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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가대표팀이 아시안컵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31일 중국 지난의 산둥스포츠센터 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8강전에서 설기현(안더레흐트), 이동국(광주), 김남일(전남)이 득점하는 등 활발한 공격력을 선보였으나 이란의 알리 카리미(알 아흘리)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3-4로 분패했다.
한국으로선 아쉬운 한판이었다. 이란은 충칭에서 일본과 치열한 경기를 치른 뒤 지난으로 이동했으며, 더군다나 기상악화로 인해 경기 전날에야 도착한 만큼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더군다나 수비진 중 라흐만 레자에이(메시나)와 알리 바다비(파울라드), 모하마드 노스라티(파스)가 징계로 인해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으며, 에브라힘 타기푸르(조브 아한) 마저 부상으로 전반 17분만에 교체되는 등 수비에 문제점이 있었다. 그리고 한국은 이와 같은 약점을 잘 파고들며 3골을 뽑아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 역시 수비불안을 드러내며 4골을 헌납하고 말았다는 사실.
특히 메흐디 마다비키아(함부르크)와 호세인 카에비(파울라드)의 스피드 넘치는 오른쪽 측면 돌파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미드필드에서의 강한 압박이 부족해 상대가 쉽게 드리블 및 패스를 시도할 수 있었고, 수비진 역시 마다비키아와 카에비의 스피드에 압도를 당하며 돌파를 허용하고 말았다.
이로써 한국은 1960년 2회 대회 우승 이후 4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향한 꿈을 8강에서 접어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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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경합을 하는 차두리/축구협회 홍석균
|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던 지난 쿠웨이트전과 동일한 멤버와 전술로 이란에 맞섰다. 최전방 원톱에 이동국이 배치됐고, 좌우 날개에 설기현과 차두리(프랑크푸르트)가 나섰다.
중앙 미드필더에는 김남일(전남)과 박지성이 호흡을 맞췄고, 좌우 윙백에는 이영표(이상 아인트호벤)와 박진섭(울산). 3백 수비라인 역시 최진철(전북)과 이민성(포항), 김진규(전남)가 배치됐고, 골키퍼에는 주장 이운재(수원). 부상으로 출장여부가 걱정이었던 이민성이 선발투입되며 수비라인의 불안을 약간은 덜었다.
다소 다른 점이 있다면 수비라인의 배치. 그 동안 이민성이 3백의 중앙을 담당하고, 최진철이 오른쪽, 김진규가 왼쪽으로 기용됐던 것에 비해 이란전에서는 최진철이 중앙을 담당하고, 김진규가 왼쪽, 이민성이 오른쪽을 각각 담당했다.
중앙에서 주로 포스트플레이를 펼칠 이란의 스트라이커 알리 다에이를 봉쇄하기 위해 제공권이 강한 최진철을 중앙에 배치하고, 이란의 오른쪽 공격라인이 강하기 때문에 아직 경험이 부족한 김진규보다는 백전노장인 이민성을 왼쪽으로 배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예측.
전반 - 치열한 난타전, 전반에만 2-2
이날 경기는 전반 초반부터 불꽃튀기는 접전이었다. 먼저 선공을 펼친 쪽은 이란. 이란은 초반 기선을 제압하려는 듯 강하게 공세를 펼쳤고, 전반 1분 만에 마다비키아가 한국의 오른쪽 측면에서 바로 중거리슛을 시도했지만 이운재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이후에도 이란은 특히 마다비키아의 측면 침투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전반 6분에도 마다비키아가 수비수 1명을 제치고 왼발슛을 시도했지만 이운재 골키퍼에게 걸리고 말았다.
전반 초반 이란의 예상 외 공세에 다소 당황했던 한국은 5분이 지나면서 서서히 흐름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반 8분 설기현의 패스를 받은 김남일이 오른발 중거리슛을 시도하며 첫 번째 슛을 기록했다.
