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붕어의 외출

[오진국]

각시붕어의 외출

2007 Daniel's Digital Artworks(1823)
Original Image size 4000 x 6000 Pixel(55M) Resolution 300dpi, RGB Mode, JPEG Format.

  이 작품을 만들면서 나는 시공도 현실도 완전히 초월한 유영을 계속하였다.
예를 들면 거꾸로 서있는 나무의 뿌리 위로 모락모락 피어나는 아지랑이 사이로 내다 보이는
거대한 배의 '스쿠류'같은 이질적 요소의 거부감에서 부터 물고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여인
의 뽀오얀 젖무덤같은 탈현실적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멍한 시선이 되었다가 다시 전열
을 가다듬은 병사들처럼 초롱초롱한 눈을 까만 철책선 위로 고정시키기도 하였다.

  무디고 둔탁하며 항거할 수 없는 육중함에도 아름다움의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네일아트'를 하는 처녀의 손길이나 문신을 하는 콧수염난 청년의 눈길에서조차 외면키
어려운 혼신의 열정이라는 창조적 열기때문이었고 그러한 상상이 조명이라는 음영의 굴곡과 색
의 조화로 무대장치를 완성케 하였다.

  그 다음 이 한 컷을 위한 무대의 주연을 위하여 장고는 시작되었고 전국 각지에서 구름처럼
몰려든 주연 희망자들의 '캐스팅'을 위하여 또 다시 숨고르기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손, 발등
신체의 부위는 물론이고 꽃이나 나비, 심지어는 '볼트'와 '너트'같은 금속성 물질이나 시계의
문자판, 악기에 이르기까지 이 배경화면에 어울릴 주연의 선정이 그리 간단치 않은 문제였다.
 
  우여곡절 끝에 선정된 각시붕어 한마리, 그리고 둔탁한 쇠사슬의 묘한 대비는 그간의 이야기
들을 실타래처럼 감았다 풀었다를 거듭하기에 충분한 색다른 주제어를 만들어주었다. 이 지극히
도 간단한 이질적 두 소재를 하나의 화폭에 끌어들이는 작업이란 결국 탈상식을 바탕으로 하는,
사고의 유연성에서 발로된 것이었다.  그랬다. 각시붕어는 쇠사슬을 끊지 않고도 화려한 몸짓으
로 외출을 감행할 수 있었다. 누가 그녀를 저지할 수 있겠는가?

[정일룡]

굵은 선구들의 배경이 구속이고 그 앞을 유유이 유영하는 붕어가 쟈유라면,이 세상 구속 아닌것이 무엇이며 자유 아닌것이 무엇이랴...오로지 그대로인 그들을 구속이라 하고 자유라 하는것이 우리네 마음속 임을 또,탓하여 무엇하리,그것이 동력이요 열정의 이면인 것을....

[오진국]

저 굵은 사슬이 닷줄인 것을 눈치채는 아저씨는 부산사람이라 그렇다치지만 선비같은 점잖은 해설에 바짝 긴장하게 되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