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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가양주(家釀酒) 빚는 사람들 원문보기 글쓴이: 묵향(지명진)
인산 김일훈의 '신약' 식이요법들
입력 : 2014.12.09 09:00
극적 요소 넘치는 활인(活人) 스토리 풍부
인산(仁山) 김일훈(金一勳)은 돈이 없어 의료기관의 치료를 기대할 수 없는 가난한 서민을 위해 민간요법과 약재를 취식하면서 병을 구완하는 식이요법을 연구했다. 그는 자신의 의학사상과 섭생법을 ‘신약’이라는 책으로 정리하였다. 그 재료들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연물들이다. 이 약재들 가운데 일부는 식재료를 겸한다. 물론 현대의학이나 과학으로 그 약리적 효과가 충분히 검증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고객에게 이야기할 때 과학적 근거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인산이 일생을 통해 무료로 많은 환자를 고친 경험과 지혜의 산물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간난신고 끝에 약재를 실험했던 이야기는 매우 드라마틱하다. 스토리의 주소재인 ‘신약’의 식이요법 약재 10가지를 간추려 소개한다. 기왕에 이 재료들을 사용하고 있는 업소라면 스토리텔링 요소를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황태, 코다리, 동태, 북어 등 명태를 주메뉴로 운용하는 업소라면 명태의 해독작용 등을 설명하는데 좋은 스토리 소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탈옥과 약초 실험 등 스토리 소스 생생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보는 세상은 정말 실재하는 것일까? 그리고 과학은 우리 눈앞에 펼쳐진 이 세상에 대해 모두 설명해줄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현대과학은 그렇지 못하다.
인간의 몸과 몸에서 생기는 질병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현대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우리 몸과 병에 대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인산 김일훈이 펼친 인술과 그가 제시한 섭생법은 현대의학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을 보완해주는 측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최적의 용어는 아니지만 ‘대체의학’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인산은 1909년 함경남도에서 태어나 일찍이 만주에서 항일투쟁에 투신했다고 전한다. 왜놈들과 싸우다가 왜경에게 붙잡혀 옥고를 치렀는데, 탈옥한 후 러시아, 백두산, 묘향산 등 산속에서 20여 년간 피신하면서 자연물을 채취해 그 약리작용을 연구했다는 것이다. 인산은 이때 연구한 성과로 죽어가는 가난한 사람들을 구할 단초를 마련했다고 알려졌다.
대일감정이 아직도 껄끄러운 이 시대에 항일투쟁은 통쾌한 화제임이 분명하다. 독립투쟁에서 자연스럽게 신약 연구로 연결되는 스토리 전개도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필자는 그 지역 산삼이 야생 인삼으로 되었다가 뒷날 무로 변한 원품종이며, 신선마늘도 오늘의 야생종 마늘의 원초적인 품종이 아닐까 생각한다’(86~87쪽)거나, ‘한반도는 이 지구상 유일의 영역(靈域)이므로 불가사의한 영약(靈藥)들이 곳곳에 간직되어 있다’(90~91쪽)는 등 일반적인 상식에 비춰볼 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주장도 더러 등장한다.
'신약', 다양한 민간요법 기술한 스토리의 보고
좀 더 자세한 이야기의 소스는 ‘신약(神藥)’에 들어있다. ‘신약’은 그의 의학적 견해와 이론을 집대성한 책이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신약(神藥), 신방(神方), 의론(醫論)이 그것이다. 신약 부분은 죽염처럼 인위적인 조제를 통해 구하는 합성신약과 명태 등 자연물에서 채취할 수 있는 천연신약, 두 종류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합성신약으로는 죽염 외에도 삼보주사(三寶注射)와 오핵단(五核丹)이 있다. 삼보주사는 오리의 뇌, 웅담, 사향, 우황을 세 번 증류한 3차증류수에 타서 제조한 것이다. 오핵단은 약재를 먹여 키운 흑염소, 누렁개, 돼지, 닭, 오리 등 다섯 가지 동물로 만든 항암치료제다.
합성신약이 죽염, 삼보주사, 오핵단 등 3가지에 불과 한데 비해 천연신약은 명태를 비롯해 매우 다양하다. 크게 초목류, 채소나 곡류, 조수나 어패류, 기타 등 4가지로 나눴다.
합성신약은 대체로 암처럼 중병을 고치는 약으로서 제조 방법이 까다롭고 재료 구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천연신약은 합성신약에 비해 약재 구하기가 쉽고 위장병이나 장염 등 비교적 가벼운 병의 치료제가 많이 포함됐다.
