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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6일 체감온도 영하 20도. 살을 애는 듯한 혹한의 추위를 헤치고 클럽 ‘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 공연은 일렉트릭 뮤즈 레이블에 소속되어 있는 밴드들의 음반발매 기념과 2008년을 마무리하는 공연이다.
* 팝적인 느낌이 강했던 아톰북
첫 팀인 ‘아톰북’이 무대에 올라왔다. 아톰북은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SP'와 드럼을 치는 '로레즈', 기타 '3d'로 이루어진 어쿠스틱 사운드에 기반을 둔 팝/인디 록밴드이다. 2004년 EP 앨범 [Hello]를 발표한 후, 정규앨범 [Warm Hello From The Sun]을 내고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처음 2곡은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 연주됐다. 어쿠스틱 기타의 투명하고 맑은 느낌과 보컬의 섬세하면서도 조용한 목소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sp는 오늘 함께 출연하는 오르겔 탄츠에서 베이스로 활동하기도 했다. 노래 대부분이 영어로 되어 있어 그런지 마치 팝송을 듣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는데 길어야 3분을 넘지 않는 비교적 짧은 곡들임에도 불구하고, 감성적인 사운드는 가슴속에 울림을 주며 긴 여운을 남겼다.

* 그로테스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도경만
아톰북의 공연이 끝나고 ‘도경만’이 올라와 별다른 멘트 없이 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우울한 멜로디 속에는 세상에 대한 비판과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 차 있었다. 기타 2대와 드럼만으로 밴드가 구성되어 있어 베이스 대신 기타로 리듬감을 유지했다.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오로지 음악만 연주하는 모습은 묘한 긴장감을 조성하며 집중력을 높였다. 강하게 읊조리는 보컬의 목소리는 상당히 강박적으로 들린다. 세상과 단절된 소통할 수 없는 분노가 차갑고 어둡게 굳어져 버린 느낌. 그의 음악을 들으면 왠지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떠오른다. 어쿠스틱 기타 한 대만 갖고 공연할 때보다는 도경만의 감성이 더 옅게 느껴지긴 했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갖고 있는 그의 음악이 앞으로 어떤 사운드로 구체화될지 자못 기대되는 공연이었다.

* 귀여운 꼬마 집시를 연상케하는 오르겔탄츠
이어 옷 스타일과 분위기에서부터 마치 집시를 연상케 하는 오르겔탄츠가 등장했다. 보기만해도 다양한 음악을 할 것 같은 이들은 보컬& 아코디언의 '마르까마르꼬', 바이올린의 '엔젤', 기타의 '미옹', 기타의 '슝구리', 퍼쿠션&보컬 '하민', 베이스 '이동우', 벨리댄서 '에쉬'까지 6명으로 이루어진 팀이다. 악기 편성에도 알 수 있듯이 그들은 월드뮤직을 하고 있다. 집시풍의 음악을 중심으로 보사노바, 탱고, 정열적인 라틴음악까지 정말 다양한 음악을 선보인다. 첫 곡은 정열적인 라틴 스타일로 모두가 흥겹게 리듬을 타며 시작됐다. 보사노바 풍의 '속닥속닥'은 제목처럼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정겹운 노래. 우리에게 친숙한 '검은 고양이 네로'를 그들만의 집시 스타일로 연주하기도 했다. 중간에 멤버들이 콧수염을 붙여 웃음을 유도했는데 멕시코의 ‘칸초’ 같이 귀여웠다. 중반 이후에는 금발의 외국인인 벨리댄서 ‘에쉬’가 그들의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그녀는 신비스러운 분위기와 요염한 자태로 관객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오르겔탄츠는 동화 속에 나오는 거리의 악사들처럼 아기자기한 음악으로 관객을 이끌었다. 이스라엘의 민요인 'have nagila'를 끝으로 연주가 끝났는데 기존에 접하지 못한 다양한 음악들을 그들만의 감성으로 믹스해 사람들 가슴속에 새겨 놓았다.
* 아날로그 감성을 채워주는 플라스틱 피플
플라스틱 피플의 리더이자 일렉트릭 뮤즈의 대표인 김민규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델리스파이스 김민규와 동명이인) 플라스틱 피플은 2003년 데뷔앨범 [song bags of the plastic people]을 발표했고 클럽 빵과 프리마켓 등지에서 공연을 해왔다. 2006년 12월, 2집 [FORK ,YA!]를 발표한 이들은 어쿠스틱 기타에 맞춰 하모니카 연주가 조화를 이룬 누구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으로 무대를 열었다. 포크록 사운드에 기반을 둔 플라스틱 피플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다가왔다. 앨범과 별반 다르지 않은 깔끔한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다. 다만 상대적으로 마이크 볼륨이 조금 낮아서 보컬의 목소리가 작게 들린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무리는 없었다. 키보드를 맡고 있던 여성 보컬은 미성의 목소리로 청량하면서도 따뜻한 보이스를 들려줬다. 12월임을 가만해 캐롤송도 준비되었는데 영화 러브액추얼리에 나온 'Christmas is all around' 를 불렀다. 이후부터는 흥겹고 신나는 록큰롤 스타일의 노래들이 연이어 연주되어 관객들이 신이 났다. 다음 앨범에 실릴 신곡도 맛볼 수 있었는데, 깔끔하고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의 기타 연주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공연이 마무리 될쯤 마지막 순서여서인지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이 쇄도했다. 흔쾌히 앵콜을 수락한 이들은 열렬한 연주로 얼어붙었던 몸을 따뜻하게 녹여줬다.
일렉트릭 뮤즈에 대한 기대감
일렉트릭 뮤즈 레이블의 연말 공연은 사람들 마음 속 한구석에 남아 있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너무도 잘 표현해 줬다. 이런 밴드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는 사실이 감동적이다. 앞으로도 일렉트릭 뮤즈 레이블이 훌륭한 밴드를 많이 배출해서 휴머니즘 뮤직을 많이 들려줬으면 좋겠다. 음악이 사람들의 마음과 몸을 이렇게나 따스하고 감성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밤이었다. 특별한 퍼포먼스 없이 음악만으로도 관객들의 호응과 감동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것도 말이다.
2008.12.6
취재,글/조준길
사진 /조은
에디터/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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