방울져 떨어지는 것을 그는 무의식적으로 느꼈다.
그리고 곧 옆에서 누군가가 흐느껴 우는 목소리를 들었다.
"누, 누구야!"
남자는 깜짝놀라 벌떡 일어나 앉았다. 눈 앞이 눈부셔 잠깐 눈살을 찌푸렸다.
온통 흰빛이라 잘 볼 수는 없었지만 자신의 앞에 한 여자가 서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물은 방울져 그의 얼굴로 떨어졌다.
그가 갑자기 일어나자 그 여자는 잠깐 놀란 듯 멈칫 했다. 그러더니 곧 손으로 눈물을 닦는다.
빛이 사라져갔다. 그 여자도 조금씩 사라져갔다.
남자는 그 여자를 놓쳐서는 안됄 것같은 느낌에 조금더 눈을 크게 떴다.
누군지는 알 수 없었으나 여자는 생긋 웃고 있었다.
“아..뭐지..꿈인가..”
순간이었다. 눈앞에 있던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눈물이 떨어졌던 느낌이 너무나 선명한데 아무것도 없었다.
남자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누우려했다. 그의 눈길이 무심코 꽃에 닿았다.
“아?”
그는 다시 일어나 앉았다. 그의 꽃이 새하얀빛을 내뿜고 있었다. 아까 그 여자가 떠올랐다.
그가 다가가니 그 꽃의 빛은 점점 사그라져들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그 꽃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남자는 알 수 없는 일에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시간이 얼마지나지 않아 꽃의 형태를 한 수많은 방울들이 꽃의 자리에 대신있었다.
...그리고 열려있지도 않은 창문을 통과하여 저 밤하늘로 날아가버렸다.
“뭐지?”
그는 멍하게 화분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아까 여자의 웃음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포근한 미소였다. 그러고보니 여자의 행동하나하나가 무척이나 익숙했다.
그녀를 보고도 낯선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래 전부터 알고있던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
무척이나 사랑하고, 무척이나 그리워한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
“..김..주연...? 주..연아?”
그는 한동안 꽃만 사라져버린 화분을 주연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만지작 거렸다.
남자는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아까 방울들이 날아간 창문을 열었다.
이미 날아간 방울도, 사라진 여자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왠지 밤하늘이 더 밝게 빛났고, 은하수가 더 반짝이고 있는 밤이었다.
꽃이 사라졌지만 어쩐지 무척이나 개운한 마음으로 잠들 것 같은 밤이었다.
백야화[百夜花]를 아세요?
백야화는요. 죽은 사람이 꽃이 된거래요.
보고싶은 사람을 못 잊어서..
가장 보고싶은 사람이..자기를 가져가도록..그렇게 만들어버린데요.
백야화는 밤에만 피는 꽃이에요. 달맞이꽃같지만 아니에요.
백야화는 새하얀 작은 꽃이거든요.
그래서 백야화를 밤에만 하얀꽃이 핀다고 백야화[白夜花]라고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요.
하지만 그건 틀렸어요. 백야화는 정확히 100일동안만 밤에 작은 꽃을 피우거든요.
그 꽃을 들여다보면 한없이 신비로워보인데요.
그리고요, 백야화는 백일이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데요.
어떻게 사라지는지는 몰라요. 백야화를 본 사람이 아니라면...
당신의 뒤를 한번 돌아보세요. 당신을기다리는..백야화가 있나요?백야화가..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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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단편올립니다.
음..그냥 필받아서 쓴거라..뭔가 어색한..
끄응..
아..백야화라는 꽃..내가 그냥지어낸건데..
그냥 참고해주세요..
정말로 있는꽃..아니에요..[아무도 그렇게 생각안한다]
ps.저번 소설에 꼬릿말 달아주신분들!!
사랑해요~복받을거에요!
확실히 저번꺼보단 재미없을지도....
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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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 백야화라는게 진짜 있어요?
아니요..제가..지어낸 꽃이랍니다..하핫
우와.. 신기하네요 =ㅁ=!!! 전 죽어도 꽃같은거 못지어낼꺼 같아요.. ㅜ_ㅜ 상상력과 창의력이 부족해서.. 지금 이나이에 씽크빅을 배워야 하려나... -ㅅ-
씽크빅!< 전 그냥 필받으면...안그러면 아무리 소재 생각해도 생각이 안나는걸요..
우와... 정말 새로우면서 백야화란 꽃에 강하게 끌리내요. 유후~ 잘 보고 갑니다.
앗!새로웠나요?[두근]흔할까봐 걱정했던...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