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5명만이 참석, 산행할 예정이었으나 오늘 아침에 4명의 산우들이 참석 하겠다고 연락이 왔었고, 집행부 역할을 맡은 동준이는 열성적이다. 시산회 회장님과 총장님이 참석을 못해도 아무런 걱정이 없을 것 같다.
원터골입구의 보호수옆 큰 이정표 앞에서 오늘의 산행코스를 협의 하였다. 옥녀봉에 까지만 오르고 양재 화물터미널 쪽으로 하산하여 뒤풀이 장소는 강남역 근처(역삼동) 염소탕 식당을 양주 산우가 적극 추천을 하여 모두가 만장일치로 찬성을 하였다.
옥녀봉의 코스는 등산로가 잘 다듬어져 있어 산책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편하며, 높이는 매봉보다 낮다. 가파르지 않은 계단과 평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청계산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인기가 많은 코스이다. 옥녀봉에는 오래 머물며 쉴 수 있는 의자와 탁자도 많이 있다.
옥녀봉 산행코스는 언뜻 보면은 사람의 손을 많이 탄 것 같다. 나무가 빽빽한 숲도, 쓰레기 하나 없는 등산로도 모두 사람의 관리를 받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그것이 나쁘다기보다는 오히려 쾌적하다. 숲도 관심과 애정을 많이 받으면 더 예뻐지는 것 같다.
일요일 공휴일에는 많은 산객들이 팀을 이루어 오르내리며 산길을 가고 있다. 계곡에는 비가 조금 내렸는지 물이 제법 흐르고 있다. 계곡의 넓은 한 곳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수행되고 있는 기공의 하나인 파룬궁 수련자들이 건강 향상을 목적으로 도를 닦고 있다.
진달래능선을 따라서 올라가다 원터골쉼터 육각정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산우들은 최근의 무더위와 건강 관리에 대한 주의점을 주고 받는다. 서둘러서 옥녀봉에 오르니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며, 가지고 온 음식을 먹고 있다.
청계산은 청룡산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옛날 옛적 푸른 용이 산허리를 뚫고 나와 승천했다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옥녀봉이라는 이름은 어느 산에서나 있는 흔한 이름이다. 전국 각지의 수많은 산에 옥녀봉이라는 이름을 가진 봉우리가 존재하고 내려오는 전설도 많다.
청계산의 옥녀봉은 봉우리가 예쁜 여성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이라는데, 옥녀봉의 예쁜 모습을 보니 맞는 것도 같다. 옥녀봉의 전망대에서 보면 과천경마공원, 과천정부청사 및 서울대공원 등이 보인다.
옥녀봉을 넘어 밴취의자에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하며, 가지고 온 먹거리를 끄집어 내었다. 막걸리를 마시기 전에 오늘의 동반시를 낭송하자며, 오늘의 기자인 내게 낭송 권한을 주신다. 동반시는 박지영 시인의 "고백"이다
"고백" / 박지영
기다리라고는 않으셨지만
가라는 짧은 한 마디도 않으셨으니
차마 가지 못하여
이렇게 기다립니다
사랑한다 하지는 않으셨지만
미워한다고 않으셨으니
그 마음 나에게로 향할까
이렇게 기다립니다
나의 기다림이
탄생을 기다리는 어미처럼
거룩하지는 않겠으나
조금 모자란 거룩함으로
그대를 기다립니다
나의 그리움이
삶마저 놓아버린 베르테르만큼
애절하지는 않겠으나
조금 덜한 애절함으로
그대를 그리워합니다
한결같음으로 나를 바라보시는
신의 사랑만큼은 아니겠지만
조금 부족함으로 그대에게 고백합니다
사랑합니다
동반시 "고백"은 정남이 친구가 추천한 모양이다. 함께 시 공부를 하고, 시집을 낸 분이라고 하며 믿기지 않을 만큼 얼굴이 곱고, 마음씨가 하도 착해 마치 천사와 같다고 한다. 그런 분의 사랑을 받는 사람은 분명 행복한 사람이겠지...
산행도중에서 부터 비가 내릴 것 같더니 비가 본격적으로 내릴 모양이다. 맨처음 산행코스를 정한대로 양재 화물터미널쪽으로 하산이다. 옛날 양재 화물터미널쪽에서 옥녀봉으로 오른적이 있어서 산행코스가 새롭다. 양재대로쪽으로 하산 후, 강남역 근처에 있는 뒤풀이집인 "수만리염소탕"(흑염소요리 전문점) 식당으로 이동하였다.
"수만리염소탕" 식당 이름은 전남의 무등산, 안양산과 만연산의 사이에 있는 화순군 화순읍 수만리를 따온 것 같았다. 수만리는 물촌(水村)·새터(新村)·만수·중지 등 4개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녹색 농촌체험 마을로 지정된 수만리 들국화 마을은 광주광역시에 인접한 입지적 조건, 천혜의 자연환경, 친환경 약초 재배와 흑염소 농장 등을 관광 산업과 연계한 자연생태 우수마을로도 유명하다.
식당 문을 들어서니 "花香百里 人香萬里(꽃향기는 백리를 가도 사람 향기는 만리를 간다)"는 글이 창문에 붙어 있다. 또 三枝九葉草酒를 큰 병에다 담가 창가에 많이 배열해 놔두고 있었다. 三枝九葉草는 한방에서 매자나무과에 속하는 다년생풀인 음양곽(淫羊藿)이라고 칭하는 강장재로 원기부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간혹 한 번씩 들렸었다는 양주 친구가 9명의 손님을 모시고 와서 염소수육과 들깨염소탕을 시키니 藥酒(三枝九葉草酒)를 내어 놓는다. 흑염소 요리는 들깨 외에 부추, 깻잎 등의 향채를 많이 넣어 끓여내므로 흑염소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아 깍두기 등의 반찬을 곁들여 먹었다.
뒤풀이를 맛있게 한 후 헤어지는데, 정한 등 몇몇 친구들은 ‘소화도 시킬겸 신사역(논현동)에 까지 걷기 운동을 하자’ 하며 아구찜의 맛집 ‘첨벙 家’로 이동하잔다. 그곳은 우리 시산회에서 원거리산행(대둔산, 태백산)을 한 후 아구찜을 맛있게 먹은 장소로써 정한 친구가 옛부터 간혹 한 번씩 애용한 곳이다.
오늘 비록 날씨는 구름이 잔뜩 끼여있고, 이슬비가 조금씩 온 적이 있었으나, 시원한 바람이 불어 산행의 더위를 식혀 주었으며, 뒤풀이도 양주 친구의 협찬으로 맛있게 하여 감사합니다. 다음 산행때에는 더 많은 산우들이 함께 하시길 기원하면서...
2018년 8월 27일 최광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