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 한국 드라마 한 주에 28편 방송
타이베이=리즈젠 ‘인스루이주식회사’ 대표ㆍ김형준 한국관광공사 차장
“겨울연가의 최지우·배용준 너무 멋있지 않나요.” 대만인과 처음 만나 대화하다가 한국인임을 얘기하면, 그들이 먼저 자연스럽게 한국 드라마에 대한 소재를 꺼낸다.
그만큼 TV 연속극은 국가별 한류의 영향력 측정강도가 가장 높게 나타난 대만에서 가장 쉽게 한국을 접할 수 있는 부문이라 할 수 있다.
유무선 채널이 100여개가 넘게 있지만, 다양한 프로그램 제작을 할 만한 여력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부분을 수입영화나 드라마, 스포츠 녹화방송 등에 의지하고 있는 TV 프로그램에 한국 드라마를 한 주에 28편 방송하고 있으며, 드라마 방송 때 항상 재방송되는 현지 사정을 감안하면 방송시간은 훨씬 더 길어진다.
TV 연속극의 유래는 1998년 대만의 한 수입업체가 이영애 주연인 ‘초대’를 상영하여 한국 드라마의 서막을 알리면서 많은 드라마를 대만 내에서 상영하였는데, 특히 2001년과 2002년 윤석호 감독의 ‘가을동화’와 ‘겨울연가’가 선풍적인 인기를 누려 한류의 전성기를 누리다가, 2003년에는 ‘올인’ 등이 상영됐다.
가요부문에서는 김완선이 대만 내 방송 진출로 한류의 효시가 됐고 클론의 다이내믹한 댄스와 육체미가 ‘쿵따리 샤바라’라는 곡과 함께 히트하여 본격화됐다. 그 후 한국노래가 번안곡으로 대만에 수입되어 크게 유행하면서 국적 없이 유명무실화하여 가요부문에서는 현지에서 크게 영향력 있는 노래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장나라의 ‘오 해피데이’가 대만의 인기차트 10위 내에 진입한 바 있었다.
대중매체에서의 한류효과를 중단 없이 확대ㆍ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에서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지원방안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드라마의 경우 일본과는 달리 해당 방송국이나 수출업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기보다는 프로그램마다 가격 경쟁에 따른 판매를 고집함으로써 현지에서 고정채널을 확보하지 못하고, 인기가 없을 경우 수입업자가 쉽게 등을 돌리는 등 일시에 시청자와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어떤 매체보다도 높은 대중문화 접촉빈도를 보이고 있는 케이블 방송에 TV 드라마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용준, 차태현, 원빈, 이병헌, 전지현, 송혜교, 장나라, 채림 등 한류스타들이 출연한 작품의 공급망을 확대하고, 아직도 여전히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순풍산부인과’나 ‘엽기적인 그녀’ 등과 같이 유머와 재기 측면이 강화된 흥행성 있는 작품의 제작 및 진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인구 2300만명 중 700만명 이상이 해외여행을 다닐 정도로 경제적인 여력이 높은 나라이며, 그만큼 외국에 대한 관심도도 높은 편이다. 2002년에는 단 2개 항공노선의 정기노선에 의지하여 13만7000명의 대만인이 한국을 방문했고, 2003년 한 해에만 10여개의 양국 항공사가 전세기 형태로 취항하여 전년도보다 42.2% 증가된 19만5000여명으로 늘어났으며, 올해도 급격한 증가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 홍콩 - ‘한찾사’ 격월간 동호회지 나와
홍콩=베니 라우 ‘광둥TV 가요프로’ 진행자ㆍ황승현 한국관광공사 차장
한류는 홍콩 내에서도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확실히 자리잡고 있다. 1997년 우리나라가 IMF 관리체제로 들어서면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홍콩인들은 원화절하에 따라 상대적으로 넉넉해진 여행경비로 한국을 이전보다 많이 찾기 시작해 1998년에는 1997년의 9만600명에서 무려 137% 증가한 23만명이 방문했다. 이후로 해마다 20만명 내외의 관광객들이 우리나라를 찾고 있다.