신방(神方)은 인산이 실험했던 각종 민간요법을 처방한 일종의 약방문이다. 크게 일반병, 부인병, 소아병, 각종 암과 난치병으로 나누고 각각의 세부 병증 항목에 대한 약재와 약제조법, 그리고 복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의론(醫論)은 인산의 의학이론이다. 인간을 우주 자연의 일부로 보고 우주의 원리와 인간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인산과 그의 책 ‘신약’은 지금도 많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인산의 항일활동과 깊은 산속에서의 약초 실험 이야기는 물론이고, 민간요법에 대해서도 일각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식재료로도 쓰이는 약재에 대해서는 ‘하나의 견해’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점포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를 설명할 때 그의 견해를 스토리텔링의 소재로 소개하는 방법은 어떨까?
Item_01 홍화씨
홍화는 약성이 따뜻하고 피를 다스리므로 어혈에 쓰고 식료품이나 화장품의 색소로도 쓴다. 홍화는 붉은색(火色)이므로 파혈(破血)작용을 하나 근본이 목성의 기운으로 생긴 약초여서 파혈과 동시에 생혈과 보혈을 한다고. 씨에는 홍화의 기운이 뭉쳐 있어 뼈에 꼭 필요한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빈혈이나 여성의 생리불순에 좋다는 것이다. 특히 뼈가 부러졌을 경우, 국내산 토종 홍화씨를 복용하면 효험이 뛰어나다고 한다.
Item_02 참조기
참조기는 입맛을 돋우고 비위를 보하는 등 약성이 풍부하다고 한다. 특히 비위가 차서 죽염을 복용할 때 속이 울렁거리는 사람은 조기 뱃속에 죽염을 넣고 구워 만든 석수어염반환(石首魚鹽礬丸)을 써야 한다고. 여러 별 가운데 토성(土星)의 정기를 받아 생긴 생선이므로 맛이 고소하고(甘=土味) 각종 항암 성분이 다량 들어있다고 한다. 백반을 참조기 뱃속에 넣고 구워내면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대 소장 궤양, 위암 등의 치료에 적지 않은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Item_03 밤
밤은 기관지와 폐선, 폐의 신경을 강화시켜주는 등 인체의 질병치료와 건강증진에 도움이 된다. 밤은 철분과 수분을 함유해 금장부(金臟賦)에 속하는 폐, 기관지 등의 기능을 강화하고 뼈와 힘줄을 튼튼하게 해준다고 한다. 반쯤 말린 밤과 구운밤은 사람의 원기를 돋워주고 속을 따뜻하게 하며 체내의 습기를 다스려준다는 것이다. 오래 복용하면 고혈압, 저혈압, 신경통, 관절염, 요통, 심장질환 등에 효과가 있고 기억력을 강화시켜준다고 한다. 찐밤은 영양식품으로 훌륭하지만 소화기 계통이 안 좋은 사람에겐 체하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생밤은 수정(水精)과 철분의 함량이 동일해 적량을 쓰면 철분이 대장을 돕지만 과하면 수정의 과다로 설사를 일으킨다고 한다.
Item_04 명태
동해안의 마른 명태는 연탄가스, 지네, 초오, 부자, 천오, 술독 등의 독을 풀어준다고 한다. 명태는 우리의 전통 우주관인 28수 별자리 가운데 여성(女星)의 정기로 생긴 생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수정수기(水精水氣)의 강한 해독제를 한 몸에 집약한 영약이라고 주장한다. 생물 명태는 약효가 없는데 그 까닭은 태양의 정기를 받지 못해서라고. 따라서 일정기간 햇볕에 말려야 약효가 있다는 얘기다. 또한 동해안 명태가 약효가 뛰어나다는 것인데 지금 우리나라 동해안에는 명태 씨가 말랐다. 어쩔 수 없이 동해 위쪽인 오호츠크해나 베링해에서 잡은 명태를 써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동해안 마른 명태 5마리를 푹 달여서 연탄가스 중독자에게 마시게 하면 효험이 있다고 한다. 마른 명태 20마리를 오래 달여 조청을 만들고 거기에 마른 명태 10마리로 빻은 분말을 넣는다. 이것으로 새알처럼 환약을 지어 지니고 다니다가 독사에게 물릴 때 즉시 더운 물에 풀어먹으면 해독이 된다고 한다. 지네, 농약, 초오, 부자, 각종 약독에도 마른 명태를 삶아먹거나 이 환약을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Item_05 열무
어린 열무에는 산삼분자가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열무는 태백성이란 별의 정기를 받고 자라는데 인체 오장육부에 모두 약이 된다고. 다만 자랄수록 약효가 줄어들어 다 자라면 보통 채소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약으로 쓸 열무는 황토 1평에 유황가루 5홉을 뿌리고 열무씨를 뿌려 잎이 7엽이 되면 먹는다. 열무를 세 번 수확하면 유황가루를 다시 뿌려준다. 이렇게 수확한 열무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쓴다. 새벽 4시에 길어 올린 샘물을 쓰면 더욱 좋다. 열무는 원기를 돋우고 신체허약, 비위허약, 간담허약에 좋고, 고혈압, 저혈압, 신경통, 요통, 이명증, 시력부족에 좋다고 한다. 특히 오래 장복하면 시력과 청각은 물론, 기억력도 향상된다고 한다.
