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도 마찬가지지만 현대미술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미국이예요.
역사도 일천하고 인디언 내쫒아 만든 아메리카에 비해 긴 역사를 가진 영국이
현대미술 중심대열에 든건 사실 얼마 되지 않아요.
보수당 노동당 양당체제에서 예술진흥정책은 집권당에 따라 달라졌어요.
시장경제원칙과 자생을 중시하는 보수당은 공공미술관이나 미술가들을 위한 지원을 최소로 하고
기회 평등과 예술 접근 가능성을 중시하는 노동당은 예술지원에 적극적이었어요.
대처 집권당시에는 공공지원금이 확 줄어들게 되었고, 토니블레어 집권기에는 문화진흥정책이
경제 부흥과 맞물려 미술산업에 대한 지원이 엄청 활발했어요.
당연 토니 시대부터 영국정부의 적극 지원으로 공공미술과 미술산업이 크게 발달하게 됬어요.
3. 영국 현대미술의 제1공로자 찰스 사치
보수당 불통 대처수상의 미술 지원 축소로 화랑과 미술관 운영이 어려워지고
제 일선의 작가들이 가장 힘들어졌겠지요. 변화는 젊은이들로부터 시작되었어요.
1988년 데미안허스트는 골드스미스 미대 재학시절 16명 동료들과 함께
템즈강 부근 허름한 빈창고에서 '프리즈(Freeze)'라는 전시를 열었어요.
YBA의 전설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어요. (그러고보면 창고에서 대박난 사람들이 많아요)
이 전시에서 유일하게 작품을 샀던 사람이 찰스사치였어요. 멧콜리셔의 사진작품 하나.
이 친구들은 전시장을 빌리고 전시 홍보물을 만들고 미술계 거장들에게 직접 초대장을
보냈어요. 블랙캡까지 대령하면서. 이후 화랑이나 기획자 도움없이 창고형 전시로
작가들이 직접 마케팅까지 하면서 운영하는 대안공간이 늘어나게 되요.
광고계의 거장이었던 찰스 사치는 1980년대부터 미술계 큰손으로 영향력을 미쳤고
1985년에 런던의 한 페인트 공장을 개조해서 사치갤러리를 열게 되요. 도널드저드, 솔르윗,
브루스 나우먼 등 미국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 제프쿤스, 로버트고버 등의 미국 팝아트 작가들을
영국대중에게 선보이면서 영국의 현대미술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게 되는거죠.
이후 YBA 작품들을 대량으로 구매하게 되고 그들의 상한가로 인해 현대미술에서 명실상부
세계적인 컬렉터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되요.
덧붙여 영국의 현대미술 발전에 기여한 다른 것들은 영국정부의 미술교육을 확대하려고 하는 의지와
미디어의 역할이 있었어요.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현대미술을 많이 다루어주어 대중들에게
데미안허스트나 트레이시예민 같은 예술가의 이름이 친숙하게 다가오도록 했다는거예요.
전에 자유게시판에도 올해 3월부터 시작되는 아트스타코리아에 대한 내용을 박하가 올렸는데요
그런시도들 일단은 긍정적으로 관심갖고 봐주는게 선하다고 봐요.
4. 사치갤러리를 들어서며
내셔널갤러리에서 사치가는 길이 꽤 멀어서 죄송해요.
내셔널에서 가장 가까운 역은 캐어링크로스 역이예요.
지하철 역안에 내셔널의 대표 그림인 보티첼리의 비너스와 마르스가 보여요, 간지나요.
사치갤러리에서 가까운 Sloane Square역에서 나와 구글앱을 켜고 찾아가는데
약간 헤매다 이내 찾았어요. 사치 간판을 보니 정말 감격스럽더라구요.
방문했던 영국 갤러리 통틀어 가장 흥분되는 곳이었어요.
더군다나 ADMISSION FREE ~ 누구나 공짜로 들어 갈 수 있어요.
이 도시는 참 사랑스럽기도 하죠. 우선 관광객들이 거의 하나도 없어요.
제가 갔을때는 심지어 동양사람 조차 안보였어요. 간간히 미대생으로 보이는 무리들이
보이고, 현지에서도 진짜 미술을 즐기는 사람들만 오는거 같았어요.
동양인 자체가 없으니까 '제 모야, 쪼그만 동양여자애 우리 노는데 왜왔지 별일이야'
뭐 이런 느낌, 이상하네 동양사람 첨봤다는 시선으로 절 쳐다보는것 같았어요.
무슨 말은 딱히 안했지만 사람한테 촉이라는게 있잖아요. 암튼 그러거나 말거나.
일반 사치에서 소개하는 작가들의 전시가 1-3층까지 있고, 4층에서 기획전을 하고 있었어요.
거기도 무료였고 팜플릿은 1파운드주고 샀어요.
사치 스텝들은 사치라고 써있는 회색빛 캐쥬얼한 티셔츠와 진을 입고 있었어요.
비교하는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미술관들은 사립이나 공립이나
할것 없이 검정 정장입고 계시는데 개성없어 보인다는 생각 들었어요.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파리에서도 까르띠에 재단 직원분은 추리닝 웃도리에 집시 치마를 질질
끌고 다니던데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자유로왔어요. 제 선입견이 무너지는 순간들.
사치갤러리 작품들은 많이 쇼킹했고 아프기도 했고 정말 굉장했어요.
4층에 있는 60-80년대 모스크바 특별전과 나머지 얘기들은 사치갤러리 2부에서 마져 해드릴께요
앞으로 20회 정도 될 것 같은데 지루하지 않게 가도록 할께요.
