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꽃 유금옥 마당가에 냉이꽃이 피었습니다 냉이꽃 저만치 조그만 돌멩이가 있습니다 돌멩이는 담장 그늘이 외로워서 냉이꽃 곁으로 조금씩 조금씩 굴러오는 중입니다 종달새도 텅 빈 하늘이 외로워서 자꾸 땅으로 내려오는데 그것도 모르는 냉이꽃이 냉이꽃이 종달새를 던지는 봄날입니다 https://blog.naver.com/white8658/222175542687
한자어 잡(雜)은 '품종이 다른 여러 마리의 새가 뒤섞여 있다(雥)'는 의미에서 출발한다. 후에 '모이다(集)와 여러 색이 뒤섞여 있는 옷(衣)'이 결합하여 ‘섞이다, 어수선하다, 여러 가지가 뒤섞여 순수하지 않거나 자질구레하다’라는 의미로 확장된다. 이러한 잡(雜)은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풀(草)과 만나 보잘것없고 하찮은 잡풀이 된다.
그러나 잡초라 불리며 마구잡이로 뽑히던 풀이 이제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강인한 생명력의 본(本)이 된다. 그중에 겨울을 견뎌내고 이겨낸 냉이꽃이 있다. 귀엽고 청초한 냉이꽃을 들여다보면 왜 냉이꽃의 학명이 ‘Capsella bursa-pastoris’인지 이해하게 된다. 특히 heart(♡) 모양을 가지고 있는 열매는 그 생김새로 인해 목동의 가방(shepherd’s purse) 혹은 어머니의 사랑(mother’s heart)이라는 의미를 담게 된다.
담장 그늘이 외로운 조그만 돌멩이가, 텅 빈 하늘이 외로운 종달새가, 냉이꽃에 가득 담겨 있는 사랑을 보고 조금씩 조금씩 자꾸 자꾸 냉이꽃 곁으로 다가서고 있다. 게다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도 어느새 구부정 냉이꽃과 눈맞춤 하고 있으니, 이래저래 올봄은 냉이꽃 사랑으로 구수함이 넘쳐날 것 같다.
※ 이 글은 한국성서대학교 <코코스>지에 ‘임경미의 토닥토닥 시’라는 제목으로 연재하는 임경미선생님의 단상(斷想)으로, 2023년 2월호의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