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느 신문의 만화에서 보았던 내용이 생각난다. 어느 곳에 만두 나라가 있었는데 그곳에는 여러 종류의 만두들이 살았다. 물만두, 찐만두, 왕만두, 튀김 만두, 찐만 두 등... 행복하게 살던 만두 나라에도 성질 급한 나 같은 만두도 있었나 보다. 길을 가던 물만두와 튀김 만두가 좁은 길에서 만났다. 서로가 먼저 길을 양보하라고 하다가 결국 치고 받고 싸움이 붙었다. 결국 옆구리가 부실한 물만두의 옆구리가 터지고 상황이 급하게 돌아가자 병원으로 옮겨 수 술을 받게 된다. 물만두가 수술실로 들어 간 후 초조하게 기다리는 만두 친구들에게는 그 시간이 너무나 지루하다. 갑자기 수술실 문을 박차고 나오면서 왕만두 의사 선생이 하는 말 "만두피가 부족해요!!!" 한해에 제때에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사람이 많다. 우리 모두 헌혈에 동참하 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던 만화로 기억된다.
피...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는 피가 살 아서 움직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피가 조금만 이상이 있어 도 엄청난 파장을 초래한다. 피는 그 사람의 생명과 같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피로 인해 많 은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 때로는 그렇게 고통을 받는 사람들로 인해 피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전능자의 위대함을 스스로 느끼기도 한다. 나도 사고로 장애인이 되기 전에는 건강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았었다. 건강하다는 우쭐함에 길 을 가다가 헌혈차가 있으면 우월감에 사로잡혀 서슴없이 헌 혈을 할 때도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피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그 후론 헌혈할 때마다 경건한 마음으로 했었다. 얼마 전에 벗과 함께 병원에 들렸다가 헌혈차가 있기에 서슴없이 목발을 짚고 올라갔더니 장애인은 안된다며 거절을 한다. 마음이 답답했지만 그분들의 입장을 생각하니 뭐라고 말을 할 수도 없어 그냥 내려온 적이 있었다.
우리 자오나눔선교회에서 이런 저런 일을 하고 있었지만 헌혈증에 대하여는 관심을 갖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어느 지인으로부터 헌혈증을 급하게 구해 달라는 연락을 받 고 이곳 저곳에 수소문을 하고 내가 활동하는 PC통신 하이 텔과 천리안에도 띄우게 된다. 회원들의 마음이 움직이게 되고 이곳 저곳으로 헌혈증을 알아보고 있다는 연락이 온 다. 그러던 와중에 지방에 사는 어느 여인으로부터 헌혈증 몇 장이 빠른 우편으로 도착을 한다. 많이 보내드리지 미안 하다는 편지와 함께 소중한 선물도 보내 온다. 이곳 저곳에 서 우편으로 헌혈증이 배달되고, 때로는 직접 가지고 오시 는 회원들도 있다. 우선 54장을 모아서 혈액암 환우에게 전 해 드린다. 난 아직도 그 환우의 이름도 모른다. 해쓱해진 얼굴만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더 필요하시면 연락을 달 라고 내 명함 한 장을 전해 드린 것으로 아직은 연락이 안 되고 있다.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고 나에게 질책을 하면 달게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계속하여 헌혈증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일단 급 한 불은 껐기에 기도를 하며 추진해 가기로 한다. 많은 사 람들이 헌혈에 동참하여 헌혈증을 모아 준다. 아끼는 아우 는 남편을 달래서 헌혈을 하고 왔다며 자랑을 한다. 외현상 으로는 건강해 뵈는 회원은 헌혈을 하러 갔다가 혈압이 높 다고 퇴짜를 맞았다며 투덜거린다. 모두가 소중한 사람들이 다. 헌혈증을 구하기 힘들면 군부대를 통해서라도 구해 보 겠다며 직접 몸으로 부딪치던 지인은 30여장의 헌혈증을 구 해 온다. 크리스찬쉼터라는 모임에서 많은 회원들이 동참을 한다. 헌혈증이 50여장 모여 있을 때 하이텔 톱 화면에 백 혈병 어린이 노송현의 사연이 올라 있음을 발견한다. 지금 까지 헌혈증을 모으게 한 이유가 이 아이를 위함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송현이네 집에 전화를 해 보니 할머님이 받는다. 여의도 성모 병원 1111호에 있다는 것과 어머니가 간호를 하고 있 다는 소식, 헌혈증이 많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듣고, 지금 있 는 헌혈증이 얼마되지는 않지만 가지고 가고 싶다고 했더니 너무나 감사해 하신다. 자오나눔선교회 게시판에 글이 올라 가고, 주위의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로 헌혈증을 더 모아 보 자고 부탁을 드린다. 아우가 전화를 해 왔다. "오빠야... 우 리 신랑한테 또 헌혈하러 가자고 했더니 글세...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하시는 말씀이 '난 니가 드라큘라로 보여!'라고 해~ 세상에 나보고 드라큘라 같데.."라며 헌혈증을 못 구해 어떡하냐며 걱정을 한다. 아우에게 넌 차를 준비해 주면 좋 겠다고 부탁을 한다.
간사 한분과 아우의 차를 타고 여의도 성모 병원으로 달 린다. 손에는 헌혈증 70장이 들어 있는 봉투와 음료수 박스 가 들려 있다. 달리는 차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아름답다. 중 간에 유치원에 있던 조카들을 태우고 병원으로 간다. 엘리 베이터를 타고 11층으로 올라가 노송현 어머님을 찾는다. 엔젤 병동에서 인터폰으로 연락을 하라고 하기에 연락을 했 더니 한참만에 송현이 어머님이 나오신다. 머린엔 미장원에 서 쓰는 것 같은 것으로 머리카락을 감췄고, 마스크를 쓰고 계신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헌혈증을 모아 주었으니 힘 내시라고 위로를 해 본다. 송현이가 꼭 완쾌되어 자오나눔 선교회에도 놀러 오고, 우리랑 같이 놀러도 가 보자고 한다. 송현이 어머니의 눈에 안개가 서리고 있음을 보고 말았다.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단다. 휠체어를 타고 있는 내 모습 이 멋지게 보인다고 웃으며 말하는 오 간사께 씽긋 웃음으 로 답을 해 준다.
병원에서의 시간은 10여분...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나눈 것 같다. 가장 귀한 것은 송현이네 가족이 희망을 발견하고 희망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아직까지는 아름답고 살 만한 세상이요,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더불어 하나님과 함께 하는 우리 자오나눔선교회에서도 소 외된 이웃과 장애인들에게 끝없는 사랑을 나누게 될 것이라 는 것이다. 모두에게 감사를 드린다. 98.12.16. 자오 나눔에서 나눔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