그러나 전반 10분, 한국은 카리미에게 헤딩골을 허용하며 0-1로 끌려갔다. 이란의 오른쪽 윙백 카에비에게 측면을 완벽하게 내줬고, 골 라인 근처에서 카에비가 가까스로 올려준 크로스를 카리미가 그대로 헤딩슛하며 실점을 내준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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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골을 넣고 환호하는 설기현/축구협회 홍석균
| 만회골을 위해 공격적으로 나선 한국은 전반 11분 이영표의 왼쪽 침투에 이은 크로스가 뒤로 흐르자 이동국이 그대로 슛으로 연결했지만, 수비수 몸 맞고 골키퍼가 간신히 막아내며 득점에 실패했다.
계속적인 공세를 펼쳤던 한국은 전반 16분, 결국 설기현이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만만찮은 저력을 보여줬다. 오른쪽 측면에서 박진섭이 찔러준 패스를 이동국이 박지성에게 연결해줬고, 이것을 박지성이 공중 스루패스로 연결, 이것을 설기현이 침착하게 득점으로 연결한 것.
이후에도 한국은 전반 18분 설기현이 수비진영에서 한번에 찔러주는 스루패스를 연결했고, 이것을 박지성이 잡아 드리블 돌파로 이란 페널티 에어리어까지 진입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추격해온 이란 수비수들의 방해로 슛의 강도가 약했고, 골키퍼 선방으로 이어지며 역전골을 넣을 기회를 놓쳤다. 곧바로 이어진 코너킥 기회에서도 이영표의 코너킥을 골키퍼가 펀칭하자 뒤에서 박지성이 오른발 발리슛을 시도했지만, 골대를 벗어나고 말았다.
그리고 전반 20분, 한국은 또 한 차례 수비 허점을 노출하며 카리미에게 2번째 골을 허용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카에비가 올려준 크로스를 카리미가 자유롭게 헤딩슛, 득점에 성공한 것. 당시 카리미 근처에는 최진철과 박진섭이 있었으나 두 선수 모두 카리미를 적극적으로 막지 못했다.
그러나 추가실점을 한지 5분 뒤 한국은 곧바로 만회골을 터트리며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전반 25분 왼쪽 측면에서 이영표의 드로인이 차두리에게 향했고, 차두리는 다시 이영표에게 패스했다. 이것을 받은 이영표는 오른발 크로스를 올렸고, 이것은 수비 머리에 스치며 이동국에게 향했다. 이동국은 침착하게 오른발 논스톱슛으로 이란의 골네트를 가르며 2-2 동점을 만들었다. 이동국으로서는 이번 대회 4호골.
전반 중반을 넘어선 상황에서 양 팀은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이란은 카리미가 몇 차례 위협적인 드리블 돌파를 선보였고, 카에비와 마다비키아를 이용한 오른쪽 침투도 계속 위력을 떨쳤다. 그리고 한국은 전반 중반부터 3백 수비라인을 재조정했다. 원래대로 이민성이 중앙에 배치되고, 최진철이 오른쪽으로, 김진규가 왼쪽을 맡은 것. 아무래도 기존의 위치에서 플레이하는 것이 호흡 면에서 더 낫다고 판단한 듯.
이어 한국은 전반 30분 김남일의 절묘한 스루패스를 받은 박지성이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오른발슛을 시도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득점에 실패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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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난 뒤 주저앉아버린 이동국/축구협회 홍석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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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 카리미의 일격에 3-4로 무너져
후반에도 경기는 팽팽하게 진행됐다. 전반 내내 한국의 왼쪽 측면을 집요하게 괴롭혔던 이란은 후반 초반 5분여간 반대로 한국의 오른쪽 측면을 공략했다.
그리고 후반 6분, 후반 들어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왼쪽 측면 공략을 처음 시도했다. 마다비키아가 한국의 왼쪽 측면을 침투했고,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그리고 이 볼은 박진섭의 발에 맞고 한국 골문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바로 뒤에서 알리 다에이가 쇄도하고 있던 상황에서 박진섭의 볼처리가 여의치 않았고, 그 과정에서 걷어낸다는 것이 타이밍이 늦으며 자책골로 연결된 것.
실점 이후 한국은 만회골을 위해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으나 이란의 골문을 여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리고 후반 19분 본프레레 감독은 박진섭을 대신해 안정환(요코하마)을 투입하며 더욱 공격적으로 나갈 것임을 알렸다.
