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이 일반학교 영어선생님이 됐다?! “미담아, 학교 가자!” 새 정장을 예쁘게 차려 입은 경민씨가 부르는 목소리에 방에서 큰 개, 미담이가 나온다. 꼬리를 흔드는 미담이에게 줄과 하네스를 입힌 경민씨는 긴 장된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앞이 보이지 않는 경민씨와 안내견 미담이가 함께 발맞 춰 향한 곳은 인왕중학교. 3월 2일, 오늘은 시각장애인 경민씨가 초등학교 때부터 키 워왔던 영어선생님의 꿈을 이루는 그날이다.
선천성 녹내장.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한 수술을 시작으로 총 26번의 수술을 했지만, 결국 경민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시력을 잃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 애인이 어떻게 일반학교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모두들 힘들 것이라 고개를 저 었지만, 경민씨는 지난 1월 일반학교 영어교사 임용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작년 숙 명여대 교육학과를 7학기 만에 수석 졸업하고, 바로 본 시험에서 단 번에 붙은 것이 다.
“쓰다듬으면 향기가 나는 율마라는 허브가 있데요. 저도 학생들이 향기를 찾을 수 있게 늘 살펴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 - 김경민
최고의 팀웍, 시각장애인 경민씨와 안내견 미담이 경민씨가 꿈을 이루는 데까지의 일등공신은 뭐니 뭐니 해도 안내견 미담이. 2007년 봄, 암흑 속에서 한줄기 희망처럼 찾아온 미담이와 만나게 되면서 경민씨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내성적이었던 경민씨와는 달리 밝은 미담이 덕에 경민씨의 성격도 조금씩 변해갔다. 미담이를 통해 친구들과도 친해지고, 그러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4 년간 최고의 팀웍을 자랑하며 경민씨는 대학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저도 노력을 많이 했지만. 미담이 성격 자체가 밝아서 저한테 미치는 영향이 있 었어요. 친구들이 많아지니까 더 밝아지는 것도 있었구요.” - 김경민
좌충우돌, 만만치 않은 첫 출근 준비! 임용고사 합격에 기뻐했던 건 잠시, 경민씨의 걱정은 더해만 가는데..
출근길을 익혀라 가장 큰 걱정은 미담이와 새로운 출근길을 익혀야 하는 것. 학교까지 40분을 걸어 올 라가야 하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신호등이 없는 삼거리는 위험하고, 동네 개들이 영역표시를 해놓은 공원은 미담이를 유혹한다.
“학교까지 인도가 있어 다행이지만, 난이도는 굉장히 높습니다. 특히 건널목 건 널 때는 신호등이 없어서 위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박재만, 삼성안내견학교 훈 련사
지하철과 도보만 이용하던 경민씨와 미담이 버스타기에도 도전해 보기로 한다. 보이 지 않는데 몇 번 버스인지는 어떻게 알아 볼 것인지. 첫 출근 날, 과연 그들은 무사 히 학교까지 갈 수 있을까?
교과서를 준비하라 출근길 익히기에 이어 또 하나의 복병, 교과서. 수업준비를 해야 하지만 경민씨는 교 과서를 볼 수가 없다. 교과서의 내용을 점자컴퓨터로 옮기는 작업이 필요한데, 출근 을 일주일 남기고 교과서를 받게 되어 준비할 시간이 빠듯하다. 그런 경민씨를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민 친구들. 바쁜 시간을 쪼개서 직접 타이핑을 해주겠다고 나섰 다.
좋은 선생님이 되기 학생들은 시각장애인 선생님을 어떻게 생각할까, 학부모님들의 시선은 어떨까, 동료 교사들과는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 때문에 경민씨는 출근 전날까지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데... 편견에 맞서 앞이 보이는 선생님들만큼이나 잘 가르칠 수 있다는 걸 보 여주고 싶은 경민씨. 첫 수업 날은 점점 다가온다.
언제나 남들의 도움을 받아왔다는 경민씨가 이제는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선생 님으로서 첫 출근 하는 그날, 과연 경민씨는 꿈꾸던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시추에이션 휴먼다큐 그날에서 경민씨와 미담이의 그 첫 출근길을 함께했 다.