대중문화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가요, 영화, 드라마의 삼두마차가 한류를 강력하게 이끌고 있다는 느낌이다. 가요는 초기에는 댄스음악과 힙합이 인기를 얻었으나 이제는 발라드 쪽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이미 해체되어 전설이 된 ‘H.O.T’ 팬클럽이 홍콩에 존재하여 회원수만도 500명을 넘었으며, H.O.T 멤버였던 ‘강타’의 팬클럽은 별도로 있다. 최근 아시아권의 각종 가요 시상식에서 한국가수들이 수상자로 참여하는 것은 한국 대중가요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1999년 이후 홍콩에서 상영된 우리 영화가 최소한 20편에 달하며 홍콩관객들은 한국영화의 다양한 장르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영화에 비하면 TV 드라마는 선전하고 있다. 2001년 케이블 TV를 통해 최초로 방영되고 이후 여러 번 재방영되고 있는 ‘가을동화’는 홍콩 내 한류확산의 1등 공신이다. 필자가 접촉했던 홍콩인들 중에 ‘가을동화’나 송승헌, 송혜교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였다. 이후 한국 드라마의 홍콩TV 방영은 계속되고 있고 드라마 촬영지를 방문하는 여행상품은 현지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가을동화’ ‘겨울연가’의 강원도, ‘올인’의 제주도 등이 대표적이다.
강원도는 겨울 스키, 눈 관광과 연계되어 인기가 지속되고, 제주도는 ‘올인’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홍콩 관광객들이 최근 수 년 동안 제주도에는 많이 가지 않다가 ‘올인’의 방영과 더불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 홍콩 내 한국음식점, 휴대폰 등 전자제품이 한류 확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홍콩인들에 의한 자발적인 한류 확산도 상당하다. 파악된 한국 연예인 팬클럽만 9개, 회원수 1500명 이상이며, 홍콩의 라디오 DJ가 직접 운영하는 한류 소개 웹사이트도 있다.(www.koreanstorm.comㆍ회원 7000명)
‘겨울연가’의 주인공 배용준의 경우 아미 챈(Amy Chan) 전 홍콩 관광청장도 열렬한 팬으로, 젊은층뿐만 아니라 지식인층ㆍ상류층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한국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모임인 ‘한찾사’(韓尋者)에서는 격월로 동호회지를 만들어 회원을 대상으로 3000부 가량 배포하고 있다. 최근 몇몇 대학이나 사설학원에서 한국어 강좌를 개설하고 있어 전에 없던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 싱가포르 - 배용준 팬클럽 부산국제영화제 단체 참관
싱가포르=조디아 타이 ‘SPH Mediaworks’ 프로그램 기획담당ㆍ박철현 한국관광공사 차장
그동안 한국드라마에 의해 형성되기 시작한 한류가 최근에는 한국의 음식, 문화, 상품 등 한국의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2001년 9월 말 방영되었고, 재방송되기까지 했던 ‘가을동화’는 한류가 형성될 기반을 마련했고, 2002년 11월부터 2003년 2월까지 방영된 ‘겨울연가’는 한류에 대한 관심을 크게 증폭시킨 바 있다. ‘가을동화’ 촬영지 상품은 드라마의 방영시기가 늦어 관광상품으로서 그다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데 반해서, ‘겨울연가’ 관광상품화에 크게 성공하여 3500여명의 싱가포르인이 지난해 겨울시즌 동안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겨울연가’는 감소추세에 있던 방한 싱가포르인 관광객 수를 증가세로 반전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1년 7만1240명이 한국을 방문했는데, 2002년에는 7만9380명이 방한하여 전년대비 11.4% 증가했다. 12월만 비교해보면 2002년 12월 방한자수는 1만7781명으로 2001년 12월의 1만2541명에 비해 무려 41.8%나 증가했다.
최근에는 드라마보다 영화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2002년 초에 ‘공동경비구역JSA’가 인기를 끈 이후 ‘엽기적인 그녀’ ‘집으로’ ‘가문의 영광’ ‘오 해피데이’와 ‘선생 김봉두’ ‘장화홍련전’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한국과 거의 비슷하게 개봉되고 있으며, 많은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중이다.
드라마, 영화를 통해 알려진 한국의 연예인들은 다른 어떤 국가의 스타들보다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배용준 팬클럽의 경우는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을 것을 기대하고 그가 출연한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시사회가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에 단체로 참가하기도 했다.