본격적인 공세에 나선 한국은 후반 20분 김남일의 크로스를 이동국이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 정면에 안기며 득점에 실패했다. 후반 21분에도 미드필드에서의 한번의 패스가 이란 수비라인을 무너뜨렸고, 쇄도하며 볼을 잡은 안정환은 왼발 중거리슛으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살짝 벗어나고 말았다. 당시 왼쪽에 이동국이 노마크 상태로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다소 아쉬웠던 순간.
계속적인 공세는 결국 골로 이어졌다. 한국은 후반 23분, 김남일이 중거리슛으로 득점에 성공하며 3-3 동점을 만들었다. 그야말로 난타전.
이민성의 롱킥이 문전 앞 헤딩경합 과정에서 옆으로 흘렀고, 이것을 잡은 이동국이 뒤로 내주자 김남일이 그대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연결했다. 이 볼은 수비수 몸을 스치며 약간 굴절되며 골키퍼의 타이밍을 뺏고 이란 골네트를 갈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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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의 드리블 돌파 모습/축구협회 홍석균
| 후반 30분이 되자 한국은 차두리를 대신해 정경호(울산)를 투입했다. 한편 이란은 박진섭이 교체되자 한국의 오른쪽 수비라인에 허점이 있을 것으로 판단, 마다비키아를 수시로 왼쪽으로 이동시키며 공략에 들어갔다.
그리고 후반 32분, 한국은 카리미에게 또다시 골을 내주며 3-4의 리드를 허용했다. 사이드체인지를 통해 한국의 오른쪽 측면을 공략하던 마다비키아가 파울을 얻어냈고, 이것을 직접 낮은 프리킥으로 연결했다. 이 볼을 카리미가 방향만 살짝 바꿔놓으며 득점한 것. 한국으로선 카리미에게 해트트릭을 내주는 수모를 겪어야 했던 순간.
이후 한국은 오로지 공격에 공격을 거듭하며 다시 한번 동점골을 노렸다. 그러나 이란 역시알리 다에이까지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오며 견고한 밀집수비를 형성하는 모습.
한국은 후반 37분 김남일의 패스를 받은 이동국이 터닝 왼발슛을 시도했지만 벗어났고, 후반 41분에는 발목이 좋지 않았던 이민성을 대신해 박요셉(서울)을 투입하기도 했다. 운동장 반만을 사용한 파상공세가 계속되었고, 후반 45분에는 안정환이 드리블 돌파로 파울을 유도해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 찬스를 맞이했지만 불발되고 말았다.
또한 후반 47분에는 오른쪽에서의 크로스를 공격에 가담한 김진규가 슛으로 연결했지만, 밀집수비망에 막혀 골문 쪽으로 흘렀고, 이것을 이동국이 쇄도하며 건드려보려 했으나 골키퍼가 약간 앞서 잡으며 득점에는 실패했다. 결국 경기는 이대로 끝이 났고, 한국은 4강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로써 2004 아시안컵은 중국-이란, 일본-바레인의 4강 대결로 압축됐다.
경기 후 본프레레 감독은 “이란을 상대로 초반에 2실점한 것이 컸다. 보통 3골을 넣으면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데 이번 경기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왼쪽 측면이 많이 뚫렸던 것은 전술적 실수 때문이었다. 공격에 가담하기 위해 깊이 올라가는 대신 수비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후반 들어 그 쪽 선수들에게 수비에 많이 가담할 것을 주문했고, 전술의 변화도 줬다”며 소감을 밝혔다.
또한 본프레레 감독은 “팀을 맡은 후 짧은 기간이었지만 팀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대회 초반에 비해 득점이 많이 이뤄진 것도 발전된 점이다. 세대교체는 다음달 올림픽이 끝나고 생각해보겠다”며 팀 전체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 경기결과 -
한국 3-4 이란 ->득점: 설기현(전16), 이동국(전25), 김남일(후23, 이상 한국), 카리미(전10, 전20, 후32), 박진섭 자책골(후6)
- 한국 출전선수명단 -
GK: 이운재 DF: 김진규, 최진철, 이민성(후41 박요셉) MF: 박진섭(후18 안정환), 김남일, 박지성, 이영표 FW: 차두리(후29 정경호), 이동국, 설기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