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年齡) 이야기/성철용

●나이(年齡) 이야기/ 호칭에 대하여 우리나라 역대의 대표적인 인물들을 네 사람만 말해 보라면 누구 누구일까. 그분들을 우리나라 화폐에서 찾아보고 그분들이 몇 살을 살다 가셨을까 정리해 보니 다음과 같았다. 가장 오래 사신 분이 70 세의 '퇴계 이황' (1501 ~ 1570), '세종대왕'(1397~1450)과 전사하신 '충무공 이순신'(1545 ~ 1598)이 54세, '율곡 이이'(1536~1584)가 49 세로 가장 빨리 돌아가셨다. 이조 27대왕 중에서 회갑 넘게 사신 왕이 세 분이라는데 그중 가장 오래 사신분이 83세 '영조'(1694~1776)이고, 동남동녀 500명을 보내어 불로초를 찾아 불로장생을 꿈꾸던 '진지황'(259~210B.C)이 겨우 50세를 살았을 뿐이다. 성서에 나오는 인물 중에는 969세의 '므두셀라라'지만, 최근에 와서 가장 오래 산 분은 122년 6개월을 사신 프랑스의 '진 칼먼' 할머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전설 속의 한나라 때 삼천갑자 '동박 삭'이 제일 많이 산 것 같다. 속설에 의하면 선녀 서왕모(西王母)의 복숭아를 훔쳐먹고 갑년(甲年)을 60번이나 살았으니 60년×3,000이니 18만년을 살아서 아직도 살아 있어야 할 터인데 죽은 것은 이상하다. 그 동방석이 죽는 전설이 성남시 분당 중앙을 남북으로 흐르는 탄천(炭川)의 지명 유래담에 얽혀 다음과 같이 전한다. 옛날에 숯내라 하던 곳이다. 옥황상제, 東方朔이 너무 長壽 걱정하여 저승사자 한강에서 검정 숯 빨게 하였더니 검은 물 따라온 東方朔 이상하여 물었겠다. 하얗게 될 때까지 검정 숯 빠는 거라고? 삼십 갑자 살았어도 별꼴을 다보겠네. 잡아다 명을 끊으니 그 강 이름 숯내(炭川)래요. 인간이면 누구나의 공통된 꿈이 무병장수(無病長壽)하며 불로장생(不老長生)하는 것이다. 시성 두보가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 하여 인생 칠십 을 넘기가 드물다고 하였지만, 현대 의술의 발달로 70을 90으로 고쳐야 되는 고령화 사회에서 우리도 살고 있다. 한국도 미국과 같이 만 65세를 법적 노인으로 취급하고 있는데 그 노인 인구가 7%에 해당 되는 현실이다. 2020년이면 인간의 수명이 1백50세까지 늘어날 것이란 것이 전문가의 전망이고 보니 준비된 노년을 살고 있는 노인들이여. 옛날을 벗고 우리가 자축해야 할 날들이 무엇 무엇이 있나 살펴 보자. 그 무서운 질병과 사망을 이겨내고 현재 굳굳하게 살고 있는 우리는 영광스런 노인 나라 시민이 아닌가. 자고로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東方禮義之國)을 자처해 오던 나라라. 어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았던 것처럼, 어른의 나이도 넌짓이 돌려 말하는 아름다운 풍습이 있었는데, 장수에 관심이 많은 일인들의 호칭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노인의 나이를 상수(上壽:100세 이상), 중수(中壽:60이나 70 살 내외), 하수(下壽:60 살 내외)로 상중하로 나누어 말하기도 한다. 한자의 글자 모양에서 유래된 나이에 관한 단어가 있어 알고 보면 신기하고 재미가 있다. 한자에 서 획을 더하거나 빼든지, 자획을 나누거나 합하여 맞추는 수수께끼 식의 파자(破字)들이다. ●破瓜(파과) - 여자 나이 16세 ‘瓜’ 자를 세로로 가로로 해자(解字)를 하면 ‘八’ +‘八’ = 16 남자 나이 64세. ‘八’ × ‘八’ = 64 ●美壽(미수) - 66세. ‘美’ 자를 바로, 거꾸로 살펴보면 ‘六’ + ‘十’ + ‘六’ = 66 ●喜壽(희수) - 77세. ‘喜’ 자의 초서가 왼쪽에 ‘十’변 + 상하로 ‘七七’ = 77 ●미수(米壽) - 88세. ‘八’ + ‘十’ + ‘八’ = 88 ●졸수(卒壽) - 90세. ‘卒’ 자의 약자가 위 ‘九’ + 아래‘十’ = 90 ●백수(白壽) - 99세. ‘百’자 - ‘一’ = 白 '과년(瓜年)의 딸을 출가시키니~' 하는 말에서 '과년(瓜年)'은 혼기에 찬 나이란 뜻이다. 옛날에는 여자의 혼기가 16세 무렵이었던 것이다. 