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조개는 백합목 개량조개과의 연체동물이다. 조간대에서부터 수심 10m 내외 지역의 모래 또는 개펄이 섞인 바닥에 서식한다. 조가비(조개 껍데기)는 둥근 삼각형이며 표면에는 굵은 성장선이 있고, 꼭대기로부터 여러 개의 황갈색 띠가 방사상으로 펴져 있다.
주로 물이 맑은 해역의 고운 모래 바닥에 비교적 얕게 파고들어가 서식하는데, 환경의 변화나 해류의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자주 자리를 옮긴다. 이동은 발을 길게 빼 반동으로 이동하는데, 이 때 수관으로는 물을 분사시켜 보조 추진력을 얻는다.
지역에 따라 아주 높은 밀도로 분포하기도 한다. 서식환경이 열악해 자리를 옮기다 파도에 휩쓸려 나온 개체들이 해안에서 종종 발견되기도 한다.
환경에 민감 자주 자리 옮겨
새조개 비슷, 착각하기 쉬워
조가비 색깔은 서식지에 따라 달라지는데 모래밭에서는 옅은 노란색이고 개펄이 섞인 모래밭에서는 약간 어두운 황갈색을 띤다. 따라서 노랑조개나, 밀조개, 명주조개로 많이 불리며, 껍데기의 무늬가 삼베와 비슷하다 하여 삼베백합 등의 재미난 이름으로도 불린다.
해방조개란 이름은 옛날 일제에서 해방되던 때에 기근이 심하게 들었는데, 이때 이 조개가 많이 나서 배고픔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밖에도 낙동강 하구의 명지에서 많이 나서 명지조개, 껍데기를 깐 조갯살의 모양이 갈매기를 닮았다 하여 '갈미조개'로도 불린다.
일본에서는 개량조개가 잡힌 후에도 입을 꽉 다물지 못하고 바보처럼 발을 쭉 내밀고 있어서 '바카가이(바보조개)'라 부른다. 개량조개의 조갯살은 '명지살'이라고도 부르는데, 개량조개의 뾰족한 발이 닭의 꼬리 깃처럼 보인다 하여 영어권에선 '헨 클램(hen clam)'이라 부른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개량조개를 갈매기조개나 오리조개로 불리는 새조개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다수 있는 것 같다. 전혀 다른 종류이다. 새조개는 표면에 45~47개 정도의 가는 방사상의 주름이 있고, 복족(발)의 색깔이 흑갈색이다.
개량조개는 살색이 오렌지색으로 예쁘다. 살짝 익히면 조직 감이 연해서 일본에서는 서민적인 초밥의 재료로 인기가 높다. 뾰족한 발을 닭의 꼬리 깃처럼 세운 모습이 귀여운 개량조개는 발과 패주가 초밥의 좋은 재료가 된다. 쫀득쫀득 씹히는 산뜻한 단맛과 풍부한 바다의 향은 개량조개만의 특징이다.
개량조개는 산란기가 5~6월로서 산란을 앞둔 1~3월이 제철이지만, 9월이나 10월에도 맛이 있다.
이두석·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