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에 하늘이 열리고 소리가 들렸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la bulla. <라 부야>라고 발음하는 이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는 소란, 소동을 뜻하는데, 보통 시끄러운 소음을 일컫는다. Anoche había mucha bulla(어제밤에 너무 시끄러웠어요).
한국에서는 생각도 못할 소음이, 이곳에서는 하루종일 끊이지 않는다. 쓰레기차의 경적소리. 아이스크림장사꾼의 호각소리. 과일장사꾼들과 고물수집상의 스피커소리. 상수도시설이 없는 동네 골목골목을 누비는 물차의 대단한 빵빵거림. 학교나 마을의 주보성인 기념일에 동네를 순회하는 브라스밴드의 행진. 소음기를 제거한 채 마을 한복판을 달리는 고물 스포츠카의 폭발음. 초저녁 공원 한복판에서 전통춤을 연습하는 청년들의 스피커음과 고성의 추임새. 대형스피커를 집밖으로 향한 채 최대볼륨으로 파티를 하는 이웃집의 음악소리. 생일파티나 무슨 기념 파티 때마다 마을전체가 쩌러렁 울리게 하는 폭죽소리. 야경꾼의 호루라기소리. 새벽1~2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적을 울려대는 순찰차. 초상집 브라스밴드의 음악소리..... 그런데, 우리 옆집은 뭔 파티를 주말마다 밤새도록 하냐?
헨리에게 “페루사람들은 왜 이렇게 시끄러운 것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킬킬 웃으며 인정을 한다. 소음은 성당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대체로 음향을 조작하는 이들은 명료하게 들리는 것보다는 건물전체가 들썩일 정도로 볼륨을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성당과 각 공소의 음향시설이 그리 전문적인 것도 아니기도 하지만, 아무나 앰프를 만지기 때문에 귀청을 찢는 듯한 하울링은 예삿일이고, 소리라기 보다는 소음에 가까운 경우가 많아서 아예 마이크를 꺼버리고 미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와중에 더욱 가관인 것은, 대체로 미사 전에 해설자가 앰프를 조작하는데 거의 언제나 해설자의 마이크를 사제용보다 훨씬 명료하게 해놓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미사 중에 입이 튀어나오고, 해설자를 흘깃 째려보면서 속으로 말한다. ‘아으, 짱나.’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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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릴 적의 이야기를 누구한테 들으셨는지 모르지만, 그거 사실입니다. 흐흐...
그래도 조용한 이곳이 낫군요,, 소음으로 들리는 소리는 결국 머리 열 받게 하지요, 심장 흔들리게 만들지요,, 두루 두루 이마에 내천자 심각하게 새기지요,,, 짱나시는 신부님 !! 공중에다 대고 냅다 에이 ,,,, 외치시지요 ~~~
60 년대 한국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고물사려" 양은 냄비 때워" 또는 "두부 사려" 기타 등등.저 어릴 적 기억도 늘 소음이었던 것같아요.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시절엔 콩나물 시루라 하여 바글바글, 집에 오면 형제가 많아 늘 지지고 볶고... 1 년 지난 세월인데 신부님, 얼른 적응하셔야 덜 힘드실 것같아요. 앞으로 5 년 더 남았잖아요? 기운 내시고 늘 건강하세요.
맞아요. 데자뷰처럼 어릴 적의 기억이 이곳에서 다시 떠오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곳에서의 여러가지 일상들에 대한 신부님의 재미있고 상세한 묘사 덕분에 가끔은 저도 페루에 대해 뭘 좀 아는듯한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신부님의 편지는 언뜻 그곳 생활에 불만이 있어 보이지만 알게 모르게 애정이 묻어납니다. 삑~소리나는 앰프 말씀을 하시니 개그맨 옥동자의 교장선생님 훈화가 생각납니다.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랑하는~ 신부님~신부님~신부니~~~임"
흐흐... 지난 주일, <Virgen de Rosario>라는 공소에서 아주 똑같은 상황이었어요. "주께서~ 주께서~ 여러~ 여러~ 분과 ~ 분과~ 함께~ 함께~ 에~~ 흐흐... 마이크 꺼버렸어요. 짜증나서.
그 곳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정겹게 비쳐지는 것은 아마도 망각의 저편에 남아 있는 옛 어릴 적 기억때문이지 싶습니다. 신부님은 이미 그런 환경과 삶의 유경험자시기 때문에 크게 성공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곳에 기꺼이 동참할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배팅 한번 --- ㅋㅋ, 참 울 신부님은 그런 과가 아니시네. 쩝, 사람사는 세상답다 생각하시고 편하게 받아들이세요.
신부님의 글만 보아도 그 곳의 정경이 그려집니다. 심하기는 하지만,옆집 피아노소리만 나도 곧장 신고하는 유럽이나 선진국들에 비하면 그래도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요즘 이 곳도 쬐끔 그렇지만서두요~ 조용하게 사시다가 머리는 좀 아프시겠네요.....
그냥 잔뜩 소음만 적어놔서 그렇지 견디지 못할 만한 것은 아니에요. 재미있는 부분도 많고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