다음은 나이에 관계된 것에서 유래된 단어들이다. ●弱冠(약관) - 20세. 남자(禮記) ,약년(弱年) ●芳年(방년) - 20세. 전후 여성의 꽃다운 나이 ●桑年(상년) - 48세. 또 또 또 ‘又’ + ‘十’ + ‘八 ’= 48 *중국인들은 '又'를 '十'으로 본다 ●望六(망륙) - 51세. 바랄 望 + 여섯 ‘六‘ 예순을 바라본다 ●六旬(육순) - 60세. ‘갑자’ 년이 생일인 경우 '계해' 년. 十干’ +‘12支’를 다 한번씩 살아 마지막 해 ●回甲(회갑) - 61세. ‘갑자’ 년이 생일인 경우 다시 ‘갑자’년이 되는 해 ●進甲(진갑) - 62세. ‘갑자’ 년이 생일인 경우 다시 두 번째 ‘을축’으로 나아가기 시작하는 해 ●古稀(고희) - 70세. 두보 시 ‘曲江’의 ‘人生七十古來稀’, 七旬(칠순) ●望七(망칠) - 61세. 바랄 望 +일곱 ‘七’ ●七旬(칠순) - 70세. 일곱 '七' + 열 '旬' ●望八(망팔) - 71세. 바랄 望 +여덟 ‘八’ ●八旬(팔순) - 80세. 여덜 '八' + 열 '旬' ●望九(망구) - 81세. 바랄 '望' + 아홉 '九' ●九秩(구질) - 90세. 아홉 ‘九’ + 차례 ’秩‘ ●望百(망백) - 91세. 바랄 '望' + 일 백 百 일찍이 공자는 인생 수양과 학문의 경지로 나아가는 나이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子曰吾十有五而志于學 (자왈십유오이지우학) 三十而立 (삼십이립) 四十而不惑 (사십이불혹) 五十而知天命 (오십이지천명) 六十而耳順 (육십이이순) 七十而從心所欲不踰矩 (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 - ‘논어“ 爲政篇 공자가 가로되 "나는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30에 자립하였고, 40에 마음이 홀려 헷갈리지 않았고, 50에 천명을 알았고, 60에 귀로 도리를 알았고 70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 그래서 15세는 '지학(志學)', 30세는 '이립(而立)', 40세는 '불혹(不惑)', 50세는 '지천명(知天命)', 60세는 '이순(耳順)', 70세는 '종심(從心)'이 나이를 의미하는 단어로 굳어지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많아지는 기념할 날들이지만 자식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일이어서 집안 형편에 따라야 할 일이다. 요즈음 세상이 어찌 옛날과 같겠는가. 이런 경우 자식들이 알아야 두어야 할 것은 부전자전(父傳子傳)이라, 부모님이 장수하는 집의 자손도 장수하는 것이니 자기들을 위하여도 경사가 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회갑이나 7순 8순 등의 잔치에 초대 받았을 때는 축의금 봉투에 어떻게 써야 할까. 위에서 말한 대로 축 화갑(華甲), 축 희수(希壽), 축 미수(米壽) 등처럼 연세에 따라 그 앞에 축(祝) 자를 더 쓰면 되지만, 세상에서는 보통 의 경우에는 ‘壽宴(수연)’이나 ‘壽筵(수연)’이라고 쓰고 있다. 그중에 ‘壽宴(수연)’이라고 쓰는 게 더 좋다. '宴'(연) 자는 잔치 ‘연’ 자요,' 筵('연) 자는 좌석 ‘연’ 자로 ‘壽宴(수연)’은 손님을 청하는 잔치 자리요, ‘壽筵(수연)’은 집안끼리 모여 기념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장수 가정이 늘기 때문에 부모님이 결혼한 지 60년을 기념하는 회혼식回婚式)을 지내는 가정도 늘어날 것 같다. 그때는 축 회혼(回婚)이라 쓰면 될 것이다. 서양 사람처럼 나이를 만(滿)으로 따지는 것이 옳을까, 당(當)으로 따지는 것이 옳을까? 우리 동양 사람들은 어머니 배속에 있는 동안도 한 살로 쳐주니 인본주의 사상은 우리가 앞선 셈이다. 그뿐인가 환갑(還甲)을 채우지 못하고 돌아가신 부모님을 살아계실 때처럼 섬긴다(事死如事生)하여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사갑(死甲) 잔치를 차려서 생전에 못 다한 효를 실천하는 우리는 거룩한 민족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