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도 하순... 더위가 절정에 달하니 동면하던 역마살이 잠을 깬 모양이다.
7월 24~25일 주말에는 공주에 막걸리 탐사여행(?)을 다녀 왔는데, 또 왕릉을 가자고???
공주에 갔을 때, 손영우 교수께서 서삼릉 번개를 칠테니 오라는 권유를 받고
도진 역마살이 강하게 충동질 해대니 대답은 흔쾌한 오우케이~~~.
그런데 서삼릉???... 그런 곳도 있었나???
정릉, 선릉, 홍릉, 유릉 등등에 동구능 서오능 소리는 귀에 익은데 서삼릉은 처음이다.
(이 대목에서 문화재에 대한 무식이 들통...ㅎㅎ)
7월 29일 오후 두시... 너무도 정확히 시간을 맞추어 삼송역에 도착하니 바로 출발.
우리의 시간관념이 <코리안타임>의 불명예를 벗어난 지는 오래 되었고,
그래도 약속시간 15분 전까지 가는게 예의고, 또 늦은 사람을 15분은 지둘려 주는게 보통인데
암튼 오늘은 시간에 있어서 너무 칼이다.(그렇다고 투덜거리는건 아닝께 그리 아셔유~~~ㅇ)
오랫만에 모임에 오니 반가운 얼굴이 반쯤, 처음 보는 분들이 반이 더 되나보다.
최하경 회장님도 오랫만이고... (미국 다녀오느라 몇번 빠졌다고 하시지만, 나도 안 나와서 몰랐고...)
최홍순 선배님도 오랬만이다.
승용차에 분승해서 서삼릉에 도착해 보니 오늘의 참석인원은 24~5인 쯤.
중복날 친 번개에 많이들 오셨다... 서삼릉이 유명해서??? 아님 혹 보신탕이라도 기대하고???..ㅎㅎ
서삼릉... 희릉(禧陵), 예릉(睿陵), 효릉(孝陵)...
희릉은 중종의 계비 장경왕후 윤씨의 무덤.
예릉은 철종과 철인왕후 김씨의 무덤.
효릉은 인종과 인종비 인성왕후 박씨의 무덤.
행정구역으로는 고양시 원당동에 있는데, 서울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크게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숲이 좋고 한적함이 좋다.
안내인의 설명을 들어보니 120만평이 넘던 터였는데, 종마공원에 먹히고
세도있던 자에게 잘려나가 지금은 7만 5천여평???... 여기가 우리의 문화유산이 맞긴 맞는겨???
숲길을 지나 첫번으로 다다른 곳은 희릉.
홍살문을 지나 정자각에서 설명을 듣고 능침으로 올라갔다.(원래는 못 올라간다고...)
잘 자란 잔디가 좋고 능침을 둘러싼 나무 숲도 좋다.
무인석의 눈망울은 아무리 보아도 아라비아인을 연상시킨다.
세종대왕이 항상 곁에 두고 즐겨읽던 책 중의 하나가 <코란>이라는 말도 있으니
그와 연결시켜 보면 우리 왕릉의 파숫군으로 아라비아 무장이 없으란 법도 없다.
다음 차례는 예릉.
강화도령이라는 애칭이 더 정겨운 철종과 왕후의 무덤.
봉분은 따로 만들고 난간석의 한 가닥을 공유하여 그 인연을 이어주고 있다.
조선조말, 안동김씨의 세도정치 틈바구니에서 어릿광대 역할 밖에는 할 수 없었던 비운의 왕.
결국은 술과 여자에 들러싸여 남자의 포부는 펼쳐볼 엄두도 못내다가 요절.
죽어서나마 부부가 함께 있다는게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마지막 차례, 효릉은 마사회의 종마공원에 둘러싸여 있어서 가보지도 못했다.
그 밖에도 일제가 옮겨왔다는 조선 왕실의 태실도 여기 있다는 말만 듣고 끝.
서삼릉 탐방을 끝내고 다시 차로 이동.
