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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클락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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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준) 스크랩 세계 최초 좋아하지 말자
이재운1045 추천 0 조회 43 09.08.31 10:58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세계 최초라고 하면 우린 아마도 금속활자를 가장 먼저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유명 백과사전이나 세계사 등에 금속활자 발명자를 구텐베르그라고 적힌 걸 보면 몸을 부르르 떨면서, 또다시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표기하거나 동해를 일본해라고 적힌 지도를 볼 때처럼 분개할지도 모른다.

 

어떤 이는 한자도 우리 민족이 발명했으며, 인류 최초로 가림토라는 문자를 발명했다고 자랑스러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 잊자.

 

우리나라는 고대 단군시절에 최대의 문화와 문명을 누린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5천년 역사 이래 가장 위대한 번영을 누리고 있다. 금속활자를 처음 만들었다고 하나 기득권층이 몰래 쓰다 썩힌 것이고, 가림토 문자는 존재 흔적조차 없다. 그림자 밖에 없는 걸 붙들고 늘어지며 위대한 한민족 운운하느니 미군이 버리고 간 자동차를 두드려 고치며 오늘의 자동차 산업을 일궈낸 저 무명의 한국인 기술자들이 더 위대하고,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엄청난 노력과 상상력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한 삼성 기술진이야말로 찬양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다.

 

고구려 민족이던 여진족이 세계 최초로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그들은 지금 나라 잃은 백성으로 만주 지방에 흩어져 살고, 그 사촌인 우리는 이제야 러시아 기술자들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렸다. 여진족이 미사일을 발명한 지 거의 천여 년만에 우리가 남의 기술을 얻어다가 겨우 쏜 것이다.

 

나로호가 비록 인공위성 신호가 안잡혀 실패라고 뉴스가 나오지만, 우린 이미 우주 시대로 접어들었다. 러시아 기술이면 어떻고 미국 기술이면 어떤가. 지금 우리가 확보하는 우주기술은 옛날처럼 일부 기득권층만 비밀리에 알고 써먹는 체제 유지용 기술이 아니라 투명하고 국민에게 개방된 기술이다. 우리 자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공개된 기술이니 이제 우리는 명실공히 우주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금속활자는 고려시대 누군가가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발명한 건 맞지만, 우리는 그 발명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발명자  따위야 어떤 놈이면 어떠냐는 사고방식에 그깐 천한 놈 따위 이름을 기억해 뭐하느냐는 오만방자한 유가의 발상이 더해져 더이상 발전하지 못했다. 금속활자가 한 일이라고는 고려 왕실의 이데올로기인 불교 경전을 찍는 게 전부였고, 조선시대에 와서는 역시 왕실의 이데올로기인 유교 경전 몇 권, 어용 도서 몇 권 소장본으로 찍는 것으로 끝냈다. 그 좋은 활자로 홍길동전이라도 찍어 백성들에게 배포했거나, 하다 못해 한글로 된 실용서적, 예를 들면 집짓는 법이나 벼 재배법 같은 책이라도 찍어 돌렸더라면 우리나라는 이미 조선시대 초기에 세계적인 문화 국가, 문명 국가가 되었을 것이다. 금속활자를 세계 최초로 발명한 나라에서 조선후기 나라가 망할 때까지 백성들은 필사본에 의지해 끙끙거리지 않았던가.

 

