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도 줄고 먹고 살만한 것도 만만찮아 청산면의 인구는 1970년대만 하더라도 1만3천명에 달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청산면의 인구는 줄어들어 2011년 9월5일 현재 인구는 3천556명에 불과하다. 청산 출신이면서 현재 청산면에서 일하는 이상철(50) 복지지원팀장은 인구의 감소가 놀라울 정도라고 증언했다. 이상철 팀장은 "43년 전만 해도 청산초의 학생들이 2천여 명에 달할 정도로 많았지만 최근에는 가뜩이나 줄어드는 학생에, 상당수가 옥천읍이나 보은과 영동으로 빠져나가고 있어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산면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감소하는 인구인 셈이다.
청산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원인에 대해 주민들은 먹고 살만한 게 없다는 간단한 대답을 내놓았다. 농업 이외에 마땅한 소득사업이 없는 상황에서 청산농업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벼농사의 전망이 나날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청산면은 2006년 농촌진흥청의 탑라이스 대상지로 선정돼 한때 부흥을 꿈꿨지만, 올해 지원이 끝나 당장 내년부터가 고민이다. 탑라이스란 브랜드가 가격이 비싼데다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판로 확보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청산 탑라이스 단지 홍순중 회장은 "2006년부터 벼농사를 통해 생긴 적자분을 정부지원을 통해 메워왔지만 올해가 마지막 지원이라 큰일"이라며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면 상당수 농가가 벼농사를 포기할 것"이라 말했다.
면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청산5일장과 청산면 지전리 상인들의 상황도 농민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30일 정순철 동요의 거리 선포식이 열렸지만 상인들 사이에서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그 어떤 좋은 방안을 강구하고 많은 예산을 들여서 시장을 화려하게 만들어도 그 시장을 이용할 인구가 계속 줄어든 상황이라면 경기 침체는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 독자적인 생활권 확보 필요 청산면에서 옥천읍까지는 폐고속도로를 이용하더라도 38.27km나 떨어진 반면 영동읍과 보은읍까지는 각각 22.4km, 23.71km에 불과하다. 지리적 한계로 인해 청산면은 옥천군 소속이면서도 영동과 보은의 생활권을 이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청산면이 여타 면에 비해 다양한 시설들이 갖추어져있긴 하지만 완벽한 자체 생활권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 소외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과 요구가 커지자 2002년에는 청소년 문화의 집이 생기고 지난해 노인복지관도 건립됐다.
오는 10월에는 군에서 1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은 청산초 도서관을 주민도서관으로 개방할 예정이다. 시설 건립으로 청산면이 이전과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청산면민들은 소외감이 크다.
문화예술회관의 공연 혜택이나 새로 건립되는 수영장 등의 시설은 거리상 여전히 혜택을 보기가 타면에 비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오일장 활성화 사업으로 옥천읍만 사업계획을 세워 예산을 확보한 것도 불만이고 간판 사업도 옥천읍 이후 한참 뒤늦게서야 했다.
청산면민들은 옥천군의 균형발전을 요구하고 있다.
청산면민협의회장을 역임했던 박약국의 박명식씨는 "옥천군의 개발계획에서 청산면을 비롯한 동부지역의 발전은 여전히 소외되어 있다"며 "군에서 도에 균형발전을 이야기하기 전에 군 자체의 균형발전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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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비 1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청산초등학교 교내 도서관은 올해 10월 개관해 주민들도 함께 책을 볼 수 있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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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순철 동요간판으로 탈바꿈한 청산면소재지 모습 | ■ 개발 통한 발전보다 보존 위한 발전 원해 청산면의 인구감소와 경제침체에 대해 군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은 건 아니다. 군은 청산산업단지가 본격 가동되면 1천여 명 고용창출과 77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생길 것이라 예상했다. 침체되는 청산면에서 청산산업단지는 외지인들의 유입과 함께 청산경제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지난해 3월26일 기공식 이후 청산산업단지 진행과정을 보는 대다수 주민들은 산업단지가 청산의 인구증가는 물론 경제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청산산업단지에 어떤 기업이 입점하더라도 면의 경제와 어떠한 연관도 없는 현 상황에서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김성환(77,하서리)씨는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청산으로 이사를 하고 물건을 사야 하는데 다른 지역의 산업단지를 보면 어디 그렇나"라며 "전부 외지인이 들어와서 외지로 다 가져가는데 이곳의 주민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 말했다. 청산면 안효익 군의원은 내년부터 시작하는 '청산면 종합정비 사업'은 개발논리가 적용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개발논리는 청산산업단지를 통해 가능성이 없음을 확인한 만큼 100억 원 가까운 자금을 활용해 청산면의 자연을 관광자원화하는 방법이 산업개발보다 청산에 더 적합할 것이라는 의미다.
원종후 청산면민협의회장은 지역발전이 단지 경제 발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올해 백중씨름대회 취소는 못내 아쉽다는 것.