찾아간 곳은 파주삼릉(坡州三陵)--- 파주시 조리읍에 있는 공순영릉(恭順永陵)
공릉은 예종(睿宗 1450~1469, 재위 1468∼1469)의 원비 장순왕후(章順王后) 한씨(1445~1461)의 무덤.
순릉은 성종(成宗 재위 1469∼1494)의 원비인 공혜왕후(恭惠王后) 한씨(1456∼1474)의 무덤
영릉은 영조(英祖, 재위 1724~1776)의 맏아들로, 사후 왕으로 추존된 진종(眞宗 1719~1728)과 그의 부인 효순왕후(孝純王后) 조씨(1715∼1751)의 무덤이다.
가까운 순릉부터 찾아가는데, 능앞으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있다.
풍수의 대가 근곡선생께서 한마디 하신다.
물이 이렇게 흐르면 동기간에 다툼이 심하다고... 하였나??? ---ㅎㅎ 귀담아 들어 둘걸....
숲이랑 자연경관은 서삼릉과 다를바 없는데 능침으로 다가 갈수록 날파리가 달려든다.
여름에 파주삼릉에 가실 분은 <에프 킬라>를 준비하시길...
공릉을 돌아 영릉에 오니 봉분도 작고 석물도 아기 장난감같다.
영조의 맏아들, 세자로 책봉을 받았으나 어려서 죽어 왕노릇은 해보지도 못한 왕.
그래서 봉분도 작고 석물도 아기자기하게 만들었나???
서삼릉에 들어설 때는 중복의 열기에 후끈거리더니
이제 한낮의 더위는 피했지만 숲속의 시원함보다는 높은 습도에 끈끈함이 배어 나온다.
그래도 20여명이 넘는 대부대가 삼삼오오 그룹을 만들고 오손도손, 아기자기 이야기를 나눈다.
자... 이제 탐방을 끝냈으니 남은 일은 먹는 일.
봉일천 어느 순두부집에 예약이 됐다하여 승용차에 분승했는데, 딱 세자리가 모자라네...
차가 한 대 더 온다고 해서 기다리니 홍남일 선생이 먼길을 갔다가 우릴 위해 왔다고.
참말로 이리 고마울 수가... 탱큐, 따불.
늦게 출발하여 봉일천 근처를 한 참 헤매다가 순두부집에 도착.
시간도 그렇고, 걸을만큼 걸었기에 밥맛이 꿀맛.
시원한 호프에 곁들여 밥 한공기, 순두부 탕을 몇번 담아 냈다.
그런데 오늘 모임의 비용을 손영우교수께서 다 부담하신단다... 번개를 날린 책임이라고???
제우스는 번개를 날릴 때마다 얼라를 하나씩 만든 모양이던데, 손교수는 번개에 돈을??? 허허...
앞으론 번개를 치더라도 가부시끼를 합시다... 그래야 부담없이 모인다우...
어쨋든 손교수님, 감사합니다~~~~
이걸루 공식일정은 끝... 2차가 아쉽지만 봉일천에서 집에 가려면 다들 장난이 아니니,
방향별로 팀을 짜시던 말던 그건 내 알 바 아닌데... 몇분은 남아서 쐬주, 딱 한 잔 더 했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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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답사후기, 맛깔스럽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그날 손두부가 더 맛갈스러웠답니다. 16:46 답글 | 수정 | 삭제
재밌게 쓰셨어요. 혼자 읽으면서 깔깔거려 보네여~. 웃음을 주셔서 고맙슴당 ^^
넵, 감사합니다...이젠 자주 뵙지요...
유근완 샘 글 재밌게 잘 읽었답니다.
많은 분이 참석해 주셔서 고마웠고요.. 그럼 다음 모임에서 뵈요 ㅎㅎ
손교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번개의 댓가가 너무 크시다 싶어서...ㅎㅎㅎ
유 샘, 에프 킬러는 좀...... 대신 합죽선을 살살 흔들어 주면 어떨까요?
네... 문화재 현장에서 살상은 좀 지나쳤지요...ㅎㅎ.
저도 앞으로는 합죽선을 권하도록 하겠습니다.
후기를 읽으니 그날의 답사가 다시 그리원 지는군요. 잘 쓰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최회장님도 자주 뵈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