폐쇄된 기술, 몇 명의 지위와 특권, 부를 유지하기 위한 기술은 인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현대에 이르러 저작권 특허권이라는 게 있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일반에 공개되게 돼 있는데, 중세시대에는 모든 게 다 독점이었다. 장영실이 세계적인 발명가이면 뭐하는가. 왕실 전용 발명가라서 왕의 위엄을 드러내는 일에나 동원될 뿐 백성들이 쓸 수 있는 실용기술 발명에는 기회를 주지 않고, 하지도 못하게 했다. 천한 놈들 글 가르쳐 놓으면 기어먹는다는 양반들의 위세에 눌려 이들은 제 이름도 한자로 적는 걸 허용받지 못했다. 하물며 한글은 쓰지도 못하게 했다. 한글이 보급 안된 가장 큰 이유가 무식한 놈들까지 죄다 문자를 알아버리면 우린 어떻게 되느냐는 사대부들의 불안감이었다. 한문이라는 건 한 20년은 일 안하고 줄기차게 책을 읽어대야만 알 수 있는 고도의 암호문자라서 하인들이나 일반 서민들이 힐끗 들여다보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으니 얼마나 안심이었겠는가. 이에 비해 그놈의 한글은 하룻밤만 배워도 읽고 쓸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이었겠는가. 천민 하나쯤 흠씬 두드려 패 주검으로 만들어도 이들은 소장 하나 쓸 능력이 없어 이리 굴리면 구르고, 저리 굴리면 그리 굴리는 신세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한글이고, 금속활자고, 고려청자고 우리 국사책에서만 빛나는 것들이 다 이짝이었다.

이에 비해 구텐베르그는 고려에서 빌려간 인쇄술로 당시 중세를 지배하던 성직자, 귀족들만이 독점하고 있던 지식을 일반 백성들에게 전파하고, 일반이 쓴 일반 도서가 널리 구석구석 유통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중세유럽이 인쇄술 하나로 미몽에서 벗어나 벌떡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모든 기록에 구텐베르그의 업적이 소개될 뿐 우리나라 금속활자 발명가는 누군지도 모르고, 문화발전에 무슨 기여를 했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나온 금속활자본 정도는 필사본으로 적어도 아무 지장없는 특별한 책들 뿐이다. 최초 금속활자 인쇄본이라는 직지심경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 불교경전 중에서도 최고 과정에 있지 않은 스님들은 읽지도 못하는 고상하기 짝이 없는 책이다. 내가 장담하건대 오늘날 직지심경을 읽었거나 읽을 필요가 있는 스님조차 10여 명 이내일 것이다. 양보해서 100명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 몇몇을 위해 그 위대한 발명품을 쓰고 숨겨두다니, 그 정도 책은 필사본으로 적어도 간단하다. 지금도 불교신자들은 사경이라고 하여 금강경, 법화경 같은 것도 척척 베껴낸다. 이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쓴 격이다. 용비어천가 따위, 필사본쯤 한나절이면 충분히 만든다. 그걸 위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가둬버렸단 말인가.

 

고려의 최무선이 천신만고 끝에 중국 기술을 몰래 얻어다가 우리나라 최초의 미사일 무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어떻게 했던가. 왕실은 이 비밀무기가 민간에 흘러나가지 않게, 반역자의 손에 들어가지 않게 하는데 급급했고, 보안에만 지나치게 치중하다보니 더 대단한 무기로 발전하지 못했다. 비화조 같은 무기, 수백 발 연사가 가능한 기술 같은 건 당시 세계 첨단 기술이었지만, 조선왕조는 끝내 그걸 사장시켰다. 그 기술을 가지고도 임진왜란에서 당하고, 병자호란에서도 당하는 것이다. 이순신 제독이 그런 무기나마 가지고 있었으니 임란에서 홀딱 망하지 않고 그만큼이라도 버텨낸 것이다.

 

임란 때 대마도주 종의지가 선조 이균에게 조총을 바치며 이 총으로 왜놈들이 쳐들어올 거라고 몇 번이나 애타게 말해도 조선은 무시했다. 조총을 만들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기술을 줘도 체제유지에 바쁜 놈에게는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원래 군사용 기술이던 컴퓨터, 인터넷, 자동차 ABS, GPS 기술 같은 것이 지금은 누구나 쓸 수 있는 양지로 나왔다. 미국 정부는 그런 기술을 안보용이라는 구실로 잡아두지 않고 차례차례 공개하고 있다. 그것이 더 큰 기술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지식은 더불어 발전하는 것이다. 고려시대에 청자 문화가 발달하였다고 하나 우린 그 깨진 파편이나 움켜쥐고 있을 뿐 어느 도공이 그걸 발명했는지, 기술을 전하는데는 무관심하다. 기록의 중요성을 모르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이 기록 문화의 최고봉이라고 떠들지만 그건 왕실의 얘기다. 금속활자처럼 위대하지만, 백성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는 까마득히 모른다. 육조에 출근하는 관리들이 몇 시에 출근하여 어디 앉아 무슨 업무를 보고, 점심은 어떻게 해결했으며, 차는 마셨는지, 똥은 어디서 누고 뒤처리는 어떻게 했는지, 쉬는 날은 언제이며 퇴근시간은 언제인지 통 관심이 없었다.

