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발걸음을 멈춘 땅 톨레도를 찾아서
마드리드에서 톨레도를 향하여
황막한 라만차 평원을 달려 저녁 7시가 넘어서야 조명 불빛 속에 마드리드에 들었다. 지리적 위치로 보아서는 코르도바에서 마드리드로 이동해 오는 과정에 라만차 평원에서 바로 톨레도를 찾았어야 했으나 숙소사정으로 마드리드에서 숙박을 하고 아침 일찍 어제 오던 길을 되돌아 톨레도로 향하였다. 아침 일찍 숙소를 출발할 때에는 아침 안개가 자욱하더니 마드리드 시가지 남쪽을 벗어나자 안개는 서서히 걷히고 라만차 평원이 시원스레 열린다. 어제 저녁 일몰시에 라만차 평원에서 바라보았던 붉은 태양이 오늘 아침에는 백색의 태양으로 돌아와 찬란한 빛을 비추이고 있었다. 나지막한 구릉들이 겹겹이 펼쳐 있지만 워낙 커다란 구릉들이라 끝없는 평원 같은 착각이 든다. 마드리드에서 그라나다로 내려가는 고속도로가 이 라만차 평원을 가로질러 열려 있는 것이다. 이 길을 이용하여 약 1시간 정도 달려가면 마드리드 남서쪽 약70km 외각에 중세의 도시 톨레도를 만나게 된다. 톨레도로 이동하는 과정에 안내자의 자상한 설명이 톨레도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여주었다
톨레도로 가는 길에는 낮은 구릉들이 겹겹이 겹쳐있고
톨레도로 가는 길을 따라 텅빈 들판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톨레도는 라만차 지역 자치구의 주도이기도 하며, 스페인 중부 문화의 중심지로써 많은 문화유산들을 가지고 있다. 톨레도는 이슬람교와 그리스도교 등 다양한 세력과 문화가 만나 다양하고 이색적인 문화를 만들어낸 스페인 종교와 문화의 발원지다. 우리나라의 경주에 比肩될 古都 톨레도는 도시 전체가 중세 모습을 간직한 문화의 도시이다. 이슬람 문화와 그리스도교 문화가 교차하면서 두 문화가 용해된 문화의 용광로 톨레도는 에스파냐 사람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도시이다.
톨레도는 기원전 2세기에 고대 로마의 식민도시로 출발하여, 560년부터 서고트 왕국의 수도로 발전하였다. 711년에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세력이 침입하여 서고트 왕국을 멸망시킨 이후 400여 년간에 걸쳐 이슬람교도들이 지배하면서 상공업의 중심지로 발전하였다. 1085년에 그리스도교 세력인 카스티야의 알폰소 6세가 이곳을 정복한 이후 카스티야 왕국의 정치, 문화의 중심지로서 더욱 발전하였다. 1519년. 에스파냐 왕국의 카를로스 5세는 톨레도를 제국의 수도로 삼으면서 톨레도는 유럽뿐만 아니라 당시 대항해 시대에 세계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수도로서의 수명은 길지 않아 42년 후인 1561년에 펠리페 2세가 왕궁을 마드리드로 옮김으로서 정치 경제적 중심지로서의 지위를 잃고, 1500년간의 역사의 도시였던 톨레도는 종교 예술 문화의 도시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그래서 톨레도를 ‘16세기에 발걸음을 멈춘 도시’라고 불린다.
타호 강이 3면을 둘러싸고 있는 천연의 요새인 톨레도는 스페인 내란의 격전지이기도 하였다. 1936년 스페인의 내란 당시 프랑코파의 주둔군들이 이곳을 요새로 삼아 인민전선 군과 치열한 격전을 버렸던 곳이다.
16세기 이후에 발걸음을 멈추고 만 천년의 고도 톨레도
3면이 타호강의 강줄기로 둘러막힌 천연의 요새 톨레도
톨레도는 스페인 회화의 3대 거장인 <엘 그레코>가 죽도록 사랑하였던 마음의 고향이다. 천재 화가인 <엘 그레코>는 본래 그리스 태생의 이방인이었으나 톨레도에 매혹되어 죽을 때 까지 40년을 이곳에서 살았다. 도시 곳곳에는 노년을 보낸 그의 흔적들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 많은 명작을 낳은 거장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다.
엘 그레코가 평생을 죽도록 사랑하였던 마음의 고향 톨레도
마드리드에서 남서쪽으로 라만차 평원을 한 시간쯤 달리던 버스가 고갯마루를 넘어서자 언덕 아래 자리 잡은 톨레도 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거인이 손으로 빚어 놓은 듯 바위산으로 된 요새위에 크고 작은 중세의 거성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저 모습이 1500년 당시의 모습 그대로라니 믿겨지지 않는다. 타호 강으로 둘러싸인 모습은 평화 그 자체였다. 말발굽모양의 바위산을 휘돌아 나가는 타호 강(Rio Tajo)에 동쪽과 서쪽에 다리가 놓여 있고 이들 다리를 통해서 만이 시가지로 들어갈 수 있는 철옹성 같은 천연의 요새이다.
바위산위에 중세의 고성들이 가득 들어찬 톨레도 성
말발굽 모양의 바위산을 휘돌아 흐르는 타호강에 놓인 다리들
톨레도의 남서쪽을 돌아서 진입한 버스는 서쪽 <카바 다리>를 건너 알폰소 광장을 지나 구시가지의 관문인 <비사그라 신문>과 <태양의 문>을 거쳐 <소코도베르 광장>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부터 구시가지의 탐방이 시작되었다. 도시는 미니어처처럼 정교하고, 오밀조밀한 아름다움에 숨이 막힐 정도다. 좁고 복잡한 거리들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장구한 역사를 통해 형성된 독특한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톨레도 성 남서쪽에 놓인 카바 다리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알폰서 광장의 대로
톨레도 구시가지의 관문 비사그라 신문
중세의 육중한 성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태양의 문
<소코도베르 광장(Plaza de Zocodover)>에서 남서쪽으로 나 있는 <코메르시오 거리>에 들어섰다. 골목에 들어서는 순간 전율이 느껴졌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의 여행을 다니는 착각이 든다. 한 골목에 들어서니 갖가지 칼과 갑옷을 파는 상점이 즐비하였다. 영화‘반지의 제왕’에 등장한 칼과 갑옷들이 디자인은 뉴질랜드의 갑옷 장에 의해 이뤄졌지만 모두 여기 톨레도에서 제작되었다고 한다. 톨레도의 금속가공 기술은 예나 지금이나 세계 최고라고 한다. <코메르시오 거리>에서 <홈브레 거리>로 들어서니 톨레도의 전통공예품인 금은 상감세공품(다마스키나도)을 판매하는 기념품 점 들이 줄을 잇고 있다. 중세의 골목을 지나 그 끝에 이르니 <아윤타미엔토 광장(Plaza del Ayuntamiento)>이 펼쳐진다. 이곳에 톨레도의 상징 대성당(카테드랄)이 자리하고 있었다.
구시가지의 중심광장 소코도베르 광장
중세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코메르시오 거리의 뒤골목
코메르시오 거리의 전통공예품 판매상가에 진열된 금은 상감세공품들
갖가지 칼과 갑옷 방패를 팔고 있는 기념품 상가
각종 예쁜 도자기들을 판매하는 도자기 기념품점
대성당의 아윤타미엔토 광장으로 이어지는 중세의 골목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