"농산물을 팔고, 기업이 들어오는 것만이 발전은 아니에요. 읍에서 다양한 공연이나 축제, 볼거리 등이 열려도 이곳 사람들은 거리가 멀어 못갑니다. 평생 불꽃놀이 한 번 못보고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아요. 지역이 침체될수록 사람들이 신명날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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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산면 인정리 청산산업단지 조성지역 | ■ 자연 관광자원화가 청산발전 해법 될까? 청산면 종합정비 사업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1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생태공원 조성 △연결도로 확충 △청산면의 상징 테마가로 조성 △보청천 수목 식재 △하천정비 △지역역량강화 등 6개 항목을 통해 청산의 발전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은 포괄보조사업으로 군 기획예산실 전략사업팀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며 오는 10월 안에 농수산식품부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이 사업과 함께 13억원이 소요되며 올해까지 사업이 마무리되는 청산면 상예곡리의 신문화공간 조성사업도 청산면에 얼만큼 활력을 불어넣을지 관심거리다.
신문화공간조성사업은 예곡폐교를 거점으로 다양한 농촌문화체험활동과 감을 이용한 주민소득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청산면에서는 이러한 계획을 통해 청산이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자연자원인 보청천과 함께 정순철·조동호 선생 등 청산이 낳은 인물, 한곡리 동학혁명유적지와 청산향교, 예곡정사 등의 문화유산을 이으내면 하나의 관광코스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개발을 통한 발전이 아닌 청산 고유의 자연자원을 활용해 관광화하는 방법이 청산의 발전방안이라는 의미다. 정구건 청산면장은 "천혜의 자원인 보청천에 나무를 심어 그늘이 생기면 외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라며 "청산이 가지고 있는 자연자원과 역사 문화자원이 청산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안효익 군의원은 청산이 추진해나가야 할 방향이 청산의 자연자원을 잘 보존하는 것이라는 주장에는 공감하지만 주민의 참여가 지금보다 더 활발해야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앞으로 청산면 종합정비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생각이 가능한 많이 군에 전달되고 또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청산면 현황>
· 면적: 72.47k㎡ · 인구: 3천556명 · 행정리: 22개 마을 · 특산물: 쌀·인삼·곶감
청산면은 폐고속도로를 이용하기 전까지는 옥천읍에서 자동차로 무려 40분-50분 남짓 걸릴 정도로 읍내 시가지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군 종합개발계획이 읍 중심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읍에서 멀리 떨어진 청산면은 더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복지관이나 도서관을 이용하려면 읍에 가는 것보다 차라리 근처 영동에 갈 정도로 행정구역상 옥천군에 속해 있다 뿐이지 군 단위 문화복지시설 이용빈도는 현저하게 떨어졌다. 이런 불만에는 1895년 청산군으로 승격해 1914년 옥천군에 편입될 때까지 옥천과 대등한 군이었다는 역사적 자존심도 한몫했다.
옥천에서 보기 드물게 청성면과 함께 드넓은 들판의 곡창지대를 가지고 있으면서 보청천의 물줄기가 감도는 청산면은 그야말로 물 맑고 산 좋은 칠보단장(일곱개의 보와 하나의 오일장을 뜻함)의 고향이라 부를만 하다. 청성면과 함께 고개(궁촌재, 오구니재, 샘티재)로 인해 독자적인 생활권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청산면은 이전과는 달리 폐고속도로가 이용가능해졌고 버스요금 단일화가 시행됐으며 면에 노인복지관이 만들어지고 도서관 사업이 진행되면서 생활여건이 나아지긴 했다.
하지만 읍 중심의 개발론에서 소외여론은 여전히 비등하고 인구가 계속 줄면서 이런 여론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군에서는 유일하게 수질보존대책지역에서 제외된 청산면에 대규모 산업단지 유치 공약을 내걸며 민선 4기에는 바이오농산업단지, 현대알루미늄 유치를 내걸었지만, 모두 유치 실패를 하면서 최근에야 청산면 인정리에 청산산업단지를 조성해 분양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산산업단지는 분양공고 이후 거의 입주가 되지 않고 있고 산업단지로 인한 청산면의 활성화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오히려 냉담하다.
이름 그대로 물 맑고 산 좋은 청산면을 유지하고 싶은 주민들의 바람은 오히려 최근 폐기물 업체가 군내 유일한 수질보존대책지역 제외지역인 청산면에 속속 입주하면서 생채기를 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규모 양계장과 오리 사육장 입주로 마을 민원이 속속 제기된 가운데 건설 폐기물처리업체, 배터리 폐기물처리업체 등의 입주가 면민 반대투쟁까지 이어지는 등 주민들은 격하게 반응하고 있다. 물 맑고 산 좋은 청산면을 유지하면서 청산면을 활성화하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주민들은 이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