손노트에 기록해둔 보따리가 꽤 되요, 그럼 커밍순~
첫댓글 전시가 파격, 쇼킹이네요. 국내에서 전시하면 다녀와서 순대.내장탕.곱창은 못먹었을듯~~^^
전체적 구성도 이미 염두해두신듯 잘 짜여져있고 독자들은 작가의 의도대로 따르면 될거 같아요.
영국하늘처럼 오늘 한쿡하늘도 흐립니다.
박하님, 작품들이 많이 무서워요..
술술 읽히고 정보도 솔솔!!
런던에 있는 조카가 내가 런던에 갔을 때 사치갤러리에 꼭 가보라고 했는데 못 갔어요. 박하님 덕분에 사치갤러리의 그림들을 볼 수 있어서 좋네요. ~~
박하가 오늘 많이 행복해요. 예전부터 시각장애인들 위한 낭독봉사하고 싶었는데 한 은행에서 하는 착한도서관 프로젝트로 명화읽어주기 오디션을 봐서 합격하고 오늘 녹음하고 왔어요. 전 앙리루소의 작품 녹음했어요. 안보이는 분들께 그림이 보이듯 설명하는 미션, 생각보다 많이 어려워요. 기회주신 성우쌤들 감사하고 쑥스러워 제여행기 애독자님들께만 알려드려요^^멋진 예술작품을 내눈으로 볼수있다는거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아 3편 올리면서 최종등록하다 모두 날아가서 어찌나 놀랐던지요. 임시저장 불러오기를 하니 복원이 되어 십년감수. 사실 이번편 내용땜에 걱정했는데 디아인님 여여님 프러시안블루님 술술읽고 피드백 해주시니 넘 감사드려요
여행기 쓰신 것 모두 모아서 미술관 여행기로 책을 내셔도 되겠어요. 내용이 재미있고 읽고 있으면 미술관에 가고 싶어져요.
프러시안블루님처럼 진즉 다녀오신 분들께는 추억을, 아직 안다녀온 분들께는 바램을 드렸음 해서 올리는 글일 뿐이예요, 미술관여행책들 많은데 제가 무슨. 말만으로도 감사드려요^^
미리 알고는 있었지만 우미갈의 보석이세요^^
저의 호흡까지 생각해주신 덕분에 오늘은 저도 천천히 봅니다
작품...날것으로의 인간이란 처연하군요 감사합니다...
마네님 보리스 작품을 말씀하시는것 같아요, 저도 그런 생각들을 했어요, 아프고 결함있는 그대로 작가에게 그런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체가 작가의 보통 노고가 아닐거예요, 체력도 정비하고 자료조사도 해가며 런던과 파리를 다시 여행하는 기분으로 갈께요.대략 여름오기 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여행은 혼자지만 추억은 같이여서 외롭지 않아요, 감사^^
다른 문화권의 미술관에 걸려있는 작품들이 좀 쇼킹하군요. 즐겁게 읽고 보고 있습니다.
네 심연님 여기 사치만 그렇더라구요, 다른 곳은 이정도는 아니예요^^
영국 현대미술의 부흥과 정치의 상관관계 흥미롭네요. 문화정책이 얼마나 열려 있고 미래지향적이냐에 따른 당연한 결과... 작가를 잊으셨다는 사진도 보리스 미하일로프 작품이에요. < Case History >라는 타이틀로 옛 소련(Soviet Union)에서 소외계층을 찍어 세계 순회전시 했던 프로젝트죠. 2년전쯤 MoMA에서 봤는데, 사회의 구조적 모순으로 생겨난 하부 소외계층에 포커스를 맞춰 홈리스, 고아, 동성애자, 빈민, 하층 노동자, 환자등 수백명 사진을 인체 싸이즈로 전시 했어요. 당시, 사회 안전망에서 제외되고 소외된 계층을 연민하는 보리스 미하일로프 작가의 개인적 저항이란 전시평이 생각나요.
모마에서도 보리스전을 했군요, 역시나 작가를 알아보는 사치군요. 저 사진도 보리스 작품이군요, 꼼꼼 읽어주시고 모니터링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현대미술은 어려워요ㅠㅠ. 특히 YBA그룹중에 생물이나 인체장기, 혈액 등으로 만든 작품은...어휴...작가의 의도는 "삶, 죽음, 등등"이라지만 저에겐 괴기, 공포로만 다가와서 싫어요. 그래도 박하님 따라 하는 여행은 좋다는 것.
몸과 영혼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었던 과거의 철학이 무너지면 몸에 대한 담론이 여러 예술에서 다루어지면서 다양한 접근들이 이뤄진거 같아요. 잔혹도 있고 허무도 있고, 페친인데 여기서도 응원주시니^^
영국의 역사와 정치, 현대미술에 대한 간략 소개...콕콕 집어 설명해 주시니 참 좋아요...
오늘도 재미있게 박하님 따라 다녔네요...^^
저도 점점 여행동무들이 많이 생겨 재밌어요^^
와~ 올만에 들어와서 박하님 덕분에 이런 호사를 누리네요! 계속 응원합니다!!! ^^*
박하호에 탑승하신걸 환영합니다
영국이 현대미술의 역사가 미국에 비해 짧았군요? 그렇군요,,, 저도 런던에 있을때 이름없는 겔러리를 수없이 다녔는데 창고형전시실이 많았던 기억이 나네요,,,, 비를 피하면서 많이 다녔던 기억도 나고,,,, 명화읽어주는 자원봉사 축하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