 

이런 걸 이제 와서 하나하나 찾아내려니 참으로 힘들다. 왕은 오줌 싸고 나서 옥근을 세 번 털고, 매화틀에 앉아 똥누고 의원들이 갖다 매일 검사했다는 것까지 세세하게 적어놓으면서 정작 백성들은 뭘 먹고, 뭘 하며 사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궁중요리책은 있어도 민간요리책은 없었다. 그래서 허준 같은 이가 쓴 동의보감이 위대하고, 맞든 안맞든 토정비결 같은 책이 위대한 것이다. 궁중에야 중국에서 들여온 의서가 산같이 쌓여 있고, 관상감에 가면 주역, 풍수, 명리 등 수많은 책이 있었지만 정작 백성들이 볼 수 있는 건 동의보감이 유일하고, 토정비결이 유일했다.

 

어떤 이 주장에 따르면 임진왜란 때 진주성에서 세계 최초의 비행기가 날았다고 하는데, 이 허망한 얘기를 어쩌란 말인가. 실제로 거기서 스텔스기가 발명되어 날았다 한들 가까이는 진주성 싸움에서 백성들을 구하지도 못했고, 오늘날 그 설계도면 하나 남아 있지 않은데 무슨 수로 우기고, 그 가치를 높일 것인가. 쓸데없는 얘기는 하지 말자.

 

우리 아버지 세대들이 일제에 징용으로 끌려가거나, 거기 회사에 근무하면서 훔쳐본 기술로 우린 근대화에 성공했다. 조미료 하나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 내고, 자동차, 반도체, 통신 등 대부분의 기술들이 눈 부릅뜬 우리 기술자들이 산업시찰이니 뭐니 하면서 일본 공장들을 헤매다니면서 눈치껏 배워온 것들로 우리나라의 산업화가 시작되었다.

 

세계최초 너무 좋아하면 모든 걸 운명론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어떤 지방도시 단체장은 '세계최고'를 시정 타이틀로 걸어놓고 시민들을 웃기는데, 이런 자들 때문에 우리 민족이 황당하고 어리석은 길로 빠져든다. 인근 수원이나 분당보다 작고 세계 10도시에도 들지 못하는 서울보다 형편없이 부족한 데 감히 세계최고를 지향하다니, 이런 어리석음을 어떻게 알려준단 말인가. 한 자릿수 산수 배운 유치원생이 고차방정식 풀겠다고 뛰어드는 꼴이다.

 

이 세상 그 어떤 역사도 사람 손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게 없다. 귀신이 한 게 아니고 신이 한 게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다 함께 쓸 수 있는 지식이 필요하다. 그것이 진짜 우리 것이다. 집을 짓고 싶으면 벽돌을 쌓아야지 '세계최고'라는 타이틀만 부르짖거나 그 앞에 서서 간절히 기도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하나하나 실질이 세상을 이끌고 역사를 이끌어왔지 이발기발이니 주기론 주리론 따위의 관념이 만들어준 건 하나도 없다. 관념이니 이념은 인재 죽이는 구실밖에 하지 못한다.

- 그래서 한국은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를 발명했지만 소수 독점으로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앨 고어 미국 전부통령의 말이 아프게 들려온다. 미국이 위대한 힘이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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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7.11.30 12:55

    첫댓글 깨우침의 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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