Item_06 대궐찰(임금님께 진상한 붉은 보라색 찹쌀이나 흑 보라색 찹쌀)
오곡 중 으뜸은 쌀인데 쌀 가운데서도 찰쌀이 으뜸이고, 그 가운데서도 대궐찰이 최고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토종 대궐찰을 구할 수 없다. 그래서 인산이 경험한 바에 따르면 이끼바레(일본 원산의 추정쌀)가 50% 정도의 양호한 효험이 있다는 것이다. 젊은이는 괜찮지만 노쇠한 사람은 15℃이하로 기온이 떨어지면 냉기가 장기에 스며들어 냉해를 입는다고 한다. 찹쌀의 약성은 조금 차지만 찰밥에 들기름을 적당량 섞으면 크게 따뜻해진다고 한다. 인산은 찰밥과 들기름을 수기(水氣)로 화한 수정(水精)과 화기(火氣)로 화한 화신(火神)의 조화가 풍부한 영양식품으로 간주했다. 찰밥을 지을 때 물이 잦을 무렵 들기름 5숟가락을 넣고 뜸을 들인 뒤, 더운밥을 먹되 백 일간 계속하면 냉습으로 생긴 위장염, 십이지장염, 소장염, 대장염, 직장염, 방광염, 이질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Item_07 무ㆍ마늘ㆍ고추
무, 마늘, 고추에 수수나 논찹쌀을 합해 만든 엿은 소화불량, 궤양, 어혈, 신경통, 관절염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인산이 왜경에 쫓길 때 함경도 장진 지방에서 자연적으로 널려있는 야생 무, 마늘, 고추, 산삼, 파를 이용해 약실험을 했다고 한다. 무는 이뇨작용을 하고 마늘은 소화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무와 마늘은 약으로 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식품이라고 전제하고 이것으로 약엿을 만들어 먹으면 위, 대장과 소장 궤양, 소화불량, 어혈, 등 제 질병을 다스리는 건강식품이라는 것이다. 만드는 방법은 무 20근, 마늘 10근, 고추 2근, 수수쌀이나 논찹쌀 한 되를 한곳에 넣고 오래 달인다. 엿기름을 넣어 당화시킨 다음 짜서 건더기는 버리고 다시 달여 엿을 만든다.
Item_08 죽염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난 천일염이 약효가 높다고 한다. 3년 넘은 왕대나무에 천일염을 채우고 진흙을 반죽해 봉한다. 이것을 센 불에 9번 구워낸다. 대나무가 타고 소금을 골라낸 뒤 절구에 찧어 다시 같은 방법으로 반복해 구운다. 마지막 9번째는 송진으로만 불을 때 재가 남지 않도록 하고 화력을 높여 소금이 물처럼 녹아 흐르게 하는데 이게 식어 굳은 것이 죽염이다. 죽염은 식도암, 대장암 등 각종 암을 비롯해 위염, 위궤양 같은 염증과 소화불량, 악성피부병, 습진, 무좀 같은 잡병에 이르기까지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Item_09 참옻나무
옻은 훌륭한 방부제이자 살충제다. 그런데 옻이 각종 암이나 난치병에 산삼만큼이나 좋은 약효를 지녔다고 한다. 옻나무에는 바다의 수정(水精)과 영계 색소(靈界 色素)의 힘과 물불의 기운이 조화를 이루었다고 한다. 또한 해, 달, 별의 정기와 황토의 감성(甘性)이 조화되었다는 것이다. 옻 속의 독기는 인체의 병독을 소멸시키고 생기가 온갖 질병을 다스린다고 한다. 옻 중에서도 토산 참옻나무의 진액이 가장 효험이 좋다고. 옻나무는 소화기 계통 장기에서 소화제 구실을 하고 비장이나 위장질환을 다스린다고 한다.
Item_10 들기름ㆍ메밀국수
인산이 일제 말기 평안도 묘향산에 피신했을 때, 홍역 이질로 50년 넘게 고생했던 노파를 치료해준 적이 있다고 한다. 처방은 메밀 한 그릇 눌러 물기를 빼고 들기름 5숟가락을 친 다음 공복에 먹는 것이었다. 이렇게 두세 번 먹고 이질이 재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묘향산 일대의 메밀이 가장 약효가 뛰어나다고 한다. 메밀은 본래 지혈제, 파혈제, 소염제, 빈혈제로 쓰이지만 들기름을 첨가하면 설사, 이질, 복통, 하혈, 변비, 소변불통, 오줌 못 참는 증세 등을 다스린다는 것이다.
글ㆍ사진 제공 : 월간외식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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