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전북도당이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전임 위원장 임기 만료 이후 두 달가까이 공회전하면서 집권여당으로써 무기력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1일 정운천 위원장 인선을 계기로 정상 기능을 되찾고 있다. 그동안 지역주의 극복과 균형있는 정당정치 발전에 주력해온 정운천 위원장의 역동적 행보를 감안할 때 민주당 일색의 전북정치 지형에 일정한 파열음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신임 정운천 위원장을 만나 새누리당 전북도당의 운영 방향과 전북의 문제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새누리당 전북도당에 대한 지역언론의 관심은 어떻습니까?”
인터뷰 시작에 앞서 정운천 위원장은 지역언론에 비친 새누리당 전북도당의 모습을 궁금해 했다. 그러면서 “이전과 다른 새누리당의 모습을 기대해도 된다. 무기력한 정당이 아니라 전북발전에 꼭 필요한 한 축을 담당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동안 정당으로서 존재 가치가 희미했던 새누리당의 전북내 위상을 의식한 발언이다.
무기력했던 새누리당 전북도당에 새로운 바람이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에서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내고 고향에 내려와 전북도지사, 국회의원 출마 등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노력했던 정 위원장의 역동적 행보를 감안할 때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가 있다.
정 위원장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선은 ‘아무 것도 해준게 없다’는 원망이 서려있는 반면, 전북을 대하는 새누리당의 눈길은 ‘해줘봤자 달라지는 게 없다’는 서운함이 깔려있다. 이런 악순환이 수십년 째 계속되고 있다. 직선제가 시행된 지난 20여년동안 40여차례 선거가 있었지만 과거 한나라당은 한 자릿 수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러니 포기 상태에 이르렀고, 또 도민들은 외면했다. 이제는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도민들이 90% 이상 지지해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전북에 얼마나 실익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10% 미만 지지를 받은 한나라당 새누리당 정권이 오히려 더 많이 주었다. 냉정히 따져보자. 새만금 사업만 하더라도 국민의정부 참여정부에서는 예산지원은커녕 사업 중단이 반복됐지만 이명박 정부들어 산업용지를 70%로 바꾸고, 계획 연도를 2030년에서 2020년으로 앞당겼다. 용도 전환만으로도 20~30조원의 이익이 발생했다”며 반박했다.
또 정 위원장은 전북 홀로서기를 역설한다. “중앙에서 바라보면 전북은 보이지 않는다. 전남광주의 변방에 불과하다. 이러니 인재등용, 지역개발에서 전남광주에 밀리고 있다. 극복하는 방법은 전남광주보다 새누리당 지지율을 높여 지역발전의 동력을 만드는 것이다. 이 경우 예산확보, 인재등용은 물론 전북 홀로서기가 가능하다. 대선에서 새누리당에 30% 이상을 지지하는 것은 전북이 살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고 강조했다.
지역발전이 정체된 가장 큰 이유로 정 위원장은 민주당 일색의 고착화된 정치 풍토를 지적했다. “지금까지 전북 정치는 견제와 균형이 실종된 정치행태를 반복했다. 최소한 2대 8 구조는 가져야 견제와 거래가 가능한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무능과 무기력이 심화됐다. 버스파업이 극명한 사례다. 서민이 가장 고통받는 버스 문제 하나 해결 못하는 게 전북 정치구조이다. 공적 기능이 오랫동안 마비되는 현실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수 십년간 한통속이다보니 빚어진 현상이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덧붙여 정 위원장은 전북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도전하는 긍정적 에너지가 약하다”고 꼬집었다. 추진 동력은 실종된 채 비난하고 헐뜯는 소극적·부정적인 패배주의가 만연된 지역풍토가 아쉽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도당위원장 취임을 계기로 지역에 긍정적이며 도전적인 에너지를 촉발시키겠다는 게 정 위원장의 욕심이다.
2010년 도지사 선거, 2012년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된 소회를 물었다. 정 위원장은 “도지사 선거는 고착화된 지역 정치풍토에 파열음을 내는게 목표였다. 반면 국회의원 선거는 반드시 당선돼 변화의 결실을 만드는게 목표였다. 그래서 도지사 선거 당시 ‘꼬끼오’와 ‘쌍발통’을 앞세워 양당 체제를 복원하고 단절된 중앙과 소통을 시도했다. 도민들의 의식을 일깨우는데 어느정도 역할을 했다. 이에 비해 4.11 총선에서는 당선을 통해 지역주의를 극복하고자 했다. 그래서 연고지 고창과 익산을 포기한 채 전북의 한 복판인 전주 완산을에 승부를 걸었다. 아내, 아이들과 함께 8개월여 동안 하루에 500명 이상을 만나며 현장 중심의 선거운동을 전개했다. 비록 선거는 졌지만 민심은 얻었다고 자신한다. 그렇지만 지난 30년동안 관성(민주당 지지)을 확인하는 선거였다. 하지만 새누리당에는 변화의 기대를 갖게했고, 도민들은 희망의 에너지를 만들어냈으며, 민주당에도 안주하면 안된다는 경각심을 심어준 의미있는 선거였다”고 평가했다.
도지사 선거 당시 LH일괄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배경에 대해 정 위원장은 “당시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정리됐다. 공약으로 내걸어도 좋다’는 의사가 있었기에 자신했다. 그러나 낙선하는 바람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려 했다. 일주일간 석고대죄를 통해 도민들께 용서를 구했고, 이는 LH 후속대책 해결을 위해 한층 노력하는 계기가 됐다. 다시한번 도민들께는 죄송하다”고 말했다.
대선 공약과 관련 정 위원장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전문가답게 농업 분야에 대한 전북도의 관심 부족을 지적했다. “농업은 사양산업이 아닌 첨단 미래산업이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식량안보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북은 혁신도시에 농업진흥청을 비롯한 농업군이 이전하고, 이와 연계돼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가 조성되는 등 농업분야 인프라가 두텁다. 여기에 한미FTA로 가장 피해가 우려되는 분야가 농업이다. 새만금을 활용해 농업 비전 10년 계획을 수립하는 등 종합적인 정책이 있어야 한다. 농업은 다른 지역과 차별화할 수 있는데다 전북만이 가진 비교우위를 실현할 수 있는 산업이다. 20~30대 젊은층을 농촌으로 끌여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 대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정 위원장은 “이제는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까지 공천 받기 위해 중앙정치에 매몰됐다면 이제는 주민과 유권자를 돌아보아야 한다. 민주당과 현장 생활정치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전북도당 운영 방향에 대해 정 위원장은 “중앙당 지시를 실행하는 소극적인 당무 중심에서 벗어나 이제는 당원과 도민을 위한 당원 중심으로 사무처를 개편하겠다. 도당 4층을 도민 사랑방, 기자실, 민원실 등으로 리모델링하고 부처장 제도를 신설하겠다. 도당 위원장 취임식도 지역을 순회하며 현안을 청취하고 중앙정부와 연계한 해법을 모색하는 형태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확정되는 20일 이전에 당직자 인선을 마무리할 생각이다. 쉽지 않지만 인재 발굴과 당원 확대에 힘쓰겠다. 도민들도 새누리당의 변화된 모습에 주목해 달라. 전남광주 곁방살이가 아닌 전북 홀로서기를 위해 30% 이상 지지율 확대에 주력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