한류는 싱가포르인들의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고 있는데, 여러 음식점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호커센터(Food Court)에서는 이제 한국음식점이 빠지지 않고 있으며, 판매되는 음식도 그동안 한국여행을 통해서 삼계탕뿐만 아니라 지금은 육개장, 돌솥비빔밥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음식맛도 현지화하지 않고 보다 한국적인 맛을 찾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김치 판매량도 전년에 비해서 30% 이상 증가했다.
그리고 한류는 그동안 중국계 방송ㆍ신문ㆍ잡지에서 주로 다루어 왔으나, 이제는 영자신문, 잡지에서도 자주 기사화하고 있다.
중국어 사용 35~50세의 주부층에서 20~35세의 영어사용 직장 여성층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에 있으며, 심지어는 말레이계, 인도계 등 비 영어사용 민족들에게도 한류가 파고드는 중이다. 한국 드라마를 애청하는 말레이계의 한 시청자는 “중국어로 더빙하지 말고, 영어로 해달라는 요청을 방송사에 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과 함께 한국제품들로 관심이 확산되어가고 있는데, 라면ㆍ화장품 등 한국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삼성, LG의 휴대폰 구입도 증가하고 있다. 패션, 액세서리 쪽도 예외는 아니어서 패션감각이 높은 싱가포르 여성들 중에는 일본풍의 옷보다 한국옷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서 의류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물건구매를 목적으로 한국의 동대문시장을 정기적으로 찾고 있다.
◆ 미얀마 - “한국 드라마 보느라 밥먹는 것도 잊어”
양곤=정범래 ‘도니여행사’ 대표
‘불교의 나라’ ‘황금의 땅’ 등의 별명이 있는 미얀마는 옛 명칭인 버마(Burmar)로 한국인에게 더 친숙한 나라이다. 현재 미얀마에 거주하는 외국인 중에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사람은 한국교민이다. 이곳에서 사는 700명 정도의 한국교민들은 워낙 축구를 좋아하는 미얀마 사람들이기에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한 나라의 국민이라는 것과 아시아 최초 4강 신화를 일궈낸 것에 대한 부러움도 있겠지만 요즘 들어 부쩍 많은 미얀마 사람들로부터 한국사람이라는 이유로 환대를 받는다.
바로 한국 드라마가 미얀마에서 소위 ‘떴기’ 때문이다. 주간으로 발행되는 미얀마 타임스의 기사를 보면 미얀마에 불어닥친 ‘한류’ 열풍이 얼마나 거센지 짐작할 것이다.
‘미얀마 방송에서 한국드라마가 나오는 시간이 되면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마 카잉(Ma Khaing)이 말했다. 한국 드라마의 열렬한 시청자인 마 카잉은 그 시간에는 정말 밥도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만약에 그 시간에 누가 찾아오거나 할 일이 생기면 무척 화가 난다고 이야기했다.(후략)’
미얀마의 시장조사 회사인 ‘Myanmar Market Research & Development Company’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얀마 전 인구의 80%는 매일 밤 TV를 시청하는데, 그 80%의 시청자들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한국 드라마를 수입, 번역하는 ‘M&G International Company’의 김 대표는 “미얀마와 한국의 문화는 매우 유사한 점이 많고 국민들 정서도 비슷해서 한국 드라마를 미얀마 시청자에게 소개했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의 대부분은 사랑, 슬픔, 그리움, 가족 이야기 등을 기본으로 한다. 지금 MWD 방송국에서 방송되고 있는 ‘세자매 이야기’는 사랑 때문에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가족 드라마이다. 김 대표는 “할리우드 영화들이 폭력과 액션이 난무하는 영화를 만들어 유명하지만 한국은 차분한 일상을 소재로 한 사랑과 가족 드라마로 유명하며, 드라마는 한국이 최고”라고 말했다.
방송국 관계자인 아웅쏘씨는 “미얀마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대단하며 찻집과 시장, 학교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의 주된 화제는 그 전날 방영되었던 한국 드라마 이야기와 한국 연기자들의 이야기”라고 했다. 이어 “방송국으로 걸려오는 전화의 대부분은 한국 드라마에 관한 문의내용”이라고 말했다.
‘가을동화’에서의 준서ㆍ은서와 ‘이브의 모든 것’에서의 상미 등의 배우들은 미얀마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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