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스무 쌍이 조용한 카페에 마주 앉았다. 처음 만나는 자리, 어색해하며 말도 제대로 못 건넨다. 머쓱한 분위기는 잠시. 사회자의 노련한 진행이 이어 지면서 분위기가 한껏 들뜬다. 뒤로 빼던 여성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댄스 경연을 펼쳤다. 이 날 21쌍의 남녀 가운데 9쌍이 커플로 탄생했다.’
새내기 대학생들의 집단미팅일까. 이는 지난 6월에 열린 LG CNS 기술연구부문 의 미팅행사 장면이다.
기업들이 솔로 직원 기(氣) 살리기에도 적극 나섰다. 방법은 맞선 주선이다.
LG CNS 미래구상위원회는 사원, 대리 등 직원대표 18명으로 구성된 회의체로, 직원복지 향상 아이디어를 짜낸다. 올해는 ‘미혼 남성들이 여름휴가를 홀로 보내지 않게 도와주자’고 작전을 꾸몄다.
대상자는 33세 이상 애인 없는 노총각. 여성은 결혼정보업체로부터 도움을 받 았다. 이 이벤트는 지원자 모집부터 반응이 뜨거웠다.
진행을 맡은 윤정원 LG CNS 사업지원본부 대리는 “남자직원들이 ‘미팅에 참 가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갖은 애교(?)를 다 떨며 신청서를 보내왔다”고 귀 띔한다. 윤 대리는 “만족도를 물었을 때 참석자 전원이 만점을 줬다”고 밝혔 다.
미팅행사에 참여했던 한 직원은 “이벤트가 끝난 뒤 헤어졌지만 즐거운 추억거 리를 만들었다”며 “회사가 직접 나섰다는 데 고마운 마음을 느꼈다”고 얘기 했다.
미팅행사가 사내 통신과 사보를 통해 회사 전체로 소문이 퍼지자 다른 부서에 서도 같은 행사를 갖겠다는 요청이 잇달았다. LG CNS는 지난 8월에도 사원미팅 을 가진데 이어 연중행사로 만들 방침이다.
■데이트 비용도 지원■
맞선 주선은 이미 여러 기업들이 시행중이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오미경 대 리는 “SK텔레콤, 한국서부발전 등에서 미팅행사 주선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고 밝혔다.
한 기업 인사담당자는 “젊은 사원들이 솔로일 때보다 연예를 할 때 업무에 소 홀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반대”라며 “기업이 직접 커플매니저가 돼 애인을 챙겨주면 안정적이라 일도 잘하고 애사심도 생긴다”고 말했다.
포스코 건설은 올 겨울 옆구리가 허전한 젊은 사원을 챙긴다. 유상호 포스코건 설 대리는 “신입사원을 포함한 미혼 사원을 대상으로 두차례에 걸쳐 맞선 이 벤트를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 대리는 “모델하우스도 활용하고 직원 기도 살리는 일석이조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중등교육 전문 사이트 메가스터디를 운영하는 엠베스트도 젊은 사원을 중시하 지 않을 수 없다. 30명 직원 가운데 절반 정도가 미혼이기 때문이다. 엠베스트 도 ‘기살리기’ 방안으로 데이트 비용을 지원한다. 윤손하 엠베스트 대리는 “소개팅이나 선을 본 직원들이 두 번째 데이트 비용을 청구하면, 회사가 대신 지불한다”며 “식사와 공연으로 약 10만원 정도”라고 밝혔다.
김성오 엠베스트 대표는 “첫만남이 아니라 두 번째 만남을 지원하는 이유는 한번 봐서는 사람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그는 “온라인 교육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 니다보면 데이트도 제대로 못 한다”며 “작은 혜택이지만 직원들이